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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여세 불똥 튄 '노태우 비자금'…국세청 조사여부 '촉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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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여세 불똥 튄 '노태우 비자금'…국세청 조사여부 '촉각'
국세청장 후보자 "불법 통치자금 당연히 과세"…시효·법령 검토할 듯


(세종=연합뉴스) 민경락 기자 =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의 이혼 소송 과정에서 새롭게 드러난 노태우 전 대통령의 비자금의 증여세 과세 여부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과세 당국이 이 자금을 '불법 통치자금'으로 보고 과세를 본격화할 경우 그간 밝혀지지 않았던 6공화국의 비자금 실체가 추가로 드러날 수 있다는 점에서다.

◇ 노태우 비자금 과세?…국세청장 후보자 "시효·법령 검토해야"
18일 관계 당국에 따르면 강민수 국세청장 후보자는 전날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노태우 전 대통령의 비자금에 대한 과세 가능성을 처음 언급해 눈길을 끌었다.
강 후보자는 최 회장과 노 관장의 이혼 소송 과정에서 드러난 900억원대 자금의 과세 여부를 묻는 말에 "시효나 관련 법령 검토를 해봐야 할 것 같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12·12 군사쿠데타의 성공에 기반해 조성된 불법 통치자금에 대해서는 "시효가 남아있고 확인만 된다면 당연히 과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시효·법령 등에 문제가 없고 900억원대의 자금이 6공화국의 불법 통치자금이 맞는다면 과세할 수 있다는 뜻을 내비친 셈이다.
노 전 대통령의 비자금이 다시 주목받게 된 것은 최근 최 회장과 노 관장의 이혼 소송 과정에서다.
노 관장 측은 노 전 대통령의 배우자인 김옥숙 여사의 메모를 근거로 1990년대 초 선경(SK) 측에 300억원이 전달됐다고 주장했고 재판부는 이 돈을 노 전 대통령의 비자금으로 추정했다. 결국 이 '300억원'은 1조3천800억원에 달하는 재산분할을 결정하는 핵심 근거가 됐다.
당시 김옥숙 여사의 메모에는 '선경' 꼬리표가 달린 300억원 외에 가족 등에게 각각 배정된 604억원이 더 기재된 것으로 전해졌다. 노 전 대통령의 비자금으로 추정되는 904억원이 메모지 한장을 통해 30여 년 만에 수면 위로 드러난 셈이다.
더불어민주당 김영환 의원은 전날 인사청문회에서 "904억원은 음지에서 양지로 처음 나온 돈이고 불법 자금일 가능성이 매우 높다"라며 "국세청에서 단호하게 조치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 이혼 소송 과정서 드러난 새로운 불법 비자금?
강 후보자가 노 전 대통령의 비자금으로 추정되는 904억원의 자금에 대해 시효·법령 등 검토 가능성을 시사하면서 6공화국의 불법 통치자금과 관련된 추가 과세가 이뤄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노 전 대통령의 비자금은 4천억원이 넘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지금까지 확인돼 추징된 액수는 2천682억원 수준이다.
비자금으로 확인돼도 국고 환수는 공소시효 도과 등 어렵지만 증여세 과세는 이와 달리 볼 여지가 있다.
메모에 기재된 자금이 불법 비자금으로 확인될 경우 증여세 등 징수권을 행사할 수 있는 '부과제척기간'이 남았다고 해석될 여지가 있기 때문이다.
국세기본법에 따라 납세자가 부정행위로 상속·증여세를 포탈한 경우 해당 재산의 상속·증여가 있음을 안 날부터 1년 이내에 과세할 수 있다.
과세 당국이 노 관장 측이 주장한 '자금 메모'를 인지한 시점, 즉 2심 판결일(2024년 5월 30일)을 '상속·증여가 있음을 안 날'로 보면 징수권 행사가 가능한 셈이다.
실제 전두환 전 대통령의 아들 재용 씨에게 흘러 들어간 비자금에 뒤늦게 증여세가 부과된 사례도 있다.
재용 씨는 2004년 외조부에게 액면가 167억원 상당의 국민주택채권을 받고도 이를 은닉해 증여세를 포탈한 혐의로 구속기소됐고 서대문세무서는 그에게 증여세 41억여원을 부과했다.
재용 씨는 증여세 부과 취소 소송을 제기했지만 재판부는 채권 매입자금 중 액면가 73억5천여만원의 실제 증여자는 전 전 대통령으로 봐야 하고 나머지 93억5천여만원은 전 전 대통령의 비자금일 개연성이 높다며 과세 요건이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만약 당국이 비자금으로 추정되는 904억원에 대해 과세 절차에 착수할 경우 그간 드러나지 않았던 새로운 비자금의 실체가 드러날 수 있다. 구체적인 비자금 규모가 확인되면 최 회장과 노 관장의 이혼 소송 상고심 결과에도 영향을 줄 수도 있다.
다만 비자금 조성 시기가 30년 넘게 지난 만큼 자금을 추적해 비자금의 실체를 단기간에 규명하기는 쉽지 않을 수 있다는 관측도 뒤따른다.
rock@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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