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헨 국민, 만연된 경제위기에 독창적 방법으로 살 길 모색"
AP, 시위대 근처 간이화장실·빈민촌 빨래방 등 사례 소개
(부에노스아이레스=연합뉴스) 김선정 통신원 = 고물가 불경기로 극심한 경제 위기를 겪고 있는 아르헨티나에서 시민들이 독창적인 방법으로 제 살길을 모색하고 있다고 AP가 2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AP는 "아르헨티나 국민은 새로운 경제 위기에 직면해 자신들의 독창성을 시험한다"라는 제하의 기사에서 연 271%에 이르는 세계 최고 수준의 물가상승률과 이에 따른 구매력 상실로 인한 소비 급감, 그리고 지난 12월 출범한 하비에르 밀레이 정부의 강력한 개혁으로 더더욱 추운 겨울을 보내는 아르헨티나 국민들의 이색적인 '창조경제' 사례를 조명했다.
몇 달 전에 실업자가 된 알레한드라는 거리에서 양말을 팔기 시작했다. 그는 하루가 멀다고 시내에서 벌어지는 대규모 반정부 시위를 살펴보다 시위대가 근처에 화장실이 없어서 불편을 겪는 것을 보고 돈 벌 기회를 알아챘다.
그는 시위대 근처에 간이 텐트를 치고 그 안에 양동이를 넣고 이른바 원시적인 간이 화장실을 운영하기 시작한 것이다. 사용료는 고정제가 아닌 팁 개념으로 시위자들이 원하는 만큼 지불하면 되는 방식이다.
부에노스아이레스 근교인 아베야네다 지역에 사는 21세인 파트리시오 로페스는 어머니와 함께 집에서 빨래방 일을 시작했다.
그가 사는 가난한 동네에는 빨래방이 없으며, 팬데믹 때 가족들을 돕기 위해 시작한 이 일은 이제 가족의 주 수입원이 됐다.
어머니와 함께 이웃들의 일반 옷, 코트, 침대 시트, 이불 등을 빨며, 기회가 되면 대용량의 세탁기를 구입하기를 원한다는 그는 최근 세탁물 배달에 사용하는 오토바이를 도난당했으나, 자전거를 이용하든 걸어가든 "팔을 걷어붙이고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웃으면서 말했다.
25세 어린 자녀를 가진 미혼모 마이벨 델바예는 엠파나다(아르헨티나식 만두)를 팔아서는 먹고 살 수 없다고 판단, 성적 콘텐츠를 취급하는 사이트에 업로드할 '야한 동영상' 제작을 교육하는 일을 하기 시작했다.
팬데믹 때 많은 가난한 여성들이 영국의 유명한 성(性)환상 플랫폼에 동영상을 올려 부를 쌓는 것을 보고 그녀도 여기에 합류한 것이다.
현재 6천여명의 여성에게 동영상 제작 노하우를 가르치면서 월 6천달러(8백28만원)의 수입을 올리고 있다. 이 중 4천여명은 아르헨티나 여성들이다.
델바예는 "내 성공은 나 자신을 믿고 포기하지 않았기 때문"이며, "누가 대통령이 되든 나라를 구할 수는 없을 것"이라며 만성적인 경제난에 절망감을 드러냈다.
경제위기에 대처하는 아르헨티나 국민들의 회복성은 유명하다.
이는 지난 수십년간 롤러코스터 같은 경제 위기를 지속해서 겪어왔기 때문에 갑작스러운 사회·경제 변화에 이미 수행 학습이 되어 있기 때문이라고 구스타보 곤살레스 사회학자가 설명했다.
그는 "우리는 조부모에서 부모로, 부모에서 자녀에 이르기까지 40년 동안 겪은 이러한 불안한 사회적 요인에 대처하고 자신을 보호하는 방법을 배웠다"라고 덧붙였다.
sunniek8@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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