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성 공장화재에 외신 "기피 직종에 외국노동력 의존"
"노동환경 개선 노력에도 산업재해 계속 발생"
"리튬 배터리 화재, 전세계서 문제…배터리업계 고심"
(서울=연합뉴스) 임지우 기자 = 24일 발생한 경기 화성시 아리셀 공장 화재 사망자 대부분이 외국인 일용직 근로자로 드러난 가운데 외신은 한국의 외국인 노동력 의존 심화 현상 등을 조명했다.
AP통신, 미 일간 뉴욕타임스(NYT) 등은 25일 "한국의 리튬 배터리 공장에서 화재로 22명이 사망했다"며 "사망자 대부분은 중국인 이주 노동자"라고 보도했다.
경찰과 소방당국 등에 따르면 사망자 22명 중 20명은 외국인으로, 중국 국적 18명, 라오스 국적 1명, 미상 1명이다.
피해가 외국인 노동자에게 집중된 배경에 대해 AP는 "최근 수십년간 조선족을 포함한 많은 중국인들이 한국에 일자리를 찾기 위해 이주했다"며 "다른 외국인 노동자들과 마찬가지로 이들은 종종 한국인들이 기피하는 공장직이나 육체적으로 힘든 저임금 일자리를 맡게 된다"고 설명했다.
NYT도 사망한 외국인 노동자들이 공장 구조에 익숙하지 않은 일용직 근로자들이었다는 한국 소방 당국자의 설명을 인용하면서 "수십년간 낮은 출산율로 고통받아 온 한국은 점점 더 현지인들이 기피하는 일자리를 채우기 위해 이주 노동자들에 의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번 화재가 발생한 화성과 같은 공업 도시의 소규모 회사들과 농촌은 이러한 이주 노동자 없이는 돌아가기가 불가능할 정도라고 짚었다.
영국 일간 파이낸셜 타임스(FT)는 제조업 의존도가 높은 한국은 노동 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노력을 기울여왔으나 산업 재해가 여전히 잦은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안전 문제 양상을 위한 기업들의 막대한 투자에도 불구, 지난해 600명 등 산업재해 사망률이 선진국들 가운데 가장 높은 나라 중에 하나라며 삼성전자, 포스코, 현대중공업 등 상당수 선두 제조업체들이 건강 및 안전 분쟁에 휘말려 왔다고 전했다.
로이터통신은 2년전 치명적 사고 발생시 사업주를 처벌할 수 있는 중대재해처벌법이 한국에서 통과된 가운데 해마다 수십명의 근로자들이 산업 재해로 사망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번 화재가 커진 원인으로 꼽히는 리튬 배터리의 위험성도 재조명됐다.
불이 난 아리셀 공장은 리튬 배터리 일차전지를 제조하는 곳으로, 공장 건물에는 리튬 배터리 완제품 3만5천여개가 보관되어 있었다.
이는 이차전지인 리튬이온 배터리에 비해서는 화재 위험이 적은 것으로 평가되나, 리튬 자체가 반응성이 큰 금속이어서 고온에 노출되거나 수증기와 접촉하면 폭발해 이번과 같은 참사로 이어질 수 있다.
미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리튬 배터리 화재는 미국을 비롯한 전 세계에서 점점 더 큰 문제가 되고 있다면서 배터리 제조업계 전반이 오랫동안 고심해 온 문제라고 짚었다.
wisefool@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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