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시론] '중진국 함정' 극복 성공사례 언급된 한국, 지금도 그러한가
(서울=연합뉴스) 세계은행(WB)은 고소득 국가로 도약하지 못하고 성장이 정체되는 '중진국 함정'을 극복하기 위한 전략을 제시하면서 대표적인 성공 사례로 우리나라를 언급했다. 정부에 따르면 세계은행은 최근 이런 내용의 '2024년 세계개발보고서'를 발표했다. 올해 보고서 주제는 중진국 함정이다. 중진국 함정은 개발도상국이 중진국으로 진입한 뒤 고소득 국가로 올라서지 못하는 현상을 말한다. 세계은행은 이를 극복하기 위해 투자(investment), 기술도입(infusion), 혁신(innovation)의 이른바 '3i' 전략을 제시했다. 저소득국에서 투자를 통해 성장을 시작하고, 중진국 단계 이후에는 해외 기술을 도입해 생산성을 제고해야 하며, 지속적 성장을 위해 낡은 제도와 관습을 창조적으로 파괴하는 혁신이 필요하다는 제언이다. 이같은 전략의 대표적 사례로 한국을 소개한 것이다.
세계은행에 따르면 한국이 고소득국으로 진입한 시점은 1990년대 중반이다. 세계은행은 "한국의 경제사는 모든 중소득국가의 정책입안자들이 반드시 숙지해야 할 필독서"라며 한국을 '성장의 슈퍼스타'로 언급했다. 세계은행이 한국의 고속 성장사를 언급하며 이를 바탕으로 개도국에 성장 전략을 제시한 점이 눈길을 모은다.
그러나 이런 보고서의 평가에 마냥 만족하고 안주할 일은 아니다. 세계은행의 호의적인 평가는 긍정적이지만, 지금의 한국 경제가 처한 상황이나 앞으로 미래에도 부합하는지에 대해선 의문이 없지 않다. 한국은 세계 유례를 찾기 힘든 저출산·고령화 상태에 처해 있다. 노동·교육·연금 개혁은 별다른 진전이 없다. 국가 부채는 1천조원을 넘어섰고 재정 건전성은 악화일로다. 재정은 국세와 지방세 가릴 것 없이 세수 위기에 직면해 있다. 세계은행은 최근 글로벌 경제 상황에 대해 지정학적 긴장으로 무역과 투자가 위축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포퓰리즘과 공공부채의 증가 등도 중진국 성장 전망을 어둡게 하는 요인으로 거론했다. 우리 경제도 성장의 비결인 기술 혁신과 투자가 지속되고 있는지 면밀히 되돌아봐야 할 때다. 불확실성이 커지는 미래에 선제적으로 대비해야 한다.
대통령실은 이번 보고서와 관련해 "정부가 추진하는 국가전략 기술 세제 지원, 첨단산업 기반 조성 등이 올바른 정책 방향임을 증명한 것"이라며 "우리 경제의 역동성과 생산성을 높일 수 있도록 지속적인 노력을 경주하겠다"고 밝혔다. 정부의 방침이 선언적 의미에 그쳐선 안 될 일이다. 성장 동력을 재차 확보하기 위한 비전과 대책이 지속해 강구돼야 한다. 정부와 기업, 정치권이 힘을 모아 나가야 한다. 고속 성장을 견인했던 경쟁력이 과거의 성공 사례로만 머물지 않도록 과감한 혁신에 나서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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