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아일랜드산 소고기 수입에 한우농가 피해 우려
한우협회, 다음달 3일 국회 앞에서 한우반납 집회
대형마트들 "현재 유럽산 소고기 판매 안 해…유통 계획 없어"
(서울=연합뉴스) 성혜미 신선미 기자 = 프랑스산, 아일랜드산 소고기 수입을 앞두고 한우 농가들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한우 생산비는 오르고 산지 가격은 하락하는 상황에서 수입 소고기 물량이 더 늘어나면 버틸 수 없다며 농가 보호를 위한 대책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전국한우협회 관계자는 14일 연합뉴스에 "2022년에도 (수입 소고기) 10만t(톤)을 할당 관세로 들여와 가격 폭락이 가속화했다"며 "이번 수입국 확대 역시 한우 산업에 피해가 될 것이 분명하다"고 우려했다.
이 관계자는 "그동안 만들어진 보호 대책은 전무하다"며 "정부가 진정성 있는 자세로 실효성 있는 근본 대책을 세워주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프랑스산, 아일랜드산 소고기 수입을 위한 법적 절차는 이미 지난해 12월 마련됐다.
유럽산 소고기는 소해면상뇌증(광우병·BSE) 발생으로 2000년부터 수입이 중단됐다. 프랑스와 아일랜드에서는 각각 2016년, 2020년 광우병 발생 사례가 나왔기 때문이다.
또 광우병이 발생한 국가에서 소고기를 다시 수입하려면 국회에서 수입 위생 조건에 대한 심의를 받아야 해 지난해 12월 20일 국회가 프랑스산, 아일랜드산 소고기 수입을 재개하기 위한 '수입위생조건안'을 통과시켰다.
최근에는 도축장 승인, 서식 협의 등 남은 협의가 모두 마무리되면서 프랑스와 아일랜드에서 소고기를 수입할 수 있는 길이 완전히 열리게 됐다.
정부는 국경 검역으로 기업이 들여오는 소고기 위생 기준 등을 확인하면 된다.
이에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는 지난 13일(현지 시간) 보도자료를 통해 "집행위의 지속적인 노력 덕분에 한국 시장이 공식적으로 프랑스·아일랜드 소고기 수출을 허용하게 됐다"며 "이번 결정은 유럽 소고기 산업에 중요한 진전"이라고 평가했다.
한우협회는 국내 한우산업을 보호하기 위한 대책 마련을 촉구하기 위해 다음 달 3일 여의도 국회 앞에서 한우 반납 집회를 연다는 방침이다.
한우협회 관계자는 "여야 모두 한우산업 보호 대책을 정부에 주문했으나, 한우 농가에 도축·출하 장려금과 경영개선자금 등을 지원할 수 있게 한 '지속가능한 한우산업을 위한 지원법안'(한우법)은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로 폐기됐다"고 비판했다.
다만 유통업계 일각에서는 프랑스산, 아일랜드산 소고기 수입이 허용된다고 하더라도 실제 수입되는 양은 미미할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현재 국내 수입육 시장의 90% 이상을 미국산과 호주산이 양분하고 있는데, 프랑스산·아일랜드산 소고기가 수입된다고 해서 수입육 시장에 큰 변동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특히 아일랜드에서 강조 포인트로 삼는 '목초 사육 소고기'는 기존 호주산과 큰 차이점이 없을 것이라고 예상한다"고 덧붙였다.
실제 지난해 소고기 수입 현황(검역 기준)을 보면 전체 수입량 45만3천548t(톤) 중 미국산이 22만9천656t으로 50.6%를 차지하고 호주산이 18만7천540t으로 41.3%를 차지한다.
유럽산 소고기 중 수입이 허용된 네덜란드산과 덴마크산 수입량은 각각 42t(0.01%), 465t(0.1%)이다.
이마트, 롯데마트 등 대형마트는 유럽산 소고기를 판매하지 않고 있으며, 현재 유통 계획도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유통업계에서는 이번에 수입 승인이 났다고 해도 가공장과 현지 조사 등 여러 과정과 검증이 필요하기 때문에 운영 계획 수립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고 있다.
noanoa@yna.co.kr, sun@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