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하에서 호감으로…해석 돌변한 해리스 밈 '깜짝 지원군' 되나
과거 밈 들불 재확산…'말실수·꽈당'만 나돌던 바이든과 달라
"좌파·저항적 중도파 '밈 동맹'…해리스 백악관 보내려고 단결"
(서울=연합뉴스) 이도연 기자 = 카멀라 해리스 미국 부통령이 민주당의 대선 후보로 확실시되면서 그와 관련된 밈(meme·인터넷 유행 콘텐츠)도 과거 비하의 의미에서 호감과 지지의 의미로 바뀌어 재유행하고 있는 현상에 관심이 쏠린다.
23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는 조 바이든 대통령이 후보 경선에서 사퇴하고 해리스 부통령에게 지지를 표명한 이후 해리스 부통령의 익숙한 밈들이 다시 등장했는데, 그 형식은 전과 같지만, 사람들의 해석이 전과 달라졌다고 짚었다.
해리스 부통령 관련 밈 중 순식간에 다시 입소문을 탄 것은 '코코넛 나무' 밈으로, 연설하던 그가 "방금 코코넛 나무에서 떨어진 것 같니"라고 말하며 호탕하게 웃음을 터뜨리는 모습이 담긴 영상이다.
누구도 맥락과 떨어져 혼자 존재하지 않는다는 뜻의 발언과 웃음이 어우러진 이 밈의 유래는 지난해 5월 해리스 부통령이 미국 백악관에서 열린 '히스패닉을 위한 교육 형평성, 우수성, 경제적 기회 향상과 관련한 백악관 이니셔티브' 행사에서 한 연설로 거슬러 올라간다.
해리스 부통령은 연설에서 "누구도 지하 저장고에 혼자 살지 않는다. 모든 것은 맥락 속에 있다"라며 젊은이들과 그들의 공동체에, 동시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어 그는 자신의 어머니가 "너희 젊은이들은 뭐가 문제인지 모르겠다. 너희는 코코넛 나무에서 갑자기 떨어진 줄 아느냐. 너희는 너희가 살고 있는, 그리고 너희가 있기 전부터 있었던 맥락 속에서 존재하는 것"이라고 말하곤 했다며 호탕하게 웃는 모습을 보였다.
이 밈이 2024년 틱톡과 엑스(X·트위터)에서 입소문을 탔고 가장 많이 확산한 버전은 틱톡에서만 1만8천번 넘게 동영상으로 만들어져 게시됐다.
그러나 이 같은 밈의 시작은 해리스 부통령에게 호의적이지 않았고 오히려 적대적이었다.
일부 공화당 지지자들은 "코코넛 나무에서 갑자기 뚝 떨어진 것 같니"라는 말과 이어진 큰 웃음을 연설의 전체적 맥락에서 떼어내 해리스 부통령이 바보 같은 토크쇼 진행자 같다거나 약에 취한 것 같다고 비하했다.
'코코넛 나무' 밈 외에도 흥겹게 춤을 자주 추고, 독특한 말투로 말하며 잘 웃는 해리스 부통령의 여러 발언과 행동은 비하적 의미의 밈으로 만들어졌다.
과거 그가 춤을 추는 영상에는 '오글거린다'라는 말이 함께 붙었다.
무엇보다 해리스 부통령에게 가장 적대적이었던 밈은 지난 2020년 대선 당시의 '카멀라는 경찰'이라는 밈이었다고 NYT는 전했다.
딱히 정해진 형식이 없는 이 밈은 해리스 부통령이 검사 시절 범죄에 대해 보인 강경한 태도를 비웃는 사람들로부터 시작됐고, 대체로 해리스 부통령이 경찰 옷을 입고 흑인 어린이를 체포하는 이미지 등으로 만들어져 확산했다.
흑인 트위터 사용자들이나 공화당원들이 온라인에서 이 밈을 사용하면서 해리스 부통령을 반동분자 또는 위선자라고 몰아갔다.
그러나 과거 해리스 부통령을 공격했던 밈이 이제는 온라인상에서 급격하게 재유행하고 있고 더욱이 전과는 달리 긍정적인 이미지를 심어주고 있다는 평가다.
'코코넛 나무' 밈은 불안정한 대선 유세 과정에서 갑작스럽게 부상한 해리스 부통령의 상징처럼 변모해 상승세를 타고 있다고 NYT는 분석했다.
특히 '코코넛 나무' 밈의 배경에 그에 대한 지지를 표명한 영국 싱어송라이터 찰리 XCX의 노래가 깔린 버전까지 나왔다.
NYT는 밈에 대한 이 같은 열광에 대해 그동안 억눌렸던 흥분이 바이든 대통령의 후보 사퇴로 분출돼 해리스 부통령에게 표출되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반대로 바이든 대통령은 그간 틱톡 등에서 유쾌한 밈으로 인기를 끌지 못했고 오히려 넘어지고 얼어붙는 여러 모습이 담긴 영상만이 확산한 바 있다.
해리스 부통령이 밈에 열광하는 젊은 세대의 지지를 끌어낼지 여부도 주목해볼 만하다.
NYT는 인터넷 사용자들이 밈을 만들 때 그들에게는 진정성이나 정치가 별로 중요하지 않으며 현재 민주당 좌파와 저항을 외치는 중도파 사이에 '밈 동맹'이 생겨나 이들이 해리스를 백악관에 입성시키기 위해 뭉쳤다고 분석했다.
dy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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