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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본고장 英웨스트엔드 무대 선 한국 뮤지컬 '마리 퀴리'
영국판 주연 배우 "원작 영상클립 보고 꼭 해야겠다 싶었죠"


(런던=연합뉴스) 김지연 특파원 = 영국 배우가 김소향, 옥주현의 노래로 귀에 익은 '또 다른 이름'(Another Name)을 부른다. 언어도 음색도 다르지만 마리 퀴리의 들끓는 심정이 표출되는 폭발적인 에너지는 같다.
한국 창작 뮤지컬 '마리 퀴리' 영국판이 7일(현지시간) 저녁 런던 채링크로스극장 무대에 올랐다. 이달 1일부터 다음 달 28일까지 이어지는 공연 중 현지 언론을 대상으로 진행된 '프레스 나이트' 행사다.
한국 뮤지컬이 미국 뉴욕 브로드웨이와 함께 뮤지컬 본고장으로 꼽히는 런던 웨스트엔드에서 현지 스태프·배우들과 영어로 장기 공연을 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한국 원작의 강병원 프로듀서가 영국판 프로듀서도 맡았지만, 뮤지컬 '라이드'로 이름을 알린 세라 메도스가 연출하고 영국 배우들이 영어로 대사와 노래를 소화하는 등 현지화했다.
이날도 주인공 마리 퀴리 역의 에일사 데이비드슨, 마리 퀴리와 우정을 나누는 가상의 인물 안느 역의 크리시 비마, 피에르 퀴리 역의 토머스 조슬링 등 현지 배우들은 사전 지식 없이 본다면 한국 작품이 원작인지 알 수 없을 무대를 선보였다.
'마리 퀴리'는 라듐을 발견해 노벨상을 받은 폴란드 출신 여성 과학자 마리 퀴리의 삶을 다룬다.
과학계에서 성차별을 딛고 연구에 필사적으로 매달리며 성과를 내는 모습부터 라듐 제품 공장 일꾼들이 잇따라 앓다가 죽음을 맞자 윤리적 딜레마에 빠지는 모습까지 인간적인 면모를 풍부하게 그려낸다.
한국의 이야기를 넘어 인간의 보편적인 이야기를 다뤄 전 세계 관객에게 다가가고 있다는 점에서 K콘텐츠의 확장이라 할 만하다.

에일사 데이비드슨은 이날 무대에서 내려온 뒤 연합뉴스에 "열정을 쏟는 대상이 무엇이건 열정과 부단한 노력, 투지를 강조하는 작품"이라며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라고 말했다.
그는 "한 인간이 어떻게 실존하는가, 그 인간이 무엇에 인생을 바치는가, 그 헌신의 대상이 어떻게 한 사람을 만들어내는 동시에 부숴버릴 수 있는가를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데이비드슨은 앞서 스코틀랜드국립국장의 '드라큘라', 디아더팰리스의 '베로니카 소여 인 헤더스' 등에 출연했다.
한국 원작 전체 작품은 보지 못했으나 일부 클립은 봤다는 그는 입이 떡 벌어지는 표정을 지으면서 "내 반응은 이랬다. '이 오디션 꼭 봐야 해! 엄청나다(phenomenal)!'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는 "어머니가 화학 선생님이어서 내 인생에는 늘 과학이 있었다. 과학계에서 그토록 많은 성과를 낸 여성 과학자 역할을 맡을 기회라 큰 관심이 갔다"며 "여성의 이야기를 끌어올리고 조명한다는 점도 중요했다"고 덧붙였다.
작품은 마리 퀴리가 열정적으로 연구에 매진하는 모습과 라듐의 위험성 앞에 고뇌에 빠진 모습을 진중하게 담아낸다.
그러면서도 연극·뮤지컬적인 요소를 놓치지 않는다. 배우들의 열정적인 연기와 인물의 감정을 듬뿍 담은 노래, 몰입도 높은 극적인 전개, 어두운 무채색부터 형광 빛까지 시시각각 변신하는 무대 연출이 어우러진다.

영국판을 연출한 메도스는 공식 프로그램 '연출가의 노트'에 "작품 서사에 담긴 허구와 더불어 점점 고조되는 한국 원작의 스토리텔링 스타일 덕에 역사적 사실과 허구, 시적인 아이디어를 동시에 담아낼 수 있었다"고 썼다.
cherora@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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