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은행 총재 왜 말바꿨나 했더니…"엔저 걱정 기시다가 요구"
닛케이 보도…4월말 총리실 "엔저 그냥 두면 영국 파운드화같은 위기" 우려
(도쿄=연합뉴스) 경수현 특파원 = 일본 중앙은행인 일본은행 우에다 가즈오 총재의 엔화 관련 발언 기조가 변화한 배경에는 기시다 후미오 총리의 요구가 있다는 보도가 3일 일본에서 나왔다.
이날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에 따르면 기시다 총리는 지난달 7일 우에다 총재를 면담하고 발언 내용을 수정하도록 요구했다.
일본 정부 측은 지난 4월 기자회견에서 엔화 약세를 자극하는 발언을 한 우에다 총재가 5월 8일 강연 일정이 잡혀있어 발언을 수정할 기회가 된다고 판단했다는 것이다.
한 총리 비서관은 4월말 전후로 엔/달러 환율이 160엔을 돌파하는 등 당시 급속한 엔저와 관련해 "그냥 두면 영국의 파운드화 위기와 같아진다"며 통화위기를 연상했다고 전했다.
앞서 우에다 총재는 지난 4월 26일 일본은행 금융정책결정회의 뒤 열린 기자회견에서 "현재는 엔화 약세가 기조적인 물가 상승률에 큰 영향을 주고 있지는 않다"고 말해 엔화 약세를 자극했다는 지적을 받은 바 있다.
그러나 그는 기시다 총리 요구를 전달받고 하루 뒤인 5월 8일 도쿄에서 열린 강연회에서 엔저와 관련해 "수입물가 상승을 기점으로 하는 비용상승 압력이 안정화될 것이라는 전망의 전제를 약화시킬 가능성이 있다"며 "과거에 비해 물가에 환율 변동이 영향을 미치기 쉬워진 측면이 있다"고 평가했다.
또 "경제나 물가 전망과 이를 둘러싼 위험도가 변화하면 금리를 움직일 이유가 된다"고도 말했다.
이런 내용은 '국력을 꺾는 엔저, 반전의 해법'이라는 제목의 닛케이 기획 기사에 포함됐다.
닛케이는 이 기사에서 수입물가 상승 탓에 학교 급식에서 쇠고기 메뉴가 줄어들고 일본 정부가 취득 예정인 최신예 전투기 가격은 급등하는 등 엔저의 부정적인 영향을 짚으면서 "일본 경제는 이제 엔저에 의존할 단계가 아니고 수출을 통해 돈을 벌어 성장 원천으로 삼는 경제 모델에서는 졸업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엔화가 약세를 보여도 수출 물량이 늘지 않는다"며 "새로운 성장 전략의 구축을 서두를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ev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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