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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 신임 대통령 '전면전은 피하자'…강경파와 마찰
英매체, 페제시키안 대통령 측근 등 인용 보도



(서울=연합뉴스) 황철환 기자 = 이란이 대외적으로는 열흘 넘게 이스라엘에 보복을 벼르는 가운데 내부에서는 수위 조절을 놓고 지도부 이견이 충돌하고 있다.
9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에 따르면 대대적 보복 공격을 주장하는 혁명수비대(IRGC)와 중도·개혁 성향의 신임 대통령이 갈등을 빚고 있다는 것이다.
마수드 페제시키안 대통령의 보좌진과 측근 등을 인용, 대(對)이스라엘 보복의 방식과 규모 등을 놓고 이란 수뇌부의 의견이 엇갈린다고 이 매체는 전했다.
IRGC 최고위층은 텔아비브를 비롯한 이스라엘 주요도시를 직접 타격하되 민간인 사상을 피하기 위해 군사시설에 공격을 집중하자고 주장한 반면 페제시키안 대통령은 이스라엘 본토 직접 공격만은 피하자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 보좌관은 "대통령은 아제르바이잔이나 쿠르디스탄(이라크 쿠르드 자치주) 등지에서 이스라엘과 관련된 어딘가를 표적으로 삼되 해당국에도 사전에 이를 알리자고 제안했다"고 밝혔다.
이란은 과거에도 이스라엘 대외정보기관 모사드의 '비밀 기지'라며 이라크 쿠르드 자치주내의 시설을 공격한 바 있다.
페제시키안 대통령은 이에 더해 이스라엘과 국경을 맞대고 있는 레바논의 무장정파 헤즈볼라에 더 강력한 무기를 제공하고 '그들이 싸우도록' 하는 방안을 내놓기도 했다고 한다.
또다른 보좌관은 "페제시키안 대통령이 통제불능으로 치달을 수 있는 조처를 피하기 위해 IRGC 지휘관들에 대한 설득을 시도하는 과정에서 치열한 토론이 벌어졌다"면서 "그는 IRGC가 이란을 전쟁에 밀어넣는 것을 피하기 위해 (대통령으로서의) 영향력을 활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4월 이란이 이스라엘 본토를 300여기의 미사일과 자폭 드론으로 공격했을 때는 전면전이 벌어지지 않았지만 이번에는 그런 상황이 따르지 않을 수 있다는 게 대통령 판단이라고 한 측근은 전했다.



하지만 IRGC는 전면전으로 번질 위험을 무릅쓰고라도 대대적 보복에 나서야 한다는 입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고 한다.
수도 테헤란 한복판에서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일인자였던 이스마일 하니예가 암살되는 걸 막지 못한 책임론을 벗으려 더욱 강경한 입장을 보이는 것일 수 있지만, 일각에선 이란 정부내 권력투쟁과도 무관하지 않다는 주장이 나온다.
페제시키안 대통령은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를 비롯한 주류 정치권의 견제에도 민생고에 지친 서민의 지지 속에 지난달 대선에서 극적으로 승리했는데 보수진영이 그런 그의 정치적 입지를 약화하려 이번 사태를 악용 중이란 것이다.
그의 보좌관 중 한 명은 "(IRGC의 이스라엘 본토 공격 주장은) 그들이 겪은 망신을 덮으려는 것보다는 출범 일주일여인 (페제키시안의) 대통령직을 훼손하려는 측면이 크다"고 말했다.
IRGC 부지휘관 알리 파다비는 9일 이란 현지 언론을 통해 "이스라엘에 대한 가혹한 징벌과 순교자 하니예의 피에 대한 복수에 대한 최고지도자의 명령은 분명하고 명시적인 것"이라면서 "이는 가능한 최선의 방식으로 시행에 옮겨질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한편, 러시아 스푸트니크 통신에 따르면 이란 유엔대표부는 이날 성명을 통해 이스라엘에 대한 자국의 보복이 가자전쟁 휴전에 영향을 미치지 않길 바란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란 유엔대표부는 "우리는 합법적 자위권을 지니고 있으며, 이는 가자 휴전과는 전혀 관련이 없는 사항이다. 하지만 우리는 우리의 대응이 잠재적 휴전을 저해하지 않을 시점과 방식으로 실행되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hwangch@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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