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 '검으로 하는 체스?'…하버드대 동문회장 된 펜싱장
미·캐나다 대표팀에 8명 포진…"전략 요하는 펜싱에 지적 선수들 매료"
(서울=연합뉴스) 김연숙 기자 = 이번 파리올림픽에서 미국 남자 펜싱 사브르팀은 '하버드팀'으로 불린다. 선수 4명 중 3명은 하버드대 재학생, 1명은 신입생이다.
이들이 전부는 아니다. 미국팀 6명, 캐나다팀 2명 등 총 8명의 하버드대 동문이 이번 파리올림픽에 참가했다.
미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하버드대 펜싱 선수를 합치면 웬만한 국가 대표팀보다 규모가 크다고 31일(현지시간) 전했다.
파리올림픽에 참가한 펜싱 국가대표팀은 총 53개팀인데, '하버드 대표팀'은 이 중 42개 팀보다 규모가 크다.
하버드대 펜싱 선수들이 워낙 많아서 이미 '크림슨(하버드대 공식 색상) 대 크림슨 유혈 사태'가 벌어지기도 했다. 4학년 로렌 스크룩스(미국)는 2학년 제시카 궈(캐나다)를 이기고 은메달을 땄다.
미 아이비리그 명문 하버드대 출신 올림픽 펜싱 선수가 많은 이유를 이해하려면 펜싱이 기본적으로 '검으로 하는 체스'라는 속성을 이해해야 한다고 WSJ은 설명했다. 찌르기와 전략이 필요한 스포츠인 펜싱에 지적인 운동선수들이 매료된다는 것이다. 미국팀에는 하버드 외에도 스탠퍼드대 1명, 컬럼비아대 2명, 노트르담대 4명, 프린스턴대 5명 등 명문대 출신이 즐비하다.
그중에서도 하버드대는 올해 미국대학스포츠협회(NCAA)에서 사상 두번째 펜싱 타이틀을 거머쥐며 가장 돋보이는 성과를 냈다. 또 지난 3년간 6개의 개인 타이틀도 하버드대 소속 선수들에게 돌아갔다.
하버드대 동문인 미 펜싱대표팀 선수 엘리자베스 타르타코브스키는 "우리가 엄청나게 '따분한 모범생스럽지는'(nerdy) 않지만 어쨌든 그런 고정관념을 갖게 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하버드대 입학을 앞둔 콜린 히스콕(18)은 중국에서 태어나 미 캘리포니아에서 자랐고 프랑스에서 훈련을 받았다. 원하는 곳 어디든 갈 수 있는 실력이었지만 수학과 행동경제학, 그리고 펜싱을 배우기 위해 하버드대를 택했다.
아이비리그 학생이자 국제대회에 참전하는 펜싱 선수로 지내는 일은 쉽지 않다고 WSJ은 전했다. 학업도 운동도 쉽지 않지만 펜싱 국제대회에 오가는 비행기 안에서 과제를 하는 등 이중의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는 것이다.
일라이 더슈위츠는 이를 모두 해낼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 하버드대 졸업생인 그는 재학 시절 세계 1위의 사브르 펜싱 선수였다. 그는 코치 다리아 슈나이더의 제안을 받고 모교 보조코치를 맡았고, 파리올림픽에도 후배들과 함께 선수로 참가했다. 그의 지도를 받는 것은 후배들에게는 노벨상 수상자의 개인 교습을 받는 것과 같았다는 후문이다.
코치 슈나이더는 선수들이 하버드대생이라고 봐주지 않았고, 선수들은 그의 기준을 맞추기 위해 부단히 노력해야 했다.
슈나이더는 "우리는 그들에게 시니어 수준의 위대함을 요구했다"며 "그들이 주니어 수준의 펜싱 습관에 안주하지 않도록 정말 집요하게 노력했다"고 WSJ에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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