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 일부 업종 주6일제로 '역주행'…숙련인력 부족에 고육책
소매업·농업·서비스업 등서 시행…"강제 노동 이어질 것" 우려
(서울=연합뉴스) 임지우 기자 = 오랜 경기 침체로 골머리를 앓고 있는 그리스가 다음 주부터 일부 업종에 한해 주6일 근무제를 실시한다.
26일(현지시간) 미국 경제매체 비즈니스 인사이더 등에 따르면 다음 달 1일부터 그리스에서는 소매업, 농업, 서비스업 등 일부 업종에 종사하는 근로자들이 일주일에 최대 48시간까지 일할 수 있게 된다.
현재 그리스의 법정 최대 근로 시간은 주 40시간이다.
이는 지난해 9월 통과된 새 노동법에 따른 것으로, 인구 감소와 높은 실업률로 인해 노동시장에 숙련된 인력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도입됐다.
그러나 독일 도이체벨레(DW) 방송은 이 법이 궁극적으로는 고용주들이 추가 채용 없이도 기존 근로자들에게 추가 근무를 시킬 수 있어 비용을 절감하는 효과로 이어질 것이라고 짚었다.
새 노동법에 따르면 해당 직종의 고용주들은 근로자들에게 하루에 최대 2시간씩 추가 근무 혹은 매일 8시간씩 주 6일간 근무를 요구할 수 있다.
근로자들은 추가 근무 시간에 대해서는 원래 급여보다 40% 더 높은 추가 수당을 받는다.
원칙적으로 근로자들은 고용주의 추가 근무 요구에 자발적으로 동의하거나 거절할 수 있지만, 현실적으로 많은 근로자가 제대로 된 보상 없이 장시간 추가 노동을 강요당할 수 있다고 DW 방송은 짚었다.
이에 그리스의 여러 노동조합은 이번 법이 근로 조건 악화로 이어질 것이라며 반대하고 있다.
지난해 9월 법안이 추진될 당시 그리스에서는 공공 부문 근로자들 수천 명이 반대하는 시위를 열기도 했다.
이들은 그리스 당국이 그간 제대로 된 근로 감독을 실시하지 못했다면서 이번 법안으로 인해 앞으로 그리스에서는 주6일제가 표준이 될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그리스 테살로니키 아리스토텔레스 대학의 아리스 카자코스 노동법 교수는 DW에 새 법이 "주5일 근무를 영원히 없애버릴 것"이라면서 고용주가 직원에게 주6일 근무를 요구할 권한이 있다면 직원은 이를 거부할 수 없다고 말했다.
법 개정 이전에도 그리스는 유럽에서 가장 근로 시간이 긴 국가 중 하나였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그리스의 평균 근로 시간은 주 36시간으로, 주 30시간을 넘지 않는 프랑스, 네덜란드, 독일 등에 비해 월등히 높았다.
미국의 평균 근로 시간은 주 35시간 정도다.
그리스의 이번 법 개정은 최근 일부 국가들이 주4일제를 도입하는 등 근로 시간을 점차 줄여가고 있는 국제적인 흐름에도 역행하는 것이다.
싱가포르는 지난 4월 근로일 축소와 유연근무제 도입을 예고했으며, 아이슬란드, 아일랜드, 영국, 스페인 등의 일부 기업들은 주4일제 도입을 실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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