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정도 투자가 적정할까'…딜레마 빠진 엔비디아 투자자
1분기말 기준 총자산 중 5% 이상 보유 액티브 펀드 355개
작년 초 이후 785% 폭등…일부는 "화면 보기 어렵다" 후회도
(서울=연합뉴스) 김기성 기자 = '지난해 초 이후 주가 상승률 약 785%. 올해만도 약 160% 상승.'
인공지능(AI) 열풍의 최대 수혜주인 엔비디아의 투자자들이 깊은 고민에 빠졌다.
엔비디아 주식이 너무 급등한 만큼 투자자들이 자신의 주식 포트폴리오에 엔비디아 주식을 얼마나 담아야 너무 많은 것인지를 두고 딜레마에 빠져 있다는 것이다.
상승 폭이 엄청난 만큼 주가가 하락으로 반전하면 이런 베팅은 리스크도 키울 수밖에 없는 사정이다.
15일(현지시간) 투자분석업체 모닝스타의 자료에 따르면 올해 1분기 말 기준으로 총자산 중 5% 이상의 엔비디아 포지션을 보유한 액티브형 펀드는 355개에 달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만 해도 108개에 불과했다.
S&P 다우존스 인덱스를 보면 올해 S&P 500 지수의 약 17% 상승 중에서 엔비디아 한 종목이 약 3분의 1을 차지할 정도로 비중이 컸다.
모닝스타의 수석 애널리스트 잭 섀넌은 "일부 포트폴리오 관리자는 애플이나 마이크로소프트(MS)에서 기회를 못 잡아 AI 쪽만큼은 틀리고 싶지 않다는 생각에 사로잡혀 있다"며 "그들은 매도를 원치 않는다"라고 말했다.
지금까지 엔비디아를 보유한 펀드는 짭짤한 수익을 맛봤다.
모닝스타에 따르면 엔비디아를 보유한 액티브형 미국 주식 펀드는 올해 상반기 동안 평균 16.3% 상승했다. 반면, 엔비디아를 소유하지 않은 펀드의 평균 수익률은 3분의 1 수준인 5.7%에 그쳤다.
기술 부문 펀드들은 전반적으로 엔비디아에 가장 큰 비중을 두고 있으며, 4개의 피델리티 펀드는 각각 자산의 18% 이상을 엔비디아에 투자하고 있다.
그러나 엔비디아 주가가 어려운 상황에 부닥친다면 사정은 달라진다. 단일 종목에 대한 집중은 투자자의 큰 피해로 돌아갈 수 있다.
행동주의 펀드 페더레이티드 헤르메스(Federated Hermes)의 전략가 필 올랜도는 포트폴리오에서 한 주식에 6% 이상 투자하면 큰 위험이 발생할 수 있다며 "한 주식이 로켓처럼 급등했다고 그렇게 많은 달걀을 한 바구니에 담는 것이 현명하지는 않다"라고 말했다.
일부에서는 경쟁 심화, 엔비디아의 생산 증대에 따른 공급과 수요의 균형 가능성, 엔비디아의 높은 밸류에이션(평가 가치) 등을 이유로 하락이 가능하다는 의견을 내고 있다.
LSEG 데이터에 따르면 애널리스트들의 평균적인 엔비디아 주가 목표는 현 수준보다 약 3% 높은 133.45달러다. 엔비디아의 15일 종가는 128.44달러다.
또 엔비디아 주식은 업계 중간값보다 약 50% 높은 39.3배의 예상 수익(forward earnings)으로 거래되고 있다.
한편에서 엔비디아 보유 주식 전량을 매도한 투자자들은 후회의 빛을 보이기도 한다고 로이터통신은 전했다.
퍼스트핸드 캐피털 매니지먼트의 최고투자책임자(CIO) 케빈 랜디스는 2020년에 고민 끝에 수년간 보유한 엔비디아 주식을 팔아 이익을 실현했다며 "이제 화면을 볼 때마다 후회가 밀려온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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