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팔 굵다고 말들어야 하는법 없어…인류운명공동체가 답"
평화공존 5원칙 기념식서 美 비판…'시진핑표 대외정책'과 70년 中대외관계 원칙 동격화
美 겨냥 "세계 일은 상의해 처리해야", "줄세우기 강요 반대"…이해찬 전 총리도 참석
(베이징=연합뉴스) 정성조 특파원 =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최근 대외정책 슬로건으로 내세우고 있는 '인류 운명공동체 건설'을 마오쩌둥 시대인 1954년 이래 중국 대외관계 기본원칙인 '평화공존 5원칙'과 동일한 위상으로 올렸다.
시 주석은 28일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평화공존 5원칙 발표 70주년 기념대회' 연설에서 "70년 전 열전(熱戰)의 비극과 냉전의 분열·대립을 맞아 당시 세대는 평화·주권 수호를 위해 평화공존 5원칙이라는 역사적 답을 내놨다"고 언급했다.
그는 이어 "70년이 지난 오늘 중국은 또 인류 운명공동체 건설이라는 시대적 답안을 내놨다"며 "인류 운명공동체 건설 이념과 평화공존 5원칙은 일맥상통하는 것으로서 모두 이웃과 잘 지내고, 신용과 화목을 중시하며, 만방과 협력하는 중화의 우수한 전통문화에 직접 뿌리를 두고 있다"고 강조했다.
시 주석은 또 '인류 운명공동체 건설' 이념에 대해 "새로운 형세에서 평화공존 5원칙을 가장 잘 계승·발양·승화한 것"이라고 했다.
평화공존 5원칙은 1953년 중국 초대 총리 겸 외교부장(외교장관) 저우언라이가 인도와 국교 수립을 준비하는 과정에 확립한 외교 강령이다. 1954년부터 정식으로 적용됐고 이듬해 5월 미국-소련 냉전에 맞서 '비동맹' 노선을 제시한 인도네시아 '반둥회의'의 정신적 기초가 됐다.
다섯 가지 원칙은 ▲ 상호 주권·영토 완전성 존중 ▲ 상호 불가침 ▲ 내정 불간섭 ▲ 평등·호혜 ▲ 평화 공존이다. 중국 당국은 물론 이른바 '제 3세계'로 통칭되는 국가들은 이 원칙들을 지금까지도 강조하고 있다.
인류 운명공동체는 '시진핑식' 대외관계론이다. 2013년 처음 언급된 뒤 차츰 위상을 높여 2018년 중국 헌법에까지 삽입됐다.
세계금융위기 등을 거치며 발생한 글로벌 거버넌스 위기에 대한 '정답'을 중국식 국가관계로 제시하겠다는 적극적인 외교 노선이다.
중국공산당은 ▲ 항구적 평화 ▲ 보편적 안보 ▲ 공동 번영 ▲ 개방·포용 ▲ 청결·아름다움 등을 키워드로 제시해왔고, '일대일로'(一帶一路·육상·해상 실크로드 사업)나 '공자학원', '중국몽' 등 중국 정치·경제·문화적 팽창 시도의 뿌리가 됐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날 시 주석의 언급은 '시진핑 사상'의 지위를 외교 영역에서도 '절대적' 수준으로 높이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한편, 시 주석은 이날 연설에서 '미국'을 직접 거론하지는 않았지만 사실상 미국을 겨냥해 비판했다.
그는 "세상일은 각국이 상의하면서 처리해야 하고 누구의 팔이 굵다고 해서 그의 말을 들어야 하는 법이 없다"면서 "진영 대결과 각종 '작은 그룹' 형성, 다른 국가에 대한 줄 세우기 강요에 반대해야 한다"고 했다.
또 "강한 것으로 약한 것을 괴롭혀서는 안 되며, 부유한 것으로 가난한 것을 못살게 굴어선 안 된다"면서 "각국의 상이한 역사·문화 전통과 발전 단계, 서로의 핵심이익과 중대한 우려, 각국 인민이 자주적으로 선택한 발전의 길과 제도 모델을 존중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아울러 중국이 규합 중인 '글로벌 사우스'(주로 남반구에 위치한 신흥국과 개도국) 국가들을 향해 향후 5년 동안 1천개의 '평화공존 5원칙 장학금'과 10만개의 연수 기회를 제공하겠다고 약속했다. 또 중국이 2030년까지 개발도상국으로부터 8조달러(약 1경1천조원)어치 이상을 수입할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이날 행사에는 이해찬 전 국무총리 등 해외 각국 인사들도 참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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