러 위협 코앞인데…동유럽 군대, 입대 꺼리는 청년층에 골머리
실업률 낮고, 군대 급여 적어 입대 설득 쉽지 않아
(서울=연합뉴스) 이신영 기자 =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동유럽 국가에서 안보에 대한 경각심이 커지고 있지만 모병률은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우크라이나에 인접한 동유럽 국가들은 잠재적인 침략 가능성에 대비하기 위해 병영 체험 프로그램을 도입하고 법안을 개정하는 등 청년층의 입대를 독려하기 위해 애쓰고 있다.
로이터 통신은 체코와 폴란드, 헝가리, 루마니아 등 동유럽 국가들이 모병률을 높이기 위해 다양한 방안을 도입하고 있다고 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우선 체코는 수도 프라하에서 94km 떨어진 군사지역에서 4주간 훈련을 받는 시범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군 생활을 미리 체험해볼 수 있도록 해 입대율을 높이겠다는 취지다.
체코 국방부는 또 9월부터는 직업군인과 예비군, 신병의 의료 자격 요건을 완화해주는 법안도 도입할 방침이다.
폴란드는 국방예산을 국내총생산(GDP)의 약 5%까지 늘리고 18∼35세 시민들을 대상으로 기초 군사훈련을 제공하는 캠페인을 시작했다.
헝가리는 군대 관련 TV 시리즈를 방영하고 광고판을 활용하고 있으며, 루마니아도 정부 차원에서 모병 운동에 나섰다.
이들 국가가 이처럼 청년층 공략에 나선 것은 모병률은 저조한데 러시아의 위협은 간과하기 어렵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체코의 모병률은 2021년 56%, 2022년 85% 수준에 그쳤고, 루마니아에서는 장교직의 43%가 공석으로 남아있다.
루마니아는 최근 구매한 F-16 전투기를 조종할 조종사도 부족한 상황이다.
과거 소련의 지배를 받았던 동유럽 국가들은 러시아가 언제든 침략할 수 있다고 보고 긴장의 끈을 놓지 않고 있다.
체코 국방차관을 지냈던 토마스 코페츠니는 "몇 년 내 러시아의 침략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하지 않고 있다"며 "러시아가 공격할 때를 대비해 일정한 수의 병력을 확보해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동유럽에서는 실업률이 낮은 데다 군대의 급여가 민간 부문보다 적어 청년층이 입대하도록 설득하는 일이 쉽지만은 않다.
폴란드군 제1부참모총장인 카롤 디마노프스키는 "노동 시장이 매우 경쟁적이어서 (모병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체코군의 카렐 레흐카 장군은 "군대 내 인적자원 부족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평화를 유지하고 잠재적인 적을 억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장비를 현대화해도 사람이 없으면 아무것도 할 수 없다"며 모병률을 높이는 것이 시급한 과제라고 설명했다.
eshin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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