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네수 마두로, 대법에 대선 개표 감사 청구…요식행위 될 수도
"사법부 심리에 응할 용의"…NYT "대법원 주요지위에 친여인사들 포진"
(멕시코시티=연합뉴스) 이재림 특파원 = 대통령 3선에 성공한 것으로 발표된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이 7·28 대선과 관련해 야권과 국제사회의 부정선거 의혹 제기에 맞서 대법원에 개표 감사를 청구했다.
마두로 대통령은 31일(현지시간) 국영 TV방송(VTV)에서 생중계한 연설에서 "오늘 대법원에 대선 개표 과정에 대한 전반을 감사해줄 것을 요청하는 취지의 청구를 했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 정부를 향한 쿠데타 시도와 공격을 방어하고 모든 것을 명확히 하기 위한 결정"이라고 설명한 뒤 "베네수엘라에 대한 글로벌 음모의 증거가 횡행하는 가운데 우리는 각종 범죄 행위를 통제하고 있다"고 밝혔다.
마두로 대통령은 이날 직접 법원에 출석해 관련 서류를 냈다고 현지 일간 엘우니베르살은 보도했다.
이 신문의 기사에 실린 사진을 보면 이 자리에는 호르헤 로드리게스 국회의장, 델시 로드리게스 부통령, 이반 힐 외교장관, 레이날도 무뇨스 법무부 장관 등 입법부와 행정부 핵심 인사가 총출동했다. 영부인 실리아 플로레스도 동행했다.
미 일간 뉴욕타임스(NYT)를 비롯한 주요 언론은 베네수엘라 대법원을 비롯한 사법부 내 주요 직위에는 친(親)여당 성향 법관이 포진돼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
야권 역시 사법부를 '친정부 권력 집단'으로 규정한 바 있다.
앞서 베네수엘라 대법원은 지난해 10월 여당에서 제기한 야권의 예비선거관리위원회 경선 효력을 정지하는 처분을 내리기도 했다.
이에 따라 마두로 대통령의 이번 청구는 불투명하게 진행됐다는 지적을 받는 대선 개표 과정에 대한 국내외의 거센 비판을 의식한 '요식 행위'에 그칠 가능성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마두로 대통령은 별도의 연설에서 집권당인 통합사회주의당(PSUV)에서 자신의 승리를 100% 증명할 수 있는 기록을 제출할 수 있다면서, "정의 앞에 나를 던지고, 사법부 심리와 조사에 응할 용의가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현지 일간 엘나시오날은 전했다.
앞서 야권 지도자 마리아 코리나 마차도는 대선 이튿날인 지난 29일 지지자들에게 "우리가 파악한 결과 우리의 에드문도 곤살레스 후보는 약 620만표를 확보해, 270만표에 그친 마두로에 압승했다"고 주장한 바 있다.
미국 정부는 투표 결과를 투명하게 공개하라며 베네수엘라를 연일 압박하고 있다.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국가안보소통보좌관은 이날 "베네수엘라에 대한 미국과 국제사회의 인내심이 바닥나고 있다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며 "베네수엘라 선거 당국이 모든 세부 데이터를 깨끗하게 공개하기를 기다릴 수 있는 시간이 다 돼가고 있다"고 말했다고 AFP통신은 보도했다.
walde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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