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언론 "사도광산 '등재 합의' 배경엔 양호한 한일 관계"
아사히 "'강제 노동' 해석 대립 피하면서 양국 여론 배려 형태 합의"
"조선인 노동자 '가혹한 환경' 전시실 마련으로 한국 측 신뢰 얻어"
(도쿄=연합뉴스) 경수현 특파원 = 일제강점기 조선인 강제노역 현장인 일본 사도 광산이 27일 컨센서스(전원동의) 방식으로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될 수 있던 배경에는 한일 양국의 양호한 관계가 자리 잡고 있다는 분석이 일본 언론에서 나왔다.
아사히신문은 이날 "사도 광산의 세계유산 등재를 둘러싼 쟁점 중 하나는 한반도 출신 노동자의 '가혹한 노동'을 어떻게 평가하느냐였다"며 "최근 전례 없는 (한일 양국간) 양호한 관계도 합의를 뒷받침했다"고 평가했다.
일본이 2010년 사도 광산을 세계유산 추천 잠정 목록에 넣는 등 세계유산 등재를 추진하자 한국은 강제노동의 피해 현장이라는 점을 문제 삼아왔다.
하지만 일본 정부는 '조약상의 강제노동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의견을 바꾸는 데 대해선 부정적이었다.
양국 정부가 현재의 타협점을 찾기 위한 물밑 교섭을 본격화한 계기는 지난달 유네스코 자문기구인 국제기념물유적협의회(ICOMOS·이코모스)가 사도 광산에 대해 "등재될 만한 가치가 있다고 판단한다"면서도 여러 지적 사항을 붙여 '보류'를 권고하면서라고 이 신문은 전했다.
이코모스는 당시 '추가적 권고'를 통해 "전체 역사를 현장 수준에서 포괄적으로 다루는 설명·전시 전략을 책정해 시설·설비 등을 갖출 것"을 주문했다.
'전체 역사를 반영해야 한다'는 한국 입장을 반영한 것이다.
세계유산 등재 여부는 관례상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WHC) 21개 위원국의 컨센서스로 결정되는데, 한국도 위원국에 포함돼있어 한국의 동의가 한층 더 필요해졌다는 얘기다.
이에 일본 정부는 조선인 노동자를 비롯해 당시 사도 광산 노동자들이 가혹한 환경에 있었다는 점을 상세하게 전시하는 쪽으로 대안을 모색했고 아이카와 향토박물관에 전시실을 마련함으로써 2015년 하시마(端島, 일명 '군함도') 탄광 등재 때와 같은 '약속 미이행'을 우려하던 한국 정부로부터 신뢰를 얻어냈다고 신문은 평가했다.
이 신문은 "'강제 노동' 해석을 둘러싼 대립을 피하면서 양국 정부가 서로 자국 여론도 배려하는 형태로 합의한 것"이라며 "총리 관저 주변에서는 '한일관계의 새로운 시대'라는 흥분 섞인 평가도 나온다"고 전했다.
마이니치신문도 사도 광산의 세계유산 등재를 둘러싸고 한국이 '강제 노동의 현장'이라는 점을 주장하면서 한일간 새로운 불씨가 될 가능성이 있었다며 "그러나 지난해 양국 정상간 셔틀 외교 재개 등 한일 관계가 개선된 가운데 실무자간 대응을 통해 한국 측의 협조를 끌어냈다"고 전했다.
evan@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