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우크라 지원정책 두고 마크롱-극우당 '충돌' 예고
르펜 "RN이 다수당 돼 우크라 등 국방 의사결정 맡을 것"
우크라에 장거리 무기 제공·파병 반대…마크롱과 입장차
(서울=연합뉴스) 김정은 기자 = 오는 30일 시작되는 프랑스 조기 총선에서 극우 국민연합(RN)이 다수당이 될 것으로 전망되면서 우크라이나 지원 정책을 두고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RN이 본격 충돌하게 될 것이란 예상이 나오고 있다.
27일(현지시간) 영국 일간지 가디언, AFP 통신 등에 따르면 RN의 실질적 지도자인 마린 르펜은 최근 자당이 이번 조기 총선에서 절대 과반을 차지해 마크롱 대통령과 '동거정부'를 구성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RN이 우크라이나 전쟁 관련 사안을 포함해 국방과 군병력 관련 의사결정에 적어도 일부분 책임을 맡게 될 것으로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프랑스 헌법은 대통령이 군 통수권자라고 규정하지만 총리 역시 국가 방위의 책임을 진다고 돼 있어 총리의 정확한 역할에 대해 해석의 여지를 남겨놓고 있다.
RN이 선두를 달리고 집권 여당 연합은 3위에 그치는 현재 여론조사대로라면 대통령과 총리의 당이 다른 '동거 정부'가 탄생할 것으로 보인다.
대통령제와 의원내각제 혼합형 국가인 프랑스에서는 관례적으로 대통령이 다수당이나 다수 연정의 지지를 받는 인물을 총리로 임명한다.
르펜은 최근 현지 매체 '르 텔레그램 드 브레스트' 인터뷰에서 마크롱 대통령에겐 RN 대표 조르당 바르델라(28)를 총리로 임명하는 것 외에 선택의 여지가 별로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르펜은 바르델라 대표에겐 마크롱 대통령에게 싸움을 걸 의사가 없지만 그의 레드라인은 분명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대통령이 군 통수권자인건 사실이지만 이는 명예직에 가깝다고 주장하면서 "재정을 쥐고 있는 것은 총리이기 때문이다. 대통령은 우크라이나에 병력을 보낼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지난 3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회원국의 우크라이나 파병 가능성에 대해 "어떤 것도 배제돼서는 안 된다"고 밝혔는데 이에 반대한다는 기존 입장을 재확인한 것이다.
마크롱 대통령의 우크라이나 파병 언급은 당시 국내외에서 거센 비판과 반발을 불렀고, 미국과 독일, 영국, 이탈리아, 스페인 등 주요 유럽 동맹국들도 우크라이나 지상군 파견을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즉각 부인한 바 있다.
바르델라 대표는 우크라이나에 군수품과 방어용 장비는 보내겠지만 프랑스군 파병이나 러시아 영토를 타격할 수 있는 장거리 미사일 제공에는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혀왔다.
마크롱 정부는 그동안 우크라이나에 장거리 미사일 스칼프(SCALP)를 제공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서방 무기로 러시아 영토를 공격하는 데 찬성한다. 우크라이나 파병론에 적극적이기도 하다.
바르델라 대표는 27일 TV 토론에서도 "내가 내일 총리가 된다면, 프랑스 군인들은 우크라이나로 파견되지 않을 것"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그는 파병 시 우크라이나 전쟁에 참전국이 될 위험이 있다는 것을 상기시키면서 "자국 병력을 우크라이나 영토에 보내기를 원하지 않는 다수 유럽 국가가 있다"고 강조했다.
바르델라 대표는 또 러시아 영토를 타격해 프랑스와 프랑스인들을 참전 상황에 놓이게 할 수 있는 장거리 미사일을 우크라이나에 보내는 데도 반대한다고 재차 밝혔다.
그는 "나의 나침반은 프랑스와 프랑스인의 이익"이라고 강조했다.
바르델라 대표는 그러나 "러시아 제국주의가 우크라이나와 같은 동맹국을 흡수하도록 두지 않을 것"이라면서 이번 총선에서 승리하면 우크라이나를 지원하면서도 러시아와 긴장이 고조되는 것을 피할 것이라고 밝혔다.
kj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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