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리엇 새 표적은 美사우스웨스트 항공…2조8천억원 투자
美 국내선 최대 항공사로 주가 3년 새 절반 이상 폭락
(서울=연합뉴스) 김기성 기자 = 글로벌 행동주의 투자자인 엘리엇 인베스트먼트 매니지먼트(이하 엘리엇)가 미국 사우스웨스트 항공에 대한 지분 투자에 나선 것으로 전해졌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9일(현지시간) 엘리엇이 거의 20억 달러(2조8천억 원)를 투자해 지분을 매입했다며 이 항공사의 부진한 주가를 끌어올리기 위해 변화를 추진할 계획이라고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이로써 엘리엇은 시가총액이 166억 달러(22조9천억 원)인 이 항공사의 최대 투자자 중 하나가 됐다.
미국 댈러스에 본사를 둔 사우스웨스트 항공은 지난 7일 뉴욕증시에서 27.75달러로 0.36% 하락한 채 거래를 마쳤는데, 이는 팬데믹 혼란기였던 2020년 3월보다 낮다.
또 지난 3년 동안 절반 이상 폭락하면서, 델타항공이 같은 기간 약 8% 상승하고, 유나이티드 항공이 약 8% 하락에 그친 것과 대조적이다.
같은 기간 S&P 500 지수는 30% 이상 올랐다.
억만장자 투자자 폴 싱어가 이끄는 엘리엇은 세계에서 가장 활발한 행동주의 펀드 중 하나로, 기술 회사 등을 인수해 경영진 개편과 완전 매각을 포함한 변화를 강요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엘리엇은 한국 내에서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간 합병 과정을 문제 삼거나 현대차 그룹을 상대로 지배구조 개선을 요구하면서 널리 알려졌다.
엘리엇이 최근에 지분을 확보한 여러 회사는 결국 최고경영자(CEO)를 교체했는데, 여기에는 대형 무선 타워 소유주인 크라운 캐슬을 비롯해 NRG 에너지, 굿이어 타이어 & 러버 등이 포함된다.
올해에는 영국 상장사인 광산업체 앵글로 아메리칸과 일본 종합상사인 스미토모 등에서 행동에 나섰다고 블룸버그통신이 전했다.
이밖에 엘리엇은 소프트뱅크 등 일본 주요 기업을 상대로도 지배구조 개선 등을 요구하며 한바탕 싸움을 벌인 바 있다.
사우스웨스트 항공은 1970년대에 조촐하게 출발했으나 현재는 미국 최대의 국내선 항공사로 성장했다.
경쟁사들의 요금을 끌어내려 항공 여행 수요를 자극한 것으로 유명하다. 또 보잉 737이라는 한 종류의 항공기를 운항해 비용을 낮게 유지하며 뛰어난 서비스를 제공해 고객 선호도가 높다.
이를 바탕으로 47년 연속 흑자를 내며 승승장구하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항공 수요가 급감해 어려움에 부닥쳤다.
또 지난 1월 타 항공사의 보잉 737 맥스9가 운항 중 '도어플러그'(비상구 덮개)가 뜯겨 나가는 사고가 나고, 이 기종에 의존하는 사우스웨스트 항공도 여객기들을 제때 인도받지 못해 곤란을 겪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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