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보 갈등 확인한 샹그릴라대화…대만·남중국해·우크라 충돌
美中 공방 주고받아…젤렌스키, 평화회의 방해 中·러 비난
(방콕=연합뉴스) 강종훈 특파원 = 제21회 아시아 안보회의(샹그릴라 대화)가 세계적인 안보 갈등과 위기를 다시 한번 확인한 채 2일(현지시간) 오후 폐막했다.
대만과 남중국해 문제, 우크라이나·가자지구 전쟁, 북한 도발 등 여러 국제 현안을 놓고 미국과 중국을 중심으로 사흘간 치열한 공방이 펼쳐졌다.
회의는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필리핀 대통령의 개막 연설로 시작해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의 마지막 연설로 끝났다.
관심이 집중된 두 정상의 연설은 여러 주제를 관통하며 중국과 러시아에 대한 국제사회의 우려를 보여줬다.
마르코스 대통령은 행사 첫날인 지난달 31일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 중인 중국을 겨냥해 "필리핀과 다른 동남아시아 국가들은 남중국해 평화와 안정, 번영을 위한 비전이 있지만 다른 주체에 의해 훼손되고 있다"고 날을 세웠다.
이튿날에는 로이드 오스틴 미국 국방장관이 "강압이나 충돌, 소위 '처벌'이 아니라 대화를 통한 평화로운 분쟁 해결이 필요하다"며 "선전가들은 계속 법치주의를 거부하고 강압과 공격을 통해 자신들의 의지를 강요하려고 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달 20일 친미·독립 성향 라이칭더 정부가 출범하자 중국군이 실시한 '대만 포위' 훈련, 중국 해경선의 필리핀 선박 물대포 공격 등을 비판한 것으로 해석됐다.
오스틴 장관은 행사 첫날 둥쥔 중국 국방부장과의 회담에서도 중국군의 대만 주변 훈련에 우려를 표하고 남중국해 항행 자유 보장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미국과 중국 국방 수장의 대면 회담이 18개월 만에 열려 관심을 모았지만, 양측이 각국 입장을 되풀이하는 선에서 대화가 마무리됐다.
둥 부장은 2일 연설에서 대만·남중국해 문제 등 자국의 '핵심 이익'에 대한 미국의 관여를 비난하며 반격에 나섰다.
그는 "누구든 감히 대만을 중국에서 분열시켜 나가려는 자는 반드시 몸과 뼈가 부서져 가루가 되고 스스로 파멸을 부를 것"이라고 경고했다.
다만 양국은 군 사령관급 전화 통화를 재개하고 '위기 소통 워킹그룹'도 개설하는 등 소통은 이어가기로 했다.
올해 회의 마지막 연사로는 젤렌스키 대통령이 깜짝 등장해 러시아와 중국을 비판했다.
연설에서 '우크라이나 평화회의' 참석을 촉구한 그는 이후 기자회견에서 "중국이 다른 국가와 지도자들에게 우크라이나 평화회의에 참석하지 말라고 압력을 가하고 있다"고 주장하며 "중국 같은 독립적인 강대국이 푸틴의 도구라는 것이 유감스럽다"고 말했다.
오는 15∼16일 스위스 중부 루체른 인근 휴양지 뷔르겐슈토크에서 열리는 평화회의는 세계 각국 정상급 인사들을 초청해 우크라이나 종전 문제를 협의하는 자리다.
우크라이나의 요청으로 중립국 스위스가 주관하며, 러시아와 중국은 불참 의사를 밝혔다.
이번 행사 기간 본회의와 별도로 각국은 양자 및 다자회담을 열었다.
신원식 한국 국방부 장관은 오스틴 미국 장관과의 회담에서 북한의 오물 풍선 살포가 정전협정 위반이라며 규탄했다.
기하라 미노루 일본 방위상과의 회담에서는 '초계기 갈등'의 재발 방지 대책에 합의하고 국방당국 간 대화를 활성화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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