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베트남 해경, 물대포 합동훈련…"중국상대 시위"
(하노이=연합뉴스) 박진형 특파원 = 남중국해에서 중국 해경의 집요한 물대포 공격을 당해 온 필리핀 해경이 베트남 해경과 첫 합동훈련에서 물대포 발사를 훈련하는 '위력 시위'를 벌였다.
10일(현지시간) 현지 일간 인콰이어러와 로이터·블룸버그 통신 등에 따르면 전날 필리핀 해경의 83m 길이 '가브리엘라 실랑'함과 베트남 해경의 2천400t급 'CSB 8002'함은 필리핀 북부 루손섬 마닐라만에 있는 코레히도르섬 서쪽 14.8㎞ 해상에서 합동훈련을 실시했다.
양국 해경함은 남중국해를 접하고 있는 이 해역에서 수색·구조, 화재·폭발 진화, 공중 감시 등을 연습했다.
특히 불이 붙은 배를 향해 양국 해경함이 함께 물대포를 발사해 불을 끄는 훈련을 벌였다.
중국 해경함이 그간 필리핀 선박을 공격하는 주된 수단이 물대포여서 이번 훈련은 한층 눈에 띄었다고 인콰이어러는 평가했다.
필리핀의 안보 전문가 체스터 카발자는 양국이 물대포 훈련을 통해 중국에 "조용하면서도 대담한 메시지"를 보냈다고 이 매체에 말했다.
하지만 가브리엘라 실랑함의 로런스 로크 함장은 이번 훈련이 "순수하게 인도주의적인 연습"이었고 베트남 해경함의 필리핀 방문이 "인도주의적인 친선 방문"이었다고 설명했다.
베트남 해경함은 지난 5일 필리핀 수도 마닐라를 방문, 8일까지 양국 해경 간 교류 활동을 벌였다.
필리핀 해경은 이번 훈련이 양국 해경 간 상호 협력을 향상하기 위한 것으로 남중국해에서 영유권 분쟁국 간에도 좋은 협력이 가능함을 보여줬다고 밝혔다.
또 올해 말에 필리핀 해경함 한 척이 친선 표시 차원에서 답례로 베트남을 방문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남중국해 영유권 문제로 중국과 각자 대립하는 양국은 이달 말 판 반 장 베트남 국방장관이 필리핀을 방문하기로 하는 등 협력을 강화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그간 세컨드 토머스 암초(중국명 런아이자오·필리핀명 아융인) 등 중국이 점유한 영유권 분쟁 해역에 필리핀 선박이 접근하면 중국 해경이 물대포 등을 동원해 이를 차단하면서 양국은 충돌을 거듭해왔다.
jhpar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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