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영배 대표, 큐텐 통해 큐익스프레스 등 수직계열 전반 지배
구영배, 큐텐의 최대주주…큐익스프레스 지분도 29.4% 보유
큐익스프레스, 큐텐과 구 대표가 1∼2대주주
(서울=연합뉴스) 성혜미 기자 = 티몬·위메프의 정산과 환불 지연 사태 대주주 경영 책임론에 휩싸인 큐텐그룹 설립자 구영배 대표가 최근까지 큐텐을 통해 큐익스프레스 등 그룹 전반에 영향력을 행사하면서 사실상 경영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미국 나스닥 상장을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진 큐익스프레스는 최근 구 대표가 최고경영자(CEO) 자리에서 사임했다며 선을 그었지만, 구 대표는 비상장사인 큐텐의 최대주주로 있으면서 큐익스프레스 지분도 30% 가까이 보유한 것으로 확인됐다.
29일 금융당국과 유통업계, 싱가포르기업청(ACRA) 등에 따르면 구 대표는 다시 한번 미국 나스닥 증시 상장을 통한 성공을 꿈꾸며 2010년 싱가포르에 이커머스 플랫폼인 큐텐을 설립했다.
큐텐그룹은 싱가포르에 있는 모기업 큐텐이 한국 내 티몬, 위메프 등의 기업과 싱가포르 큐익스프레스 등을 산하에 두고 거느리는 형태로 돼 있다.
지분구조를 보면 구 대표가 큐텐 지분 42.8%를 보유해 그룹의 정점에 있다. 이 큐텐이 산하에 티몬과 인터파크커머스를 100% 자회사로 두고 있으며 큐텐코리아와 함께 위메프 지분 72.2%를 갖고 있다.
그룹의 핵심인 큐익스프레스는 구 대표가 큐텐의 자체 물류 시스템을 갖추기 위해 2011년 싱가포르에 설립한 물류회사이다.
구 대표가 큐익스프레스의 나스닥 상장 성공을 위해 무리하게 인수합병(M&A)과 자금 돌려막기를 하다가 이번 사태가 발생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싱가포르기업청에서 확보한 큐익스프레스의 기업정보 자료를 보면 큐익스프레스 최대주주는 보통주(2천105만주) 기준 큐텐으로, 지분 65.9%(1천387만주)를 보유하며 구 대표가 지분 29.4%(618만주)를 소유한 2대 주주로 있다.
나머지 지분은 리비어 마스터(Revere MASTER SPV LLC, SERIES 1)와 개인 투자자들이 보유한다.
우선주(1천94만여주) 주주로는 서울 소재 퀸홀딩스(91.8%)와 미국 소재 리벤델인베스트먼트(Rivendell investments 2018-2 LLC)(8.2%)가 올라 있다.
구 대표는 티몬·위메프 사태가 확산하기 직전까지 큐익스프레스 최고경영자(CEO)로도 있었다.
큐익스프레스는 지난 26일 밤 구 대표가 CEO 자리에서 사임하고 후임에 마크 리 최고재무책임자(CFO)를 선임했다고 밝혔다.
이어 이튿날 보도자료를 통해 "큐텐그룹 관계사의 정산 지연 사안과 큐익스프레스 사업은 직접적 관련은 없으며 그 영향도 매우 적은 상황"이라고 선을 긋고 "물동량 중 약 90%는 해외물량"이라고 선을 그었다.
국내 업계와 금융감독당국 등에선 구 대표의 대주주 경영책임을 거론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티몬·위메프 사태 해결을 위해 카드사와 결제대행업체(PG사), 페이사들이 고객 선(先) 환불에 나서고, 정부가 피해 중소기업에 긴급 경영안정자금 지급을 추진하는 상황에서 구 대표도 대주주로서 경영책임을 져야 한다는 것이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전날 설명 자료를 통해 "큐텐그룹 측에 책임 있는 자세로 사태 수습에 나서줄 것을 촉구하고 있다"며 "금융당국은 큐텐 측에 자금조달 계획을 요구했으나 실제 자금조달 계획은 아직 제출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다만, 그룹 전반적으로 당장 끌어다 쓸 자금이 많지 않은 것으로 추정되는 데다 큐익스프레스가 아직 나스닥 상장을 통한 차익을 거둔 단계가 아니어서 당장 큰 자금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더구나 큐익스프레스는 현재까지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 전자공시시스템(EDGAR) 리스트에 이름이 오르지 않아 아직 공식적인 상장 심사 절차가 진행되는지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
큐텐은 2021년 기준 유동부채가 5천177억원으로 유동자산(1천454억원)의 3.5배에 이르며 누적 결손금도 4천316억원에 달했다.
큐익스프레스도 설립 13년 만에 누적 물동량 2억 박스를 돌파하는 등 성장세를 보이고 있으나 아직 재무구조는 열악하다.
2022년 말 기준 재무제표상 자본금은 930억원이지만 누적결손금이 1천294억원으로 자본잠식 상태다. 매출액은 5천126억원이었으나 영업손실이 537억원 났다.
큐익스프레스는 최근 주주명부와 지분구조 확인을 요청하자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 규정상 관련 자료를 제공할 수 없다"며 "큐익스프레스는 주주와 이사회 구성상 큐텐 또는 구 대표가 독립적인 경영에 영향을 줄 수 있는 구조가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싱가포르기업청 자료는 단순 보통주 기준의 정보로 지분 전환권 등 각종 권리를 고려하지 않은 표면적인 주주 구성"이라고 강조했다.
noano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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