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마스, 가자지구 중북부서 전투부대 절반 가량 재건"
美 전쟁연구기관 CTP 분석…"이스라엘군의 청소 완전하지 않아"
전문가들 "폭탄 퍼붓는 방식의 전투와 전후 계획 부재가 원인"
(서울=연합뉴스) 김상훈 기자 = 10개월간 이어진 이스라엘군의 파상공세에 밀려 대부분 와해한 것으로 알려졌던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가 가자지구에서 상당수 전투부대를 재건했다고 미국 CNN 방송이 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미국기업연구소(AEI) 산하 전쟁 연구기관인 '중요위협프로젝트'(CTP)가 개전 후 지난달까지 이스라엘군 및 하마스 공식 발표에 언급된 하마스의 군사작전 상황과 지상에서 촬영된 이미지, 목격자 및 전문가 인터뷰 등을 통해 분석한 바에 따르면 하마스는 가자지구 북부와 중부에서 전투부대 절반가량을 재건하는 데 성공했다.
지난해 10월 하마스의 기습 공격을 받았던 이스라엘은 이후 대규모 병력과 장비를 투입해 가자지구 북부와 동부에서 서부와 남부까지 전역을 이 잡듯이 훑어가며 파상공세를 퍼부었다. 이 과정에서 하마스 대원 약 1만5천여명을 사살했고 지휘관도 다수 제거했다고 이스라엘군은 주장했다.
이후 이스라엘군은 가자지구 상시 주둔 병력을 대거 축소하는 대신 하마스의 재건 움직임이 포착될 경우 병력과 장비를 투입해 타격하는 형태로 전술을 바꿨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입버릇처럼 하마스의 전투 능력을 완전히 파괴하는데 근접했다고 주장했고, 지난달 미 의회 상·하원 합동 연설에서는 "승리가 눈앞에 있다"고 낙관했다.
그러나 CTP 분석 결과 이스라엘군이 엄청난 규모의 폭탄을 투하하고 치열한 전투를 통해 하마스를 무력화했다던 일부 핵심 지역에서 하마스는 생존자들을 모으고 병력을 충원해 부대를 재건했다.
CTP의 중동지역 담당자인 브라이언 카터는 "이스라엘은 특정 지역을 청소했다고 말하지만, 완전히 청소되지 않았고 하마스 전사들은 전혀 패퇴하지도 않았다"며 "(하마스는) 싸울 준비가 됐으며 싸우기를 원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스라엘군은 이런 분석이 잘못됐다고 반박했다.
이스라엘군은 성명을 통해 "주요 하마스 여단들이 해체되었으며, 대부분의 대대급 부대는 아주 낮은 수준의 준비 태세를 갖추고 있을 뿐"이라며 "이는 그들이 군대로서 기능할 수 없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이스라엘 총리실은 이번 연구에 관한 논평 요청에 응하지 않았다.
미 군사 전문가들은 폭탄을 퍼붓는 방식의 전투와 전후 계획 부재가 하마스의 부활을 도왔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이스라엘군은 지난해 장기간의 전투 끝에 하마스를 궤멸시켰다던 가자 북부 자발리야 난민촌에서 하마스의 격렬한 저항이 있다면서 병력을 재투입한 바 있다. 또 이스라엘군은 가자시티의 자이툰 인근 지역에서도 재차 병력을 투입해 하마스 소탕 작전을 반복적으로 진행했다.
2007년 이라크 전쟁 당시 미군 병력 3만명 증파를 감독했던 미 육군 예비역 대령 피터 만수르는 "만약 하마스 부대가 심각하게 파괴되었다면 이스라엘군이 아직도 싸우고 있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스라엘군이 아직도 가자지구에서 하마스 분자들을 제거하려 노력한다는 것은 네타냐후 총리가 틀렸다는 것을 보여준다"며 "하마스의 전투부대 재건 능력은 저하되지 않았다"고 해석했다.
익명을 요구한 이스라엘군 고위급 장교도 "우리는 하마스가 고개를 내미는 곳은 어디든 들어갈 것이다. 그런데 이런 핑퐁식 작전이 영원히 지속될 수 있을까"라고 반문했다. 또 그는 가자 작전을 골인 지점이 어디인지 모르는 마라톤 선수에 비유하면서 "뛰기는 하지만 올바른 방향으로 향하고 있는지는 모르는 격"이라고 비판했다.
가자 북부에서 최근 대피한 팔레스타인 주민은 "그곳에서 하마스는 상상하는 것 이상으로 강력하다. 그들은 민간인 사이에 숨어서 부대를 재건한다"고 말했다.
meola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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