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비하해온 트럼프, 해리스 등판에 '막말 본능' 되살아나나
해리스 집중 조명에 '불만'…관심 끌려고 비난 수위 올릴 수도
대통령답지 않은 언사에 교외거주자·대졸 유권자 등 돌릴 가능성
(워싱턴=연합뉴스) 김동현 특파원 =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이 미국 민주당 대선 후보 자리를 예약하면서 과거 여성 경쟁자를 대상으로 막말을 일삼은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공격적인 성향이 다시 두드러질 수 있다고 미국 언론이 관측했다.
뉴욕타임스(NYT)는 23일(현지시간) 트럼프 전 대통령이 수년간 성(性)과 인종에 대한 거친 언사로 대학 교육을 받은 유권자와 교외 거주 여성 상당수를 멀어지게 했다면서 해리스 부통령의 출마가 트럼프 전 대통령이 그런 행태를 반복하게 만들 위험이 있다고 보도했다.
NYT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오래전부터 자신과 경쟁하거나 자신을 비판한 여성에 대한 인신공격을 서슴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그는 2016년 대선 때 민주당 대선 후보인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을 거칠게 비난했으며, 재임 기간 트럼프 행정부 당국자들 앞에서 앙겔라 메르켈 전 독일 총리를 '암캐'(bitch)라고 칭하기도 했다.
해리스 부통령과 같은 흑인 여성 검사 출신으로 자신을 수사한 러티샤 제임스 뉴욕주 법무장관과 패니 윌리스 조지아주 풀턴카운티 검사장에 대해서도 막말을 퍼부었다.
공화당에서 자신과 대선 후보 자리를 놓고 마지막까지 경쟁했던 니키 헤일리 전 유엔 대사에 대해서도 '새대가리'(birdbrain)라고 비하하며 조롱하기도 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조 바이든 대통령의 후보 사퇴 전부터 해리스 부통령을 "끔찍하다", "미쳤다"라고 비난하며 그녀가 웃는 방식을 조롱하고 이름을 일부러 틀리게 발음했다.
이런 경향은 해리스 부통령이 대선 후보직을 사실상 확정하고 그녀를 중심으로 결집한 민주당이 탄력을 받는 상황에서 더 발현될 가능성이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과 가까운 이들은 지금처럼 해리스 부통령이 언론의 집중 관심을 받고 자신은 소외된 상황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은 통상 어떻게든 다시 언론의 관심을 받으려고 하며 그런 시도가 자기 파괴적인 경우가 자주 있다고 인정했다.
트럼프의 적은 트럼프인 셈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지난 22일(현지시간) 사회관계망서비스에서 언론이 해리스 부통령과 조 바이든 대통령을 집중 조명하는 것에 불만을 드러냈다.
그는 "와, 지금 가짜뉴스를 보고 있는데 그들은 우리나라 역사상 최악의 대통령을 '뛰어나고 영웅적인 지도자'로, '돌처럼 무식한' 카멀라 해리스를 완전히 실패하고 하찮은 부통령에서 미래의 '위대한' 대통령으로 둔갑하려고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NYT는 해리스 부통령과 트럼프 전 대통령의 대결을 '검사 대 중범죄자'로 프레임 하려는 민주당의 전략이 자신에 대한 비판에 강하게 반응하는 성향인 트럼프 전 대통령을 자극할 수 있다고 봤다.
정치매체 폴리티코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2016년 대선에서 승리하긴 했지만, 대통령답지 않은 수사 때문에 교외 거주자와 대학 교육을 받은 유권자들의 지지를 잃었다면서 "해리스를 상대로 비슷한 언어 공격을 재개할 경우 그가 수개월간 꾸준히 앞선 선거에서 새로운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고 관측했다.
blueke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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