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란 확산' 가자전쟁 속 시진핑, 아랍권과 '밀착' 주목
이스라엘 반감 큰 중동과 공조강화로 美와 차별화…'대중 포위망' 美 견제에도 맞서
(베이징·서울=연합뉴스) 정성조 특파원 홍제성 기자 = 중동 지역에서 가자지구 전쟁이 계속되면서 전세계적 논란도 커져가는 가운데 중국이 아랍권 국가들을 상대로 '전방위 외교' 행보에 나서 주목된다.
중국이 지난 30일 베이징에서 중국-아랍국가 협력포럼 제10차 장관급 회의를 개최한 것이 상징적이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회의 개막식에 직접 참석해 기조연설을 하는가 하면 이집트, 아랍에미리트(UAE) 등 참가국 정상들과 연쇄 회담을 통해 아랍권 국가들과 긴밀한 협력을 다짐했다.
시 주석은 개막식 기조연설에서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공격을 비판하고 '팔레스타인 독립'을 촉구하면서 아랍권과 돈독한 협력 관계를 과시했다.
그는 "중국은 1967년 경계를 기초로 동예루살렘을 수도로 하고 완전한 주권을 누리는 독립된 팔레스타인 건설을 굳게 지지한다"며 팔레스타인의 유엔(UN) 가입 지지 입장도 재확인했다.
가자지구에 대한 공습을 감행한 이스라엘을 규탄하는 아랍권 국가들과 보조를 맞춘 것이다.
그러면서 가자지구의 인도적 지원과 전후 재건을 위해 대규모 원조를 제공하겠다고도 약속했다.
기존에 제공한 1억위안(약 190억원)에 더해 5억위안(약 950억원)을 추가로 내놓겠다는 것이다.
이런 기조는 참가국 정상들과 양자 회담에서도 계속됐다.
시 주석은 지난 29일 압델 파타 엘시시 이집트 대통령과 정상회담에서 중동의 최대현안인 가자지구 전쟁에 우려를 표시하면서 사실상 이스라엘을 향해 즉각적인 휴전을 촉구했다.
시 주석은 "즉각 휴전으로 충돌의 파급효과가 지역 평화·안정에 줄 충격을 피하고 더 심각한 인도주의적 위기를 방지하는 게 급선무"라고 말했다.
엘시시 대통령도 가자지구 긴장 국면 해소를 위해 중국과 긴밀히 소통하겠다며 시 주석에게 힘을 실어줬다.
시 주석은 전날에는 무함마드 빈 자예드 알 나흐얀 UAE 대통령과 정상회담에서도 팔레스타인 문제에 대한 양국간 공조를 확인하면서 양자관계 발전에도 한목소리를 냈다.
시 주석은 "중국과 UAE는 팔레스타인 문제에 대해 같은 입장을 갖고 있다"며 "함께 협력해 팔레스타인 문제에 대한 포괄적이고 공정하며 지속적인 해결을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무함마드 대통령은 "중국이 제2의 고향"이라며 친밀감을 과시하면서 일대일로 프로젝트에 대한 적극적인 참여와 다양한 분야에서의 협력 확대를 약속했다.
시 주석은 무함마드 대통령과 회담에서 "세계의 다극화 추세는 막을 수 없다"며 미국과 서방 중심의 국제질서 재편에 대한 의지도 재확인했다.
이 과정에서 중국이 아랍권 국가들과 협력해 글로벌 사우스(Global South·주로 남반구에 위치한 신흥국과 개도국을 통칭)의 공동이익 수호에 앞장서겠다고도 다짐했다.
시 주석의 이런 행보는 미국 지지를 받는 이스라엘에 반감이 큰 중동국가 등 개도국과 협력을 강화함으로써 대중국 포위망을 구축하고 있는 미국을 견제하면서 중동 지역에 대한 영향력을 확대하려는 의도가 담긴 것으로 풀이된다.
또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라파 민간인 살상'에 아랍권을 포함해 전 세계적으로 비판이 비등하는 가운데서도 이스라엘 지지를 유지하고 있는 미국과 차별화를 노리는 것으로도 해석된다.
중국 매체들도 시 주석 기조연설을 비중 있게 보도하면서 "중국과 아랍은 운명공동체"라고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관영 영자지 글로벌타임스는 31일자 사설에서 "현재 중국과 아랍의 관계는 역사상 최고 수준"이라고 전했다.
js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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