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테르테 비판 후 6년 수감' 필리핀 전 장관, 모든 혐의 무죄
마약과의 전쟁 조사한 데 리마 전 법무 "두테르테, 이제 당신이 답할 차례"
(하노이=연합뉴스) 박진형 특파원 = 로드리고 두테르테 전 필리핀 대통령(2016∼2022년 재임)의 '마약과의 전쟁'을 비판하다가 마약 관련 범죄로 몰려 수감된 필리핀 유명 정치인이 무죄 판결을 받아 모든 혐의를 벗었다.
25일(현지시간) 로이터·AFP 통신에 따르면 마닐라 남부 지방법원은 전날 레일라 데 리마(64) 전 법무장관의 3가지 혐의 중 남은 1건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그는 두테르테 대통령의 전임인 고(故) 베니그노 아키노 전 대통령 밑에서 법무장관(2010∼2015년 재임)으로 일하면서 마약죄로 수감된 죄수들로부터 돈을 받고 계속 마약을 팔 수 있게 해줬다는 혐의를 받아왔다.
그러나 재판부는 데 리마 전 장관과 다른 피고인 4명에 대해 "검찰은 피고인의 혐의를 '합리적인 의심' 이상 수준으로 입증할 수 없었다"고 밝혔다.
데 리마 전 장관은 판결 직후 법원에서 취재진에 "나는 이제 완전히 자유이고 무죄가 입증됐다"면서 "정말 홀가분하다"고 밝혔다.
이어 두테르테 전 대통령을 겨냥, 마약과의 전쟁으로 사람들을 죽인 것에 대한 처벌을 모면하지 못할 것이라면서 "두테르테씨, 이제 국민 상대로 당신이 저지른 죄에 대해 당신이 대답할 차례"라고 경고했다.
두테르테 전 대통령은 취임 직후인 2016년 7월부터 전국 단위의 마약 범죄 소탕을 벌이면서 마약 복용자나 판매자가 곧바로 투항하지 않으면 경찰이 총격을 가해도 좋다는 방침을 세웠다.
그 결과 총 6천 명이 넘는 용의자들이 경찰이나 자경단 등에 의해 숨졌다.
이에 당시 상원의원이던 데 리마 전 장관은 마약과의 전쟁을 비판하고 의회에서 관련 조사에 착수했다가 2017년 오히려 마약 관련 범죄 혐의로 구속됐다.
하지만 그는 자신이 마약과의 전쟁을 조사한 데 대해 보복하기 위해 두테르테 정권이 조작한 혐의라고 맞서 왔다.
이후 지난해 5월 마약상으로부터 뇌물을 받은 혐의 등 2개 혐의에 대해 무죄 판결을 받았고, 수감된 지 6년여 만인 지난해 11월 보석으로 석방됐다.
그의 혐의와 관련된 다수의 증인이 숨지거나 증언을 번복했다고 AFP는 전했다.
매슈 밀러 미 국무부 대변인은 이번 판결을 환영하면서 "우리는 필리핀에 언론인과 시민사회 상대 사건을 포함해 정치적 동기로 빚어진 사건들을 인권 관련 국제적 의무와 약속에 부합하는 방식으로 해결할 것을 계속해서 촉구한다"고 밝혔다.
앞서 지난 18일에는 두테르테 정권 시절 마약과의 전쟁 와중에 40대 아버지와 10대 아들을 살해한 경찰관 4명이 치사죄로 최장 징역 10년형과 손해배상 판결을 받기도 했다.
jhpar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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