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탄불=연합뉴스) 김동호 특파원 = 이란 수도 테헤란에서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최고 정치지도자 이스마일 하니예가 어떻게 살해됐는지에 대한 의문이 풀리지 않고 있다.
사건 초기엔 하니예의 숙소를 겨냥한 '공중 공격'이 있었다는 보도가 흘러나왔다.
암살 당일인 지난달 31일(현지시간) 이란 반관영 파르스 통신은 "하니예가 공중에서 발사된 미사일에 순교했다"는 표현을 썼다.
같은 날 레바논의 친헤즈볼라 매체 알마야딘도 "미사일이 외국에서 날아왔다"는 이란 소식통 발언을 전했고, 아랍 매체 알하다스는 유도미사일이 하니예 거처를 타격했다고 보도했다.
이런 보도를 근거로 이스라엘의 드론, 미사일 또는 최신예 F-35 전투기 폭격이 거론됐다.
그러나 드론, 미사일로는 이스라엘에서 테헤란까지 약 1천600㎞의 장거리를 비행해 하니예가 묵는 방을 '일발필중'하긴 어려운 만큼 전투기를 동원한 근접 폭격에 무게가 기울었다.
그의 숙소가 외교관의 관저가 몰린 테헤란 북부 부유층 거주지인 자파라니예라는 점에서 장거리 미사일은 몇 m만 벗어나도 제3국의 외교관과 민간인이 몰살될 위험성이 크기 때문이다.
따라서 F-35 전투기가 이란의 방공망을 뚫고 최대한 테헤란에 가까이 비행해 정밀 유도미사일을 발사했다는 것이다.
2일 파르스 통신은 하니예가 어떻게 암살됐는지 구체적인 내용이 추가로 확인됐다며 "(테헤란) 자파라니예의 건물 4층에 있던 하니예의 거처가 (이스라엘의) 발사체에 맞았다"고 보도했다.
이에 건물 지붕과 창문 일부가 파손됐으며 하니예와 그의 경호원이 크게 다쳐 사망하게 됐다는 설명이다.
이에 앞서 미국 언론에선 하니예의 방에 미리 설치됐던 폭발물이 사용됐다는 보도가 나왔다.
전날 뉴욕타임스(NYT)는 중동 국가와 이란, 미국 등 다수 관료를 인용해 하니예 피살 약 2개월 전에 이미 폭탄이 숙소에 설치됐으며 지난달 31일 하니예가 방에 들어간 후 원격 조정으로 폭발된 것이라고 보도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과 악시오스 등은 이스라엘 정보기관 모사드가 테헤란을 자주 오가던 하니예의 행동 패턴을 분석해 그가 사용할 방을 정확히 파악했으며, 하니예 숙소에 설치된 폭탄에는 인공지능(AI) 기능이 탑재돼 있었다고 보도했다.
이란 당국은 아직 암살 경위와 방법을 공식적으로 발표하지 않았다.
자국을 찾은 최고위급 인사가 암살됐다는 사실만으로도 '치명상'을 입게 됐지만 이란으로선 기습적인 미사일 공격 쪽이 '불행 중 다행'이라고 할 수 있다.
하니예가 묵는 방이 외부로 노출돼 이곳에 폭탄이 미리 설치됐다면 경호와 정보전의 총체적 참패이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이란은 미사일, 드론 공격으로 규정하거나 구체적 경위를 아예 함구할 수도 있다.
공격 주체로 지목된 이스라엘 역시 과거 사례와 마찬가지로 이란 내 암살을 확인도, 부인도 하지 않을 가능성이 큰 만큼 하니예 암살의 실체적 진실은 한동안 밝혀지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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