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메프에 '미정산금 보호' 주문만…뒷짐 진 금감원에 질타
2차례나 MOU 맺었지만 미정산 사태 못막아…"사후관리 전무"
(서울=연합뉴스) 임수정 기자 = 금융감독원이 작년 말 티몬·위메프와 맺은 업무협약(MOU)에는 '미상환·미정산잔액에 대한 보호 조치 강구'라는 내용이 포함됐으나 실질적인 조치를 끌어내진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
금융당국이 사전 관리·감독에 실패해 티몬·위메프 미정산 사태를 키웠다는 국회 질타에 이복현 금감원장은 "송구하다"고 답변했다.
30일 국회 정무위원회에서 진행된 티몬·위메프 사태에 대한 긴급현안 질의에서는 금융감독원이 티몬·위메프와 맺은 업무협약(MOU) 내용이 공개됐다.
금감원은 그간 비밀 유지 조항 등을 이유로 MOU 내용을 국회에 제출하지 않았지만, 이날 정무위 질의에 참석한 티몬·위메프 대표들의 제출 동의가 이뤄짐에 따라 즉각 관련 내용이 국회에 보고됐다.
국회 정무위 여당 간사인 국민의힘 강민국 의원실에 따르면 MOU는 지난 2022년 6월과 2023년 12월 두 차례에 걸쳐 체결됐다.
금감원은 반기마다 전자금융업자의 경영지도기준 준수 여부를 점검하던 중 티몬·위메프가 각각 2017년 이후, 2020년 이후 지속적으로 해당 기준을 지키지 못함에 따라 MOU를 맺게 됐다.
전자금융감독규정 63조는 티몬·위메프와 같은 전자지급결제대행사(PG사)에 대해 '자기자본이 항상 0을 초과해야 한다'거나 '미정산 잔액 대비 투자 위험성이 낮은 자산의 비율을 100% 이상으로 유지해야 한다'는 등의 경영지도 비율을 규정하고 있다.
1·2차 MOU 모두 경영지도비율 개선을 위한 개선 계획을 충실히 이행해야 하며, 이를 지키지 않을 경우 인력·조직 운영 개선 요구, 경비 절감 요구·전자금융업 등록 말소 유도 등을 조치할 수 있다는 내용을 담았다.
특히 이번 사태의 핵심인 '미상환·미정산잔액에 대한 보호 조치'도 요구할 수 있다고 돼 있다. 신탁이나 지급보증보험 가입 등을 구체적인 방식으로 언급하기도 했다.
작년 말에 맺은 2차 MOU에서는 한 걸음 더 나아가 '사업자의 노력 의무' 조항도 본문에 넣었다.
'사업자는 미상환·미정산잔액의 보호조치를 위한 방법을 강구하고 이를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조항이다.
아울러 경영개선계획과 관련한 세부 이행 계획을 살펴보면 올해 3분기까지 '신규 투자 유치 시 최대 1천억원 및 투자금의 20% (별도) 예치'와 같은 내용도 포함됐다.
해당 조항들만 제대로 이행됐어도 이번 사태의 피해 규모를 상당히 줄일 수 있었을 것으로 보이는 내용들이다.
문제는 이러한 내용들이 전혀 현실화하지 않은 데 있다.
금감원은 허가를 받아야 하는 금융사와 달리 등록업체인 PG사에 대해서는 경영개선 권고나 명령 등 법적 권한을 갖고 있지 않아 실효성 있는 조치를 끌어내는 데에는 한계가 있었다는 입장이다.
이복현 금감원장은 "부족해서 송구스럽다"며 "2023년 12월에는 미상환금액에 대해 별도 관리를 요구하고, 자료증거를 요청했지만 (큐텐 측에서) 응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날 국회에서는 여야를 막론하고 "금융당국의 직무유기"라는 비판이 쏟아졌다.
사회민주당 한창민 의원은 "경영개선조치에 대해서 MOU를 맺어 놓고도 사후관리가 전혀 안 돼 있다. 그냥 종이 쪼가리"라고 지적했다.
국민의힘 유영하 의원도 "63조 규정에 따라서 MOU를 체결했지만 실효성이 없다"며 "규정을 두면 되는데 입법이 안 돼 있어서 (실효성 있는 조치를) 못했다고 하면 금감원은 문을 닫아야 한다"고 비판했다.
강민국 의원도 "20년 가까이 전자금융업자에 대해 매년 반기별로 경영지도기준 준수 여부 점검에다 문제가 심각한 전자금융업자에게는 별도로 경영개선계획 협약까지 체결하여 관리했는데도 불구, 협약 불이행에 따른 제재 근거를 마련하지 않았다는 것은 금융감독원의 직무유기"라고 비판했다.
한편, 한기정 공정거래위원장도 정산시스템 오류라는 위메프의 주장을 그대로 믿어 현장 점검이 늦어졌다고 의원들이 지적하자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며 고개를 숙였다.
sj9974@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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