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조 마리퀴리' 옥주현·김소향 "英 진출 감격…자부심 느껴요"
'마리 퀴리' 원작 주연, 영국판 흥행 응원 위해 런던 방문
"뮤지컬은 나의 동력…최대한 불태우고 싶어요"
(런던=연합뉴스) 김지연 특파원 = "제가 외국 작품을 한국에서 번안한 작품을 많이 공연했는데 '마리 퀴리'는 그 반대예요. 그 자체로 감동이죠. '한국에 뭐가 더 있을까' 궁금하게 만드는 한국 문화의 힘에 자부심을 느껴요" (옥주현)
"일본, 폴란드에서도 눈물이 많이 났는데 이제 영국이네요. 세계에 진출하면 좋겠다고 생각하며 다 같이 개발해온 작품이기에 꿈에 한발짝씩 다가서는 느낌이라 감격스럽습니다." (김소향)
뮤지컬의 본고장 런던 웨스트엔드 무대에 진출한 한국 창작 뮤지컬 '마리 퀴리'의 원조 배우 옥주현과 김소향은 7일(현지시간) 런던에서 연합뉴스와 만나 '마리 퀴리'의 영국 진출과 세계 속 K-컬처의 활약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마리 퀴리' 한국 공연 당시 뮤지컬 팬들에게서 '옥마리', '향마리'라는 애칭으로 불리며 사랑받은 두 배우는 다음 달 28일까지 채링크로스 극장에서 공연되는 '마리 퀴리' 영국판 흥행을 응원하기 위해 런던까지 날아왔다.
7일 영국판 언론 공개 행사와 리셉션에 참여했고 8일 주영한국문화원에서 관객과의 대화에 나섰다. 10일에는 갈라 콘서트에서 영국 배우와 합동 공연을 펼친다.
'마리 퀴리'를 향한 두 배우의 깊은 애정은 인터뷰 내내 확연히 드러났다. 선구적인 과학자로서 단순한 위인전의 반복이 아니라 인간과 인생을 담은 스토리의 힘으로 해외 관객과도 충분히 소통할 것이라고 자신했다.
김소향은 "우리와 같은 인간으로서 마리 퀴리가 자신만의 별을 찾아가는 과정을 그렸고 우정과 사랑이 담겨 있다"며 "이건 세계 어디에도 통하고 모든 관객에게 감동을 줄 수 있는 내용"이라고 소개했다.
'마리 퀴리' 영국판은 '한국판'과 줄거리와 음악 등은 같지만, 영국 연출가와 제작진이 이끌고 영국 배우들이 영어로 연기하는 현지화한 작품이다.
한국 창작 뮤지컬이 웨스트엔드에서 현지 스태프·배우들과 영어로 장기 공연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2002년 웨스트엔드 무대에 올랐던 '명성황후'는 해외 순회공연 방식으로 짧은 기간 공연했다.
옥주현은 7일 처음으로 영국판 무대를 관람하고 나서 "너무 좋았다. 다른 무대에서 다른 배우들과 다르게 연출된 것을 보니 배우로서 배울 점이 많았다"고 말했다.
작품 속 마리 퀴리는 과학계에서 성차별을 딛고 연구에 필사적으로 매달리는 집념의 인물이자 라듐 제품 공장 일꾼들이 잇따라 앓다가 죽음을 맞자 고뇌에 빠지면서도 이를 딛고 일어서는 인물로 그려진다.
옥주현은 "하나를 끝까지 놓지 않고 캐내고 싶어 하는 인물이라 연기하면서 나를 많이 담을 수 있었던 것 같다"며 "누구나 꿈을 가지고 나아가는데 그런 마음을 성찰할 수 있게 해주는 작품"이라고 강조했다.
'마리 퀴리'는 제작 단계부터 해외 진출을 염두에 두고 개발됐다. 실제로 2019년 중국 상하이 쇼케이스 공연, 2022년 퀴리의 고국 폴란드의 바르샤바 뮤직 가든스 페스티벌 참여와 최고상 수상을 거쳐 지난해 일본에 공연 라이선스를 수출했다.
그 과정에 내용과 배역, 곡 등이 조금씩 바뀌고 다듬어져 현재의 모습에 이르렀다.
김소향은 이같이 긴 개발과 도약 과정에서 한류와 K 콘텐츠의 방향을 찾을 수 있다고 봤다.
그는 "작품 하나 올리는 데 6∼7년은 걸리므로 인내심이 필요하다. 우리가 어려웠던 초기에 이 작품을 내려놨다면 폴란드도, 영국도 없었을 것"이라며 "정말 좋은 이야기가 있다면 끈기를 가지고 계속 도전하면 되지 않을까. 마리 퀴리라는 인물과 그런 점에서도 정말 비슷하다"고 말했다.
김소향은 제작 초기부터 참여해 2020년 초연과 재연에서 타이틀롤을 맡았다. 옥주현은 김소향의 적극적인 추천으로 2020년 재연에서 합류했다.
김소향이 백지에 스케치부터 채색까지 하듯 뮤지컬 속 마리 퀴리를 새로이 찾아내고 조금씩 만들어 갔다면, 옥주현은 첫 연습에 모든 곡을 다 외워 나타났을 정도로 작품에 누가 되지 않겠다는 마음이 강했다고 했다.
두 배우는 '인생의 전부'인 뮤지컬을 통해 가진 것들을 불사르는 도전정신을 계속 이어가겠다고 입을 모았다.
김소향은 "뮤지컬, 예술이라는 것을 빼면 나 김소향에게는 남아 있는 것이 없다"며 "빨리 열심히 불태우고 싶다"고 말했다.
옥주현도 "뮤지컬은 단 한 번도 같은 공연이 없다. 그래서 긴장감을 놓을 수가 없고 더 잘하고 싶고 나한테 지고 싶지 않다"며 "뮤지컬은 나를 지치지 않게 해주는 동력이다. 최대한 불태우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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