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 흉기난동 참사 이후 이틀연속 극우 시위…경찰과 충돌(종합)
"흉기난동범은 무슬림 망명신청자" SNS 루머 확산에 극우 시위
(런던=연합뉴스) 김지연 특파원 = 영국 소도시에서 벌어진 어린이 댄스교실 흉기난동 사건이 엉뚱하게 반이슬람 폭력 시위로 번졌다.
31일(현지시간) 로이터 통신과 BBC 방송 등에 따르면 사건이 일어난 잉글랜드 북서부 사우스포트에서 전날 밤 이슬람을 반대하는 시위가 벌어졌다.
시위는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흉기난동범이 무슬림 망명 신청자라는 확인되지 않은 소문이 퍼지면서 벌어졌다.
시위대는 모스크(이슬람 사원) 앞에 세워진 경찰차와 일반 차량에 불을 지르고 인근 건물의 벽을 허물어 경찰관들을 향해 벽돌을 던졌다. 상점 유리창을 깨고 약탈하기도 했다고 목격자들이 전했다.
경찰에 따르면 경찰관 53명이 다쳤으며 골절이나 뇌진탕을 겪은 중상자도 8명 나왔다.
경찰은 이와 관련해 4명을 체포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이번 시위의 배후에 극우 단체 '영국수호리그'(EDL)가 있는 것으로 추정했다.
일간 가디언은 일부 시위자가 "토미 로빈슨"이라는 구호를 외치는 모습을 담은 영상을 전했다. 토미 로빈슨은 EDL을 공동 설립한 영국의 반이슬람 활동가다.
이번 폭력 사태는 흉기난동 사건 피해자들을 위한 지역사회 주도의 추모회가 열린 직후 일어났다.
지난 29일 댄스교실에 침입한 남성이 흉기를 휘둘러 6∼9세 여자 어린이 3명이 숨졌고 어린이 8명과 성인 2명이 다쳤다.
경찰은 이 사건의 피의자가 17세 남자가 웨일스 카디프 태생으로 사우스포트 인근 마을 뱅크스에 거주해 왔다고만 밝히고 종교는 공개하지 않았다. 영국에서는 미성년 피의자는 신상이 자세히 공개되지 않는다.
BBC는 용의자의 부모가 르완다 출신이고 이 피의자와 그 형은 카디프에서 태어났으며 가족이 2013년 이 지역으로 이사한 것으로 파악된다고 전했다.
소셜미디어에는 아랍식 이름이 범인의 이름이라며 떠돌았고 그가 소형보트를 타고 영국에 입국한 지 얼마 안 되는 이주민이라는 유언비어도 퍼졌다.
경찰은 소셜미디어에 도는 피의자의 이름은 사실과 다르다며 "수사가 진행되는 동안 과도한 억측을 하지 말라"고 당부했다.
키어 스타머 총리는 엑스(X·옛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사우스포트 주민들은 우리의 지원과 존중을 받을 자격이 있다"며 "희생자를 위한 추모회를 폭력으로 강탈한 자들이 슬픔에 잠긴 지역사회를 모욕했다"고 폭력 시위대를 비판했다.
이어 "이들은 법의 완전한 힘을 느끼게 될 것"이라고 강경 대응을 경고했다.
극우 성향 영국개혁당의 나이절 패라지 대표는 전날 엑스에 올린 영상에서 "경찰은 테러 사건은 아니라고 한다. 나는 단지 진실이 우리에게 막혀 있는지 궁금하다"고 말했다.
이에 반브렉시트 운동 중 극우 운동가에게 살해된 조 콕스 노동당 의원의 남편 브렌던 콕스는 BBC에 패라지 대표가 군중을 선동한다면서 "정장을 입은 토미 로빈슨(EDL 설립자)에 다름없다"고 비판했다.
31일 저녁에는 총리 관저가 있는 다우닝가 바깥쪽에서 극우 시위가 벌어졌다.
런던경찰청은 시위대에 다우닝가 입구의 특정 장소에서 벗어나선 안 되며 오후 8시 30분까지 해산해야 한다는 조건을 걸었다.
그러나 시위대는 경찰을 향해 캔과 유리병을 던지는 등 경찰과 충돌했다.
이들은 "우리나라를 되돌려달라", "우리 아이들을 구하라", "토미 로빈슨" 등의 구호를 외쳤으며 정부 청사가 있는 거리인 화이트홀을 행진했다고 텔레그래프 등은 전했다.
일부 시위자들은 흉기난동 희생자들의 사진이 담겨 있는 티셔츠를 입고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시위자 최소 12명이 경찰에 연행됐다고 스카이뉴스는 전했다.
cheror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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