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익재단 만든다는 조현문, '헤어질 결심'일까 '형제의난 2막'일까
효성 차남 "상속재산 전액 사회 환원…효성으로부터 자유 원해"
유언장 갈등, 특수관계인 정리 등 과제…당분간 잡음 지속 전망
(서울=연합뉴스) 김아람 한지은 기자 = 효성가(家) 차남 조현문 전 효성 부사장이 상속 재산을 사회에 환원하겠다고 밝히는 동시에 효성의 경영권에 관심이 없다는 입장을 재확인하면서 그간 깊어진 형제간 갈등의 골이 해소될 수 있을지 재계 안팎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조 전 부사장이 형제간 갈등을 끝내고 싶다고 말하기는 했으나, 선친의 유언장에 대해 여전히 의구심을 나타낸 데다, 형제간 법정 다툼도 여전히 진행 중이어서 당분간은 잡음이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 공익재단 설립, 전제는 '유언장 갈등 해소'
조 전 부사장은 5일 서울 강남구 스파크플러스 코엑스점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상속 재산을) 한 푼도 제 소유로 하지 않고 공익재단 설립에 출연하겠다"고 밝혔다.
지난 1일자로 효성그룹이 기존 지주사인 ㈜효성과 신설 지주사 HS효성 등 2개 지주사 체제로 재편되며 조현준·조현상 형제간 독립 경영이 사실상 막을 올린 지 4일 만이다.
앞서 장남인 조현준 효성 회장과 삼남인 조현상 HS효성 부회장은 선친인 조석래 명예회장이 남긴 지분의 상속을 완료했다.
가족 간 화합과 형제간 우애를 당부한 고인의 유언에 따라 조 전 부사장에게도 효성티앤씨 지분 3.37%, 효성중공업 지분 1.50%, 효성화학 지분 1.26%가 남겨졌으나 아직 지분 상속은 이뤄지지 않았다.
조 전 부사장은 공익재단 설립의 전제로 유언장에 대한 의구심 해소를 꼽았다.
조 전 부사장 측은 "유언장에 대해 입수경로, 형식, 내용 등 여러 측면에서 불분명하고 납득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는 이유로 유언집행인에게 몇 차례 질의했으나, 답변이 명확하지 않다고 전했다.
특히 유언 내용이 명확하지 않아 이를 받아들일 시 추후 불이익이 생길 수 있다고 조 전 부사장 측은 설명했다.
조 전 부사장의 법률대리를 맡은 법무법인 바른은 유언집행인 측에 공식적인 답변 시한을 정해 두 차례 질의했으나 답변이 오지 않았다고 밝혔다.
조 전 부사장은 "명확하게 답하지 않은 채 시간만 끈다면 어쩔 수 없이 주어진 모든 법적 권리를 포함, 저의 길을 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유류분 청구 소송 등을 검토할 수 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 '헤어질 결심'일까 '형제의 난 2막'일까
조 명예회장의 유언장을 둘러싼 갈등이 해소돼 조 전 부사장이 지분을 상속받더라도 형제간 조율이 필요하다.
조 전 부사장은 '단빛재단' 설립에 공동상속인인 조현준 회장과 조현상 부회장의 협조를 요청했다.
공동상속인이 공익재단 설립을 동의하고 협조하면 재단에 출연할 기금에 세금 감면 혜택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조 전 부사장은 "세금 감면 혜택을 받는다면 상속세를 낸 재원보다 그 규모가 커지지 않겠나"라며 "그렇기 때문에 공동상속인의 동의가 필요하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공정거래법상 계열 분리 절차도 남았다.
조 전 부사장이 강조한 '효성으로부터의 100% 자유'를 위해서는 '특수관계인' 지위를 해소해야 한다.
조 전 부사장은 현재 경영과는 거리를 두고 있지만, 세 형제가 같이 지분을 나눠 가진 비상장 법인이 있어 여전히 효성의 특수관계인으로 묶여 있다.
비상장 법인이기 때문에 형제간 협조로도 계열 분리를 진행할 수 있다는 것이 조 전 부사장 측의 설명이다.
지분이 많은 사람에게 몰아주는 형태로 지분을 나눠 가지면 계열 분리가 가능할 것이라는 의미다.
조 전 부사장은 "가장 큰 희망은 효성으로부터 완전히 자유로워지는 것"이라며 "저의 계열 분리와 이를 위해 필수적인 지분 정리에 형제들과 효성이 협조해 주길 바란다"고 밝혔다.
조 전 부사장 측은 "먼저 협상을 깨는 일은 없을 것"이라며 "'상당한 기한' 내에 긍정적인 신호가 오길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 "본의 아니게 빈소서 나와야 했다" 서운함 여전
조 전 부사장은 이날 형제들을 향해 "더이상 싸우지 말고 새로운 미래를 위한 출발을 하자"고 밝히기는 했지만, 가족에 대한 서운함 등을 감추지 않았다.
조 명예회장 별세 당시 조 전 부사장은 빈소에 찾아 5분간 조문만 하고 떠났으며, 유족 명단에도 이름이 오르지 못했다.
조 전 부사장은 "제 의사에 반하게 나가라는 이야기가 있어 본의 아니게 빈소에서 나와야 했다. 그 과정에서 거짓된 행동이 있었다"고 말했다. 또 "모친께도 시간이 되고 기회가 되면 찾아뵐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런 가운데 형제간 법적 다툼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앞서 조 전 부사장은 조 회장과 주요 임원진을 배임·횡령 혐의로 고소·고발하면서 '형제의 난'을 일으키고 가족과 완전히 등을 돌렸다. 조 회장은 "조 전 부사장이 자신이 가진 비상장 주식을 고가에 매수하지 않으면 위법 행위가 담긴 자료를 검찰에 넘기겠다고 협박했다"며 맞고소하기도 했다. 현재 조 전 부사장은 강요미수 혐의로 불구속 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다.
조 전 부사장은 이번 화해 요청과 별개로 "재판은 진실에 기반돼야 할 것이고, 재판에 성실히 임하겠다"고 말했다.
조현준 회장과 조현상 부회장 측은 기자간담회 전에 조 전 부회장의 입장을 전달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효성 측은 조 전 부회장의 요청에 대해 내부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효성 측은 "가족들은 말로만이 아닌 진정성을 가지고 가족 간에 평화와 화합을 이룰 수 있는 근본적이고 실질적인 방안이 무엇인지 고민하고 있는 것 같다"고 전했다.
다만 여전히 형제간 앙금이 남아 있는 데다, 조 전 부사장이 요구한 비상장사 지분 정리 등의 조율 작업을 감안하면 조 명예회장이 남긴 '가족 간 화합과 형제간 우애'까지는 다소 시일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재계 관계자는 "형제 간 갈등의 골이 깊은 만큼 조 전 부사장의 '헤어질 결심'이 단기간 해소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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