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은행 부총재' 출신 中교수 "中, 日 침체 경로 안 밟을 것"
"플라자 합의로 美에 굴복한 日과 달리 中 성장잠재력 강력해"
'중국산에 60% 관세' 트럼프 주장에 "중국은 그래도 탈출구 있다"
(서울=연합뉴스) 인교준 기자 = 중국은 일본의 경제 침체 경로를 밟지 않을 것이라는 중국 석학의 주장이 나왔다.
린이푸 베이징대 경제학 교수는 1일 보도된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인터뷰에서 미국과 관련해 중국 상황은 일본과 다르다면서 이같이 강조했다.
세계은행 부총재와 2013∼2023년 중국 국무원 고문을 지낸 린 교수는 개발도상국 경제 발전에서 정부가 산업 기반을 구축하고 최적화하는 데 적극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는 '새 구조 경제 이론'을 강조해왔으며, 중국에도 동일한 주문을 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우선 "1980년대 미국이 자국 국내총생산(GDP)의 65∼70%에 달했던 일본에 취한 행동과 현재 GDP 60∼70% 수준인 중국을 향한 태도는 유사하다"며 "1980년대 당시 미국은 다양한 방법으로 일본을 억압했다"고 짚었다.
이어 "그로 인해 세계 유수의 반도체 기업과 자동차 기업을 보유해 미국보다 더 저렴하고 품질 좋은 제품을 만들었던 일본은 압력에 직면했다"면서 "미국이 (엔화의 평가절상을 압박한) 1985년 플라자합의를 체결함으로써 일본 수출품의 경쟁력이 떨어졌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당시 미국은 과잉 생산 능력을 문제 삼아 일본 자동차 수입을 제한했고, 안보상 이유로 일본산 반도체 칩 수입을 차단하는 등 조처를 함으로써 일본 경제가 쇠락하는 계기가 됐고, 결국 일본의 30년 경제 침체로 이어졌다"고 분석했다.
린 교수는 그러나 "중국은 이 같은 일본의 길을 따르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현재 구매력 평가 기준으로 볼 때 중국의 1인당 GDP는 미국의 4분의 1, 시장 환율로 계산하면 6분의 1에 불과하다"는 말로 중국의 성장 잠재력이 강력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아울러 "중국은 인공지능(AI)과 빅테이터 등 신산업 분야에서 선진국과 동일한 출발선에서 경쟁하고 있고, 그와 관련한 대규모 숙련 노동자와 시장을 갖춘 최적의 제조 생태계는 물론 효율적인 시장과 효과적인 정부 역할을 결합한 산업 정책이 겸비돼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일본은 (플라자 합의 이후) 새로운 산업을 육성하기 위한 산업 정책을 포기했기 때문에 경제가 정체됐다"고 진단하면서 "하지만 중국은 그렇지 않을 것이고 계속해 발전할 것"이라고 역설했다.
린 교수는 연말 미 대선을 앞두고 공화당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모든 중국산 제품에 60%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힌 데 대한 견해를 묻자 "중국은 자체적인 이점을 활용하고 대외 개방을 유지하면서 다른 나라들이 의존할 수 있는 경제발전을 해가야 한다"며 "탈출구가 있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그는 "대중 경제 봉쇄는 중국은 물론 미국 자신도 어려움을 겪게 될 일"이라고 덧붙였다.
린 교수는 또 지난달 15∼18일 열린 중국공산당 제20기 중앙위원회 제3차 전체회의(20기 3중전회) 결정문을 통해 중국 당국이 시장(市場) 역할을 격하한 것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 "정부 정책의 유연한 대응"이라고 답했다.
그는 "현재 중국의 경제 발전 단계가 직면한 새로운 상황에 대응하기 위해 3중전회에서 시장을 개선하기로 결정한 것"이라며 "기업이 개발 기회를 잡을 수 있도록 제한을 더 완화해야 하나 독점을 포함한 체계적 위험이 발생할 때 정부는 질서를 유지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실제 중국 당국이 발표한 이번 3중전회 결정 요약문에는 "경제에서 시장 메커니즘 역할을 강화하고 한층 공정하고 역동적 시장 환경을 조성하며, 자원 배분의 효율성을 최적화한다"고만 명시됐다. 이는 이전의 3중전회 결정 요약문에 늘 포함됐던 "시장이 경제에서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는 문구를 대신한 것이었다.
린 교수는 전기자동차·배터리·태양광 등 '3대 신(新)성장동력' 산업에 대한 중국 당국의 과도한 투자와 관련한 우려도 나온다는 물음에 "개발도상국은 비교우위에 바탕을 둔 지속적인 기술혁신과 산업 업그레이드가 필요하다"는 말로 중국 정부의 산업 정책을 옹호했다.
그는 "2차 세계대전 이후 선진국을 따라잡은 개도국은 거의 없으며 대부분 중진국 함정에 빠졌다"면서 "다만 동아시아 경제권 몇 개국과 이스라엘은 예외로, 이들 국가는 비교 우위 확대를 위해 적극적인 산업정책을 활용했다"고 강조했다.
그는 시 주석 집권 이후 중국 당국의 국유기업 선호 추세와 관련해 "2008년 이후 중국 전체 경제에서 국유기업 비중이 증가한 건 사실이지만 대부분 고속도로·고속철도·5G 통신 등 공공 인프라 분야로, 이는 경제적 개발·안정 유지에 필수적이며 당연히 '더 크고 더 강하게'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kjihn@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