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올림픽 개막식 직전 파리 시내는 온통 바리케이드
기자·자원봉사자도 예외 없이 통행증 없으면 "돌아가시오"
(파리=연합뉴스) 송진원 특파원 = "어제보다 한층 경계가 강화됐어요. 안전을 위해서라지만 불편하긴 하네요."
2024 파리올림픽 개막식을 5시간 앞둔 26일(현지시간) 오후 2시30분께.
경찰의 보안 구역이 이날 오후 1시부터 확대되면서 오전까지만 해도 통행이 자유로웠던 엘리제궁 근처 골목에도 철제 바리케이드가 세워졌다.
이 골목을 통과하면 센강까지 지름길로 갈 수 있지만 그 길이 막혀 버렸다.
이날 오후 3시15분에 엘리제궁에서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각국 귀빈을 초대하는 리셉션아 예정돼 인근 경계수위가 한층 강화됐다.
올림픽은 명실공히 '지구촌 축제'이지만 이번 올림픽은 우크라이나 전쟁, 가자지구 전쟁과 겹치면서 정치적 목적의 돌발 사태 위험이 여느 때보다 커져 프랑스 당국은 바짝 긴장하고 있다.
경찰들은 통로 차단에 갈 길을 잃은 시민과 관광객들에게 연신 "좌측이나 우측으로 이동해서 두 번째 골목까지 간 뒤 꺾으면 길이 열려 있다"고 안내했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가 발급한 AD카드를 보여주며 "통과하면 안 되겠느냐"고 물어보자 경찰은 단호히 "안 된다"고 거절했다.
그 구역 내 거주민이거나 직장인이라는 걸 증명하는 통행증(QR코드)이 없으면 취재진이건 올림픽 자원봉사자건 예외는 없었다.
스페인에서 자원봉사자로 참여하러 왔다는 레오노르 로페즈는 "센강까지 가야 하는데 자원봉사자 카드로도 통과가 안 된다고 해서 돌아 돌아가는 중"이라며 "어디까지 가야 하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시민 대부분은 경찰의 지시에 따라 순순히 발길을 돌렸지만 경찰과 시비가 붙어 언성을 높이는 이도 종종 눈에 띄었다.
파리시에서 발급한 출입 인증서를 목에 건 한 50대 프랑스 여성은 경찰에게 "여기까지 막아 놓으면 어떻게 하느냐. 당신들 때문에 일을 할 수가 없다"고 따져댔다.
경찰들은 "우리는 지시받은 대로 할 뿐"이라며 더 이상 이 여성에게 대꾸하지 않았다.
바리케이드가 없는 골목을 찾아 빙 돌아 나가니 개선문과 콩코르드 광장을 잇는 샹젤리제 거리에 닿았다.
샹젤리제 거리도 이날 일반 차량은 통행이 금지돼 차도로 사람이 다닐 수 있었다.
도로 가장자리 차로는 경찰 차량이 줄지어 주차돼 있었다.
경찰들은 무리를 지어 순찰하거나 바리케이드 안쪽에서 지나가는 시민들을 '매의 눈'으로 뚫어져라 감시하고 있었다.
이런 샹젤리제 모습을 지켜보고 있던 미국인 수전 핸슨(56) 씨는 "어제도 보안이 심했는데 오늘은 더 심해진 것 같다"고 말했다.
튀르키예에서 올림픽을 보러 왔다는 누르단(45) 씨 가족은 샹젤리제의 한 벤치에 앉아 황당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누르단 씨는 "곳곳에 바리케이드가 세워져 어디를 갈 수가 없다. 보안 조치가 너무 심하다"며 "불편하긴 하지만 위험한 사람들이 있으니 이렇게 대비하는 게 맞는 것 같긴 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오늘 개막식이 끝나면 내일부터는 좀 구경을 다닐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한다"고 했다.
s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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