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의회 "헝가리 총리 방러, EU 조약 노골적 위반" 결의
개원하자마자 '우크라 지지' 재확인…오르반 그룹 요청 안건은 '부결'
(브뤼셀=연합뉴스) 정빛나 특파원 = 제10대 유럽의회가 개원 하루만인 17일(현지시간) 하반기 유럽연합(EU) 순회의장국 헝가리의 오르반 빅토르 총리의 러시아 방문을 공개 규탄했다.
유럽의회는 이날 프랑스 스트라스부르에서 열린 본회의 둘째 날 이런 내용이 포함된 우크라이나 지지 결의안이 찬성 495표, 반대 137표, 기권 47표로 채택됐다고 홈페이지를 통해 밝혔다.
채택된 결의안은 "오르반 총리의 러시아 방문은 EU를 대표하지 않으며 이 방문이 EU 조약과 공동 외교정책을 노골적으로 위반한다는 점을 강조한다"고 밝혔다.
이어 "오르반 총리의 소위 '평화 임무'(러시아 방문) 직후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의) 아동병원을 공격했다"며 "그가 주장해온 노력이 (평화 중재에) 아무런 효과가 없다는 점을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결의안은 또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속적이고 변함없는 지지 입장을 재확인하는 한편 EU의 대(對)러시아·벨라루스 제재 유지와 확대도 촉구했다.
유럽의회 결의는 법적 구속력은 없다. 지난달 유럽의회 선거가 실시된 이후 10대 의회가 꾸려지자마자 오르반 총리에게 '공개 경고'를 발신하기 위한 조처로 해석된다.
오르반 총리는 헝가리가 이달 1일 하반기 순회의장국 자리를 넘겨받자마자 '평화 임무'를 자임하며 러시아와 중국을 잇달아 방문해 EU 회원국들의 반발을 샀다. EU 집행위와 회원국들은 헝가리가 의장국 임기 중 주최하는 장관급 회의를 사실상 보이콧하겠다며 대응에 나섰다.
이날 결의는 오르반 총리 주도로 결성된 새로운 정치그룹(교섭단체)인 '유럽을 위한 애국자들'(PfE)에 대한 일종의 기선제압 성격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오르반 총리가 만든 PfE는 결성되자마자 프랑스 정치인 마린 르펜의 국민연합(RN)을 비롯한 각국의 극우, 포퓰리스트 성향 정당을 흡수하는 데 성공하며 유럽의회 3위(84석) 규모의 정치그룹이 됐다.
1, 2위 정치그룹이자 '주류'로 분류되는 유럽국민당(EPP), 사회민주진보동맹(S&D) 등 중도파들은 새 의회에서 PfE를 중심으로 한 극우 세력의 영향력 확대를 경계하고 있다.
실제로 이날 본회의에서 PfE는 '도널드 트럼프 전 미 대통령의 암살 시도와 정치폭력 규탄'을 골자로 한 결의안을 표결에 부쳤으나, 찬성 119표, 반대 337표, 기권 15표로 부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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