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이란대선] 안갯속 표심…결선투표 갈까, 보수 후보사퇴로 힘 합칠까
D-2 강경파 5명, 중도개혁 1명 난립구도 속 뚜렷한 선두 안보여
갈리바프·잘릴리 등 단일화 전망도…하메네이 의중은 어디에
(테헤란=연합뉴스) 김동호 특파원 = 에브라힘 라이시 전 대통령의 헬기 추락사로 치러지는 이란 대통령 보궐선거를 불과 이틀 앞둔 26일(현지시간)까지도 현지 표심의 향배는 여전히 안갯속이었다.
대선후보 6인 중 아직 뚜렷하게 선두로 치고 나오는 이가 없다는 점에서 결선투표 전망이 점차 커지는 가운데 일각에서는 보수층 표 결집을 위해 일부 후보가 사퇴할 수 있다는 가능성도 제기된다.
전날 이란 수도 테헤란에서 만나본 시민들 중 아직 지지 후보를 정하지 않은 부동층이거나 투표를 보이콧하겠다는 경우가 상당수였다.
모하마드 바게르 갈리바프(63) 마즐리스(의회) 의장, 사이드 잘릴리(59) 전 외무차관 등 보수진영 유력 인사를 뽑겠다는 이들보다는 후보 중 유일한 중도·개혁 성향으로 분류되는 심장외과 의사 출신 마수드 페제시키안(70) 의원 지지를 밝히는 목소리가 일부 눈에 띄었다.
외신 분석도 이러한 불확실성을 반영하는 모습이다.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이란 이맘사디크대학교 여론조사에서 페제키시안 의원이 지지율 24.4%로 앞서있고 갈리바프 의장 23.4%, 잘릴리 전 차관 21.5%로 뒤를 이었다고 전했다. 응답자 5분의 1은 지지 후보를 정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AP 통신은 전문가 분석을 인용해 "갈리바프가 선두이고 잘릴리가 2위로 예상된다"면서도 예전 선거를 되짚어보면 보수파가 단일 후보를 중심으로 표를 결집하고자 투표일 직전 며칠간 여러 후보들이 사퇴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오는 28일 투표에서 과반 득표자가 나오지 않으면 내달 5일 상위 2명을 놓고 결선투표가 치러진다.
현지 언론계 일각에서도 대선 공식 선거운동기간 마지막날인 이날을 전후로 보수 지도층 인사들이 회의를 통해 유력 후보와 사퇴자를 가려낼 것이라는 소문이 돌고 있다.
후보간 단일화 등 막판 교통정리가 어떤 식으로 이뤄질 경우 이란 최고지도자인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의 의중이 어느 쪽에 있느냐가 최대 변수가 될 전망이다.
앞서 하메네이는 전날 연설에서 대선 후보들을 향해 "혁명에, 이슬람 체제에 조금이라도 반대하는 자는 당신들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이슬람 혁명 노선에서 벗어난 친서방 성향의 후보와 연대하지 말 것을 촉구한 바 있다.
선례를 살펴보면 1979년 이란 이슬람혁명 이후 결선이 있었던 것은 '반서방 강경파' 마무드 아마디네자드가 당선된 2005년이 처음이자 유일하다.
재임 기간 하메네이 등 고위 성직자의 위계질서에 반기를 들었던 그는 이번에 다시 대선 출마를 신청했으나 헌법수호위원회 자격 심사 과정에서 낙마했다.
가장 최근인 2021년에는 잘릴리 전 차관이 라이시 지지를 선언하며 자진사퇴했고, 이후 라이시는 60%를 넘게 득표하며 결선 없이 당선됐다.
테헤란의 한 카페에서 만난 대학생 아바스(22)는 최근 대선 TV 토론에서 갈리바프 의장과 알리레자 자카니(58) 테헤란 시장의 정치적 노선이 비슷해 보였다며 "둘 중 한 명이 다른 쪽을 지지할 것 같다"고 단일화 가능성을 내다봤다.
실명을 밝히기를 꺼린 한 남성 시민(34)은 "투표에 참여하지 않을 생각이었지만 만일 결선까지 간다면 그때에는 투표장을 찾을 것 같다"고 말했다.
d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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