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르도안, 가자전쟁 개입 시사…이스라엘 반발
이스라엘 "사담 후세인의 말로 기억하라"
(이스탄불=연합뉴스) 김동호 특파원 =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이 팔레스타인 지원을 명분으로 가자지구 전쟁 개입을 시사했다고 로이터, 아나돌루 통신 등이 2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이날 저녁 집권 정의개발당(AKP) 회의 연설에서 "오늘 가자를 완전히 파괴한 이들이 내일 아나톨리아(튀르키예 지역)로 눈을 돌리지 않을 것이라고 누가 보장할 수 있겠나"라고 주장했다.
그는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에 이런 터무니없는 짓을 하지 못하게 하려면 우리가 매우 강해져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스라엘을 향해 "우리는 카라바흐에 진입했던 것처럼, 리비아에 진입했던 것처럼, 그들에게 비슷하게 할 수 있다"며 "그렇게 못할 이유가 없다"고 했다.
2020년 튀르키예가 유엔이 인정하는 리비아 서부 수도 트리폴리의 리비아통합정부(GNU·이전에는 GNA)를 지원한다며 파병했던 사례와 같이 가자지구 전쟁에 개입할 수 있다는 뜻으로 해석될 수 있는 대목이다.
비슷한 시기 나고르노-카라바흐 지역 영토를 놓고 아르메니아와 분쟁을 벌인 동맹국 아제르바이잔을 위해서 튀르키예는 군사훈련 등을 모든 수단을 제공했다고 밝힌 바 있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작년 10월 가자지구 전쟁이 발발한 뒤로 줄곧 하마스와 팔레스타인을 옹호하며 이스라엘의 군사작전을 앞장서 비판해왔다.
이스라엘은 즉각 반발했다.
이스라엘 카츠 이스라엘 외무장관은 엑스(X·옛 트위터)에서 "에르도안이 (이라크) 사담 후세인의 뒤를 이어 이스라엘을 침공하겠다고 위협한다"고 비난했다.
그러면서 에르도안 대통령과 사담 후세인이 2003년 미군에 체포됐을 당시 모습을 붙인 사진을 게시하며 "그때 무슨 일이 일어났고 어떤 말로를 맞았는지를 에르도안에게 상기시켜주자"고 말하기도 했다.
1991년 사담 후세인은 걸프전 도중 이스라엘을 전쟁에 끌어들이려 텔아비브에 스커드미사일 수십발을 쏜 적이 있다. 그는 2003년 미국의 이라크 침공 때 체포돼 2006년 12월 사형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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