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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동체 뜯겨 나간 사고 다신 없도록"…긴장감 감돈 美 보잉공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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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동체 뜯겨 나간 사고 다신 없도록"…긴장감 감돈 美 보잉공장
부품 관리 시스템, 단계별 완성도 점검하는 엄격한 새 기준 도입
"일주일에 1시간씩 공장 가동 멈추고 전 직원이 품질 논의"



(렌턴[미 워싱턴주]=연합뉴스) 임미나 특파원 = "이 공장에서 우리는 아주 큰 변화를 목격하고 있습니다. 전에는 나서서 말하기를 주저하던 직원들이 자유롭게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습니다."
미국 워싱턴주 시애틀 남쪽 렌턴에 있는 항공기 제조업체 보잉 공장의 관리직인 데이브 프리그 제조 운영 애널리스트는 지난 25일(현지시간) 이곳을 방문한 전 세계 10여개국의 취재진과 만나 최근 공장의 분위기를 이렇게 전했다.
그는 737맥스 기종 여객기를 조립하는 이 공장에서 일선에 있는 직원들이 생산 과정 전반에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도록 장려하는 '직원 참여'(employee involvement) 업무를 관리하고 있다.
보잉은 올해 초 미국에서 비행중 항공기 기체 일부가 떨어져 나가는 이른바 '동체 구멍 사고'의 재발을 방지하기 위해 제조 과정에 작은 문제라도 있을 경우 직원들이 즉각 이를 공유하고 해당 문제를 개선하도록 하는 등 새로운 시스템과 문화를 조성 중이라고 이날 밝혔다.
프리그 씨는 "처음에는 부끄러움을 많이 타던 사람들이 이제는 '조명이 좀 더 밝아졌으면 좋겠다', '이 도구는 잘 작동하지 않는다'고 말하기 시작했다"며 "내 역할은 직원들이 이렇게 더 적극적으로 말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라고 했다.
그는 올해 초 사고 이후 개인적으로 느낀 점이 있느냐는 질문에 "우리가 정말 어렵고 중요한 일을 하고 있음을 다시 한번 느꼈다"며 "우리가 집중해야 할 것에 더 집중하고 계속 전진하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답했다.



지난 1월 5일 미 오리건주 포틀랜드 국제공항을 이륙한 알래스카항공의 보잉 737 맥스9 여객기가 약 5천m 상공을 비행하던 중 동체 일부가 뜯겨 나가면서 비상착륙 하는 사고가 발생해 전 세계에 충격을 줬다.
한국 항공업계가 보유한 여객기만 해도 보잉이 제조한 비행기가 절반이 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2000년대 들어 저가 항공사들이 다수 진입하면서 경제성이 뛰어난 것으로 알려진 737시리즈는 가장 보편적인 기종이 됐다.
이번 737 맥스9 사고의 원인은 비행기 조립 과정에서 있었던 '볼트 누락' 탓인 것으로 미 당국의 예비 조사 결과 밝혀졌다.
보잉의 엘리자베스 룬드 품질 총괄 수석부사장은 해당 결함을 내부에서 인지하는 데 필요했던 서류 작업을 담당 직원이 제대로 남기지 않은 것이 핵심적인 문제로 파악됐다고 전했다.
이런 문제를 먼저 개선하기 위해 직원들이 어떤 문제를 경험하거나 목격할 때마다 가능한 한 신속하게 공유해 해결하고, 각 단계에서 완료돼야 할 작업이 방치된 채 다음 단계로 넘어가는 것을 최소화한다는 것이 회사 측의 목표다.
보잉 측은 또 단계별 작업을 끝내고 동체를 조립 공정의 다음 단계로 넘길 때 정해진 기준을 완벽하게 충족해야만 라인 이동이 승인되는 엄격한 새 기준도 마련했다.
이 공장의 최고 책임자인 케이티 린골드 737 프로그램 총괄 부사장은 자신이 매일 직접 현장에 나와 일선 직원들을 만나며 많은 얘기를 나누고 있다고 했다.
그는 "내 목표는 매일 공장 바닥에서 몇 시간을 보내면서 1만5천보를 걷는 것"이라며 "실제로 목표에 꽤 근접해 가고 있다"고 말했다.



린골드 부사장은 지난 1월 사고 이후 2월부터 도입한 개선 조치로 일주일에 1시간씩 공장 제조 공정을 완전히 중단하고 따로 시간을 마련해 '직원 참여' 활동을 벌이고 있다고 전했다.
이 시간에 직원들은 한 주간 어떤 불만이나 문제가 있었는지 숨김없이 얘기하도록 장려되며, 숙지해야 할 품질 개선 방안을 함께 논의하기도 한다.
공개적으로 얘기하길 꺼리는 직원들은 따로 마련된 부스에 익명의 메모를 남겨 문제점을 지적할 수도 있다고 린골드 부사장은 설명했다.
보잉 측은 각 조립 단계에서 해결되지 않은 작업이 다음 단계로 이연되는 것은 최소화하기 위한 '윕(WIP; Work In Progress) 박스' 시스템도 새로 도입했다고 밝혔다.
특정 부품 조립을 맡은 작업자가 해당 근무 시간 내에 미처 끝내지 못한 작업이 생길 경우 해당 부품을 '윕 박스'로 불리는 공간에 따로 보관하고 관리자가 이를 기록으로 남겨 다음 교대 근무조가 반드시 이를 숙지하거나 완료하게 하는 방식이다.
이 공장의 작업 과정에 따르면 737맥스 여객기 1대를 조립하는 데는 평균 10일이 걸린다. 공장 내부는 날짜별 작업 흐름에 따라 1대가 정해진 라인을 따라 이동하며 완성되도록 설계돼 있다.
공급업체인 스피릿 에어로시스템즈에서 만든 기본 동체(외형)가 컨테이너에 매달려 공장 안에 들어오면 열흘에 걸쳐 이 동체를 이동시키며 여객기 1대에 필요한 200만여개의 모든 부품을 끼우고 붙이는 작업이 진행된다.
이 공장의 전체 면적은 80만제곱피트(약 7만4천㎡)에 달한다. 직원들은 하루 3교대로 일하는데, 야간에는 주로 각 단계를 마친 동체를 다음 단계로 이동시키는 작업이 이뤄진다.
조립 공정의 처음 사흘간은 동체 내 단열과 유압 시스템, 전기 배선 등 내부 설치 작업이 주로 이뤄지고, 4일 차에 꼬리와 날개를 붙인 뒤 5∼6일 차에는 물탱크와 화장실 등 설치 작업이 이뤄진다.
8일 차에는 바닥 카펫과 승객 시트가 설치되고, 9일 차에 양쪽 엔진이 부착된 뒤 10일 차에는 도색과 추가적인 부품 설치가 마무리된다. 이 가운데 6일 차부터 마지막 날까지는 주요 구역별 기능 테스트 작업도 병행된다.



이미 조립 공정의 상당 부분이 기계화된 자동차 공장 등과 달리, 비행기를 만드는 보잉 공장의 조립 과정은 사람이 직접 손으로 해야 하는 수작업이 대부분이었다.
거대한 동체 안에 수많은 부품을 정교하게 끼워 넣고 설치해야 하는 작업이 핵심이다 보니 일반적인 제조 공장들처럼 컨베이어 벨트에 올려 생산 라인을 돌리며 기계적으로 부품을 박아 넣을 수 없는 구조였다.
이는 다시 말해 각 부품 조립을 담당하는 작업자들이 조금이라도 집중하지 않고 필요한 작업을 제대로 수행하지 않을 경우 치명적인 오류나 결함이 발생하기도 쉽다는 뜻이다.
이날 렌턴 공장에서 737맥스 여객기가 실제로 조립되는 과정을 보니 보잉 측이 왜 사고 방지를 위한 주요 대책으로 '품질 관리 문화 개선'을 강조하는지 이해가 됐다.
각 작업에 대한 직원들의 숙련도와 집중도, 각성도를 높이지 않고서는 100% 안전한 비행기 생산을 담보할 수 없는 구조였다.
린골드 부사장은 "우리 산업에서는 제조 과정의 오류가 절대 용납되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있다"며 "매일 200만개의 부품을 통합해 조립하는 작업은 극도로 어려운 일이지만, 이것을 완벽하게 해내기 위한 우리의 노력은 그 어느 때보다 강력하다"고 다짐했다.


mina@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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