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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인 52%가 불신…연방대법원 지지도 수년째 바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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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인 52%가 불신…연방대법원 지지도 수년째 바닥
낙태권 폐기 등 논란 맞물려 수직낙하 후 회복 실패
종신직에 보혁 불균형…바이든 사법개혁안 등 귀추 주목


(서울=연합뉴스) 장재은 기자 = 미국 내 복잡다단한 갈등의 종착역인 연방 대법원에 대한 미국민의 지지도가 역대 최저 수준으로 나타났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갤럽이 30일(현지시간) 공개한 설문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대법원의 업무수행 방식을 지지한다는 답변은 43%였다.
이는 갤럽 설문조사 작성 이래 최저 기록인 2021년 9월 40%와 비슷한 수준이다.
이번 조사에서 대법원의 업무수행 방식을 지지하지 않는다고 답변한 이들은 52%에 달했다.
대법원 지지율은 2000년, 2001년 62%로 최고였고 2020년까지도 58%를 기록하는 등 대부분 기간 국민 과반의 호응을 받았다.
하지만 대법원이 2021년 텍사스주의 매우 엄격한 낙태 금지법 차단을 거부하고 2022년 연방 차원의 낙태 권리를 인정했던 '로 대 웨이드' 판결을 폐기하면서 지지율이 급격히 하락했다.
당시 과반 밑으로 떨어진 지지율과 과반 위로 치솟은 불신율은 지금까지 비슷한 수준으로 유지되고 있다.
이번 설문조사에서는 올해 11월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민주당과 공화당으로 양분된 여론도 뚜렷하게 나타났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대선후보로 나서는 공화당 당원 사이에서는 대법원의 지지율이 66%로 평균보다 23% 포인트 높았다.
반면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을 사실상 후보로 내세운 민주당 당원 중에서는 그 수치가 평균보다 18%포인트 낮은 15%에 그쳤다.
지지 정당에 따라 크게 달라지는 대법원에 대한 여론은 2015년에도 한 차례 목격된 바 있다.
당시 대법원은 현재 낙태권과 비슷한 수준의 논쟁적 사안인 동성결혼을 허용했다. 그해 공화당 당원들의 대법원 지지율은 18%였다.

올해 대법원 지지율 조사는 이달 1일부터 21일까지 18세 이상 성인 1천10명을 대상으로 이뤄졌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4% 포인트다.
소송이 흔한 미국에서 연방 대법원은 전국에 있는 모든 분쟁을 해소하는 최후의 심판기관이다.
그러나 현재 대법원은 그 구조나 성향을 둘러싼 비판, 공정한 판정이 이뤄질지에 대한 의심에 시달리고 있다.
일단 연방 대법원은 보수 대법관 6명, 진보 대법관 3명으로 이뤄져 보혁 균형이 완전히 허물어졌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관행을 깨고 임기 말에 1명 공백을 메우는 등 재임 시절 보수성향이 강한 법관 3명을 몰아넣은 결과다.
대통령의 지명, 의회의 인준을 받아 취임하는 대법관은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죽을 때까지 권한을 행사하는 종신직이다.
국가의 원로 격인 대법관들의 편파성이나 비리 정황도 대법원 불신에 한몫하는 것으로 관측된다.
보수 성향 대법관인 새뮤얼 얼리토 대법관은 2020년 대선의 결과를 부정하는 상징인 이른바 '거꾸로 성조기'가 집에 걸려 논란이 일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선거 조작이 이뤄졌다는 근거 없는 주장을 되풀이하며 아직도 대선 결과를 인정하지 않고 있다.
마찬가지로 보수 성향 대법관인 클래런스 토머스 대법관은 공화당 후원자 등으로부터 호화 여행을 비롯한 향응을 받아 거센 비판을 받았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이런 상황에서 대법원의 신뢰 위기를 강조하며 대법원 개혁안을 제시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전날 민권법 60주년을 기념하는 연설에서 연방 대법관의 임기를 18년으로 제한하는 등 내용을 담은 사법 개혁안을 발표했다.
그는 "최근 몇 년간 대법원이 내린 것과 같은 극단적인 의견들이 오랜 기간 확립된 민권 원칙과 보호를 약화시키고 있다"고 주장했다.

jangje@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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