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도정부 출범 앞둔 방글라…제1야당 "총선 즉각 실시" 요구(종합)
노벨평화상 수상 유누스 이끄는 과도정부, 오늘 저녁 출범
BNP측 "권력은 선출된 대표들이 가져야"…하시나 前총리 측 "포기 못해"
(뉴델리=연합뉴스) 유창엽 특파원 = 반정부 시위 격화로 총리가 퇴진한 방글라데시에서 정국 혼란이 이어지는 가운데 제1야당에서 '즉각 총선 실시' 주장이 나왔다.
8일(현지시간) 일간 데일리스타 등 현지 매체에 따르면 방글라데시민족주의당(BNP)의 총재 직무대행 타리크 라만은 전날 방글라데시 수도 다카 소재 BNP 당사 앞에서 지지자 등 수천 명이 참가한 집회에 보낸 영상 메시지를 통해 이같이 밝혔다.
런던에서 망명 생활 중인 라만 총재 직무대행은 메시지에서 "총선은 즉시 실시돼야 하며 권력은 총선을 통해 선출된 대표들에게 넘겨져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한 단체'가 이 나라를 불안정하게 만들려 하고 있다"면서 "모든 정당 지도자와 활동가가 단결하면 아무도 이 나라를 해치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라만 총재 대행은 '한 단체'가 어디인지는 언급하지 않았지만 셰이크 하시나 전 총리가 이끌어온 집권당 아와미연맹(AL)을 겨냥한 발언이라는 해석을 낳고 있다.
라만 총재 대행은 하시나 전 총리의 오랜 정적 칼레다 지아 전 총리 아들이다.
그의 이번 화상 연설은 2015년 법원이 그의 발언 유포를 금지한 지 9년 만에 처음으로 이뤄졌다.
BNP의 다른 지도자들도 이날 집회에서 권력이 선출된 대표들에게 즉시 이양돼야 한다면서 곧 들어설 과도정부가 3개월 내 공정한 총선을 실시해줄 것을 촉구했다.
이런 가운데 AL은 하시나 전 총리 도피 후 와커 우즈 자만 육군 참모총장 주재로 열린 제 정당 회의에서 배제됐지만, 정치 참여를 포기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하시나 전 총리 아들 사지브 와제드 조이는 전날 밤 소셜미디어에 올린 글에서 "내 가족은 더 이상 정치에 관여하지 않을 것이지만 우리 당(AL)의 지도자와 당원들이 공격받는 상황에서 우리는 포기할 수 없다"고 밝혔다.
하시나 전 총리는 최근 몇 주간 지속한 '독립유공자 후손 공직 할당' 반대 대학생 시위 진압 과정에서 유혈사태가 빚어지며 민심이 악화하자 지난 5일 사임하고 인도로 도피했다.
이에 따라 모함메드 샤하부딘 대통령은 군부와 대학생 지도부 등과 협의해 신속히 과도정부를 구성하기로 결정했다. 이날(8일) 저녁 출범하게 될 과도정부 수반은 빈곤퇴치 운동으로 노벨평화상을 수상한 무함마드 유누스가 맡기로 했다.
프랑스 파리에서 귀국하는 유누스는 과도정부 최고 고문으로서 헌법에 따라 의회해산 90일 이내에 실시해야 하는 총선을 관리하게 된다.
유누스는 전날 저녁 파리에서 귀국행 항공편에 오르기 전에 "귀국해 (전반적인) 상황을 파악하고 난국 해법을 찾겠다"고 말했다.
한편, 방글라데시에서는 죄수 200명 이상이 탈출하는 사건이 발생하는 등 혼란이 이어지고 있다.
현지 매체에 따르면 지난 6일 오후 동부 가지푸르의 한 교도소에서 최소 209명의 재소자가 탈출했고 6명은 이 과정에서 사살됐다.
죄수들은 교도소 앞에서 군중이 시위하는 가운데 교도관들을 인질로 잡고 탈옥했다. 이후 군병력이 현장에 도착해 사태를 수습했다.
yct9423@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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