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시론] 푸틴 '24년 만의 방북' 초읽기…안보불안 심화 막아야
(서울=연합뉴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북한의 초청에 따라 며칠 내로 북한을 방문할 예정이라고 대통령실이 13일 확인했다. 푸틴 대통령의 방북은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집권하던 2000년 7월 이후 24년 만으로, 지난해 9월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러시아 극동 방문에 대한 답방의 성격을 지닌다. 북한과 러시아가 군사적으로 강하게 밀착하는 흐름 속에서 푸틴의 방북 행보가 한반도를 둘러싼 신냉전 구도를 심화시키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대두하고 있다. 최근 한국을 향해 유화적 제스처를 보이면서도, 다른 한편으로 신냉전의 흐름을 타고 북한과의 군사협력 관계를 새롭게 격상하려는 러시아의 노림수를 냉정하게 파악해 대응해야 할 시점이다.
가장 주의 깊게 관찰해야 할 대목은 북러의 군사적 밀착이 과연 어느 수준으로까지 끌어올려지느냐다. 우크라이나 전쟁을 고리로 한 양국의 '검은 거래'는 레드라인을 넘어선지 오래다. 북한은 우크라이나와 전쟁 중인 러시아에 군사 장비와 군수품을 담은 컨테이너 1천개 이상을 보내고, 러시아는 그 대가로 군사정찰위성 발사에 필요한 신형 엔진 기술 등을 이전하고 정유를 공급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결같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를 중대하게 위반하는 행위들이지만, 양국 모두 국제사회의 비난을 전혀 아랑곳하지 않고 있다. 양측은 특히 이번 방북을 계기로 조약 갱신이나 공동선언을 통해 장기적 군사협력의 토대를 다질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다.
북러 간 군사적 밀착은 1950년 한국전쟁 당시의 혈맹관계와 달리 신냉전의 흐름 속에서 서로의 이해가 맞아떨어지는 전략적 접근 속에서 추진되고 있다. 김정은 정권으로서는 러시아를 뒷배로 삼아 북·중·러 연대를 강화하고, 우주기술 등을 이전받아 핵·미사일 역량을 고도화하며, 지상과제인 핵보유국 지위를 인정받으려고 할 가능성이 있다. 푸틴으로서는 우크라이나 전쟁을 수행하는 데 필요한 무기 공급선을 안정적으로 확보하고, 아시아·태평양 역내에서 중요 행위자로서의 영향력을 유지하는데 전략적 주안점을 둘 것으로 분석된다. 북러 관계가 신냉전 동맹 수준으로 격상하며 역내 안보적 불안이 커지는 상황은 막아야 한다.
푸틴 대통령은 최근 세계 주요 뉴스통신사 대표들과 만난 자리에서 한러관계에 대한 연합뉴스의 질의에 한러 관계 회복에 대한 유화적 제스처를 보였다. 러시아가 우리와의 관계 회복에 대한 진정성이 있다면 국제사회의 우려를 넘는 북러 간 불법적인 거래나 협력을 더 이상 진전해선 안 된다. 한미동맹과 한미일 안보협력 강화, 국제사회와의 긴밀한 공조를 통해 선을 넘어선 북러의 거래를 견제해야 할 필요도 있다. 동시에 유연한 외교도 고민해야 할 시점이다. 이익동맹의 성격이 큰 북러 관계는 상황과 조건에 따라 얼마든지 바뀔 수 있는 만큼 틈새를 벌리는 전략이 필요하다. 냉전 후반기 러시아와의 관계 개선이라는 대담한 접근으로 국익의 지평을 넓혔던 북방외교를 되새겨볼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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