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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멸" 대선 외면하는 이란 국민…"결선 투표율도 저조 예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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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멸" 대선 외면하는 이란 국민…"결선 투표율도 저조 예상"
경제난·정권 탄압에 지쳐 정치 무관심…1차 투표율 역대 최저
개혁파 후보 깜짝 1위에도 "관심 없어" 회의적…"유권자들 떠나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임지우 기자 = "수년간 경제적 어려움을 겪고 나니, 정치에는 관심이 없다"
지난 달 28일 치러진 이란 대통령 보궐선거가 역대 최저 투표율을 기록한 가운데 오랜 경제난과 이전 정권의 탄압에 지친 이란 국민들 사이에서 정치에 대한 환멸과 무관심이 커지고 있다고 AP 통신이 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통신은 "환멸을 느낀 유권자들이 거리를 두고 있다"며 "많은 국민은 자신들의 투표가 중요한지 조차에 대해 확신하지 못하고 있다"고 전했다.
1차 투표에서 개혁파 후보 마수드 페제시키안이 가장 많은 표를 얻어 결선에 진출하는 '이변'이 연출됐지만, 실질적 변화에 대한 유권자들의 기대는 크지 않은 만큼 최종 승부를 가를 오는 5일 결선 투표율도 저조할 것이라는 전망인 셈이다.
보도에 따르면 이번 이란 대선 1차 투표율은 39.9%로, 대선 사상 최저치를 기록했다. 2021년 치러진 직전 대선 투표율은 48.8%였다.
사후에 무효 처리된 표도 전체의 4%에 가까운 100만표 이상에 달해, 많은 유권자들이 투표소에는 갔지만 특정 후보에 한 표를 행사하기를 거부한 것으로 드러났다고 AP는 짚었다.

이처럼 이번 대선이 역대급으로 낮은 투표율을 기록한 것은 오래 지속된 경제난에 더해 이전 정권의 강경한 시위 진압 등으로 인해 국민들의 정치에 대한 환멸과 무관심이 커진 탓으로 보인다.
이란의 경제는 서방의 경제 제재로 인해 오랜 침체를 겪고 있다. 2015년에 1달러 당 3만2천리알에 거래됐던 이란 환율은 최근 1달러당 61만7천리알까지 오를 만큼 화폐 가치도 급락했다.
경제 상황이 어려워질수록 유권자들이 정치에 거는 기대는 점점 바닥 나며 이는 곧 이번 대선의 낮은 투표율로 반영됐다.
두 아들을 키우는 43세 엔지니어 모하마드 알리 로바티는 AP에 국민들의 경제적 어려움에 대한 이란 당국자들의 무관심 때문에 이번에 투표를 하지 않았다며 "수년간 경제적 어려움을 겪고 나니 정치에는 관심이 없다"고 말했다.
심리학을 공부하는 27세 대학생 아흐마드 타헤리도 "이전 대통령들이 모두 공약 이행에 실패했기 때문에 이번에 투표하지 않았다"며 "오는 금요일에도 투표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2022년 경찰에 끌려간 여성 마흐사 아미니의 의문사 이후 확산한 히잡 시위에 대한 당국의 강경한 진압도 이란 젊은 층이 정치를 외면하는 원인이 됐다.
이번 대선에 출마한 개혁파 페제키시안 후보는 경찰의 히잡 착용 강요와 인터넷 규제에 반대한다는 입장이지만, 이것이 실질적인 변화로 이어질 것이라는 유권자들의 기대는 낮다.
23세 대학생 라일라 세예디는 AP에 "나는 투표를 하지 않았고, 앞으로도 하지 않을 것"이라며 "개혁파와 강경파 양측 모두 마흐사와 그 이후 젊은이들이 마주한 비극들에 대해 사과하지 않았다"고 그 이유를 설명했다.
31세 수학 교사 타헤레 나마지 역시 어떤 후보도 히잡 착용 규제에 대해 명확한 공약을 내놓지 않았다며 투표를 하지 않은 이유를 밝혔다.
미국의 싱크탱크 수판 센터는 전날 내놓은 분석에서 "낮은 투표율과 무효표들은 이전 정권의 정책, 특히 머리를 완전히 가리도록 하는 법을 따르기 거부하는 여성들과 정권 비판 세력에 대한 탄압을 향한 거부를 나타내는 것"이라고 짚었다.
오는 5일 치러지는 대선 결선 투표에서는 1차 투표에서 500만여표로 차지한 페제시키안 후보와 487만여표를 얻은 강경 보수파 사이드 잘릴리 후보가 맞붙는다.
두 후보의 득표수 차이가 크지 않은 상황에서 1차 투표에서 162만여표로 3위에 오른 강경 보수 후보 모하마드 바게르 갈리바프가 잘릴리 후보 지지를 밝혀 잘릴리 후보가 결선에서 우위에 있다고 AP는 전했다.
wisefool@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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