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글라 사태 中 '촉각'…대출금 상환 불확실? '친중' 모드 위태?
미지급 대출금 규모 6조8천800억원…'냉대' 野 정권 잡으면 中과 관계 불확실해져
中, '스리랑카-방글라데시' 美 인태 전략에 맞선 교두보 활용 속내
(서울=연합뉴스) 인교준 기자 = 방글라데시에서 대규모 반정부 시위로 실권자였던 총리가 국외 탈출한 뒤 과도정부가 구성된 가운데 주요 채권국인 중국이 대출금 회수 가능성에 촉각을 곤두세우며 상황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7일 보도했다.
중국은 또 이번 방글라데시의 급변 사태가 가져올 외교적 파장에도 주목하고 있다. 중국은 스리랑카와 함께 방글라데시를 인도 견제는 물론 미국의 인도·태평양전략에 맞선 교두보로 삼겠다는 의지를 감추지 않아 왔다.
중국 외교부는 전날 밤 짧은 성명을 통해 "방글라데시의 상황을 면밀히 모니터링하고 있다"며 "우호적인 이웃이자 포괄적인 전략 파트너로서 중국은 방글라데시가 사회적 안정을 조속히 회복하길 진심으로 바란다"고 밝혔다.
SCMP는 "미국의 경기침체에 대한 우려와 함께 정치적 혼란에 휩싸인 남아시아 국가(방글라데시)로 인해 시장 변동성이 커지면서, 방글라데시의 부채 상환과 관련한 불확실성도 증가하고 있다"고 짚었다.
중화권 매체와 방글라데시 현지 매체에 따르면 중국은 일본과 러시아에 이어 세 번째로 큰 방글라데시 채권국이며, 작년 말 현재 방글라데시의 대(對)중국 대출 미지급 잔액이 50억달러(약 6조8천800억원)에 달한다.
국외 도피한 셰이크 하시나 방글라데시 총리는 지난달 중국 방문 때 50억달러 추가 대출을 요구했으나, 중국은 그보다 훨씬 적은 1억4천만달러(약 1천930억원)를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이 제안한 금액은 방글라데시가 외채에 대한 이자로 매년 지급해온 2억5천100만달러(약 3천450억원)보다 적다. 방글라데시 외채는 지난해 처음으로 1천억달러(약 137조5천억원)를 넘었으며, 세계은행에만 195억3천만달러(26조8천600억원)를 빚진 상태다.
싱가포르 ISEAS-유소프 이샥 연구소의 자얀트 메논 수석 경제학자는 "방글라데시의 정치적 혼란이 중국에 대한 대출 상환에 어떤 영향을 줄 것인지를 말하는 건 너무 이르다"면서도 "방글라데시의 새 정부가 글로벌 금융시장에서 신뢰 유지를 위해선 존중해야 할 주권적 의무"라고 말했다.
상하이 푸단대 국제문제연구원의 린민왕 부소장은 "하시나 총리 사임으로 방글라데시의 외채 상환 능력이 의심받고 있다"고 진단했다.
린 부소장은 이어 "중국은 수년간 방글라데시 집권 아와미연맹 소속의 하시나 총리를 지원해왔고, 하시나 총리는 야당인 방글라데시민족주의당(BNP)을 억압해왔다"며 "BNP가 다시 집권할 경우 방글라데시와 중국 관계도 불분명해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아와미연맹이 친(親)인도 성향이라면 BNP는 중국에 우호적인 입장을 보였으나, 하시나 총리 집권 기간에 중국이 BNP를 냉대한 것이 화근이 될 수도 있다는 얘기다.
실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2016년 방글라데시를 방문했을 당시 칼레다 지아 BNP 의장과 일대일로(一帶一路:중국-중앙아시아-유럽을 연결하는 육상·해상 실크로드) 이니셔티브에 대해 논의한 바도 있으나, 그 후론 양측 교류가 거의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총리도 역임했던 지아 BNP 의장은 하시나 총리의 오랜 라이벌로 2018년 하시나 정부에 의해 부패 혐의로 기소돼 유죄 판결을 받은 뒤 수감됐다가 가택 연금 상태였으나, 지난 6일 풀려났다.
현재 방글라데시에는 과도 정부가 구성돼 노벨상 수상자이자 소액 금융 선구자인 무함마드 유누스가 과도정부를 이끌게 됐다. 조만간 선거를 통해 방글라데시의 새 정부가 공식 출범할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은 2015년 일대일로 사업에 합류한 방글라데시에 차관 공여 등을 통해 공들이기를 지속해왔다.
윌리엄 앤드 메리 대학 내 연구소인 에이드데이터(AidData)에 따르면 중국은 2000∼2021년 165개 중·저소득 국가에 도로·철도·교량 등을 포함한 각종 프로젝트를 지원하는 일대일로 사업에 1조3천400억달러(약 1경 8천400조원)의 보조금과 대출을 제공했다고 SCMP는 전했다.
그러나 최근 몇 년 새 장기적인 경기 침체로 중국의 경제 사정도 악화한 가운데 중국 내에서도 일대일로 대출금을 회수해야 한다는 여론이 만만치 않다.
kjih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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