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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태원-노소영 '세기의 결혼' 재산분할 1.3조 '세기의 이혼'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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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태원-노소영 '세기의 결혼' 재산분할 1.3조 '세기의 이혼'으로
재벌총수 아들-대통령 딸 커플로 주목…실제 결혼생활은 순탄치 않아
별거 끝 2015년말부터 이혼 공방…법정 안팎 다툼 치열



(서울=연합뉴스) 김아람 기자 =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의 이혼 소송이 역대 최대 규모 재산 분할과 함께 '세기의 이혼'으로 일단락되는 분위기다.
30일 두 사람의 이혼 소송 2심 재판부는 최 회장이 노 관장에게 이혼에 따른 위자료 20억원, 재산 분할로 1조3천808억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 '세기의 결혼', 최태원 '혼외자 고백' 이후 본격 파국으로
고(故) 최종현 SK 선대회장의 장남인 최 회장과 고 노태우 전 대통령의 딸인 노 관장은 미국 시카고대 유학 중 만나 인연을 맺었으며, 1988년 결혼해 세 자녀를 뒀다.
당시 결혼식은 청와대 영빈관에서 노 관장의 은사인 이현재 당시 국무총리의 주례로 성대하게 치러졌다
재벌총수의 장남과 대통령의 딸의 만남으로 '세기의 결혼'이라는 세간의 주목을 받았으나, 두 사람의 결혼 생활은 순탄치 못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부부의 이혼소송은 최 회장이 지난 2015년 한 일간지에 편지를 보내 혼외 자녀의 존재를 공개하고 노 관장과의 이혼 의사를 밝히면서 시작됐다.
최 회장은 2015년 12월 세계일보에 보낸 편지에서 "노 관장과 10년 넘게 깊은 골을 사이에 두고 지내왔다"면서 더 이상 결혼 생활을 유지할 수 없다는 심경을 토로했다.
특히 최 회장은 편지에서 한 여성과 딸을 낳았다고 고백해 세상을 놀라게 했다. 당시 혼외 딸은 6살이었다.
이 때문에 당시 실제 부부의 별거 기간이 10년 안팎일 것이라는 관측도 나왔다.
두 사람은 이후에도 별거를 이어갔으며, 최 회장의 이혼 요청에 노 관장이 계속 응하지 않아 '부부 아닌 부부 관계'가 지속됐다.

결국 최 회장이 2017년 7월 노 관장을 상대로 협의 이혼을 위한 이혼 조정을 신청했으나, 2018년 2월 양측이 합의에 이르지 못해 정식 소송 절차에 돌입했다.
최 회장이 제기한 이혼 소송이 진행 중이던 2019년 12월 노 관장이 재산 분할을 요구하는 맞소송을 내면서 두 사람의 법정 다툼은 새로운 국면에 진입했다.
노 관장은 이혼에 응하겠다며 반소를 내면서 위자료 3억원과 최 회장이 보유한 SK㈜ 주식 중 42.29%(650만주)를 지급하라고 요구했다. 이후 재판 과정에서 요구 주식 비율을 50%로 확대했다.
이혼에 반대하던 노 관장이 이혼 의사를 공식화하면서 이혼 소송은 최 회장의 재산 분할을 둘러싼 공방으로 초점이 옮겨졌다.
노 관장이 맞소송을 낸 지 3년 만인 2022년 12월 1심 재판부는 노 관장의 이혼 청구를 받아들이고, 최 회장이 노 관장에게 위자료 1억원, 재산 분할로 현금 665억원을 주라고 판결했다.
주식은 최 회장이 상속이나 증여로 취득한 '특유재산'인 만큼 분할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판단한 것이다.
또 재판부는 노 관장이 요구한 최 회장 보유 SK㈜ 주식 중 50%는 인정하지 않았다. 자산 형성 과정에 기여한 부분이 없다는 이유였다.
이후 노 관장과 최 회장 모두 불복해 항소했다. 노 관장은 2심에서 재산 분할 액수를 주식이 아닌 현금 2조원으로 늘리기도 했다.
아울러 항소심 과정에서 노 관장은 1990년대 노태우 전 대통령의 '비자금' 약 343억원이 최종현 선대회장과 최태원 회장에게 전달돼 증권사 인수, SK 주식 매입 등에 쓰였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최 회장 측은 SK그룹에 비자금이 유입된 적이 없으며, 이는 노 전 대통령 비자금 수사 때도 확인된 사실이라고 반박했다.



◇ "34년간 가정 지키고 SK 가치 기여" vs "이전부터 혼인 관계 파탄"
1심 선고 이후에는 두 사람의 장외 공방도 치열했다.
작년 1월 노 관장은 언론 인터뷰에서 "34년 결혼 생활 동안 아이 셋을 낳아 키우고 남편을 안팎으로 내조하면서 사업을 현재 규모로 일구는 데 제가 기여한 것이 1.2%라고 평가받은 순간 저의 삶의 가치가 완전히 외면당한 것 같다"고 토로했다.
또 "34년간의 결혼생활을 통해 제가 SK의 가치에 기여하면 했지, 훼손한 적은 없었다"며 "최 회장이 두 차례나 구속되고 회사가 위기에 처했을 때도 그의 곁을 지켰다"고 강조했다.
이에 최 회장 측 소송대리인단은 노 관장의 인터뷰를 두고 "재판이 진행 중인 사건에 대하여 당사자 일방이 언론을 이용해 재판에 영향을 미치려는 태도"라며 "심히 유감"이라고 비판했다.
최 회장 측은 또 "1심 판결은 재산분할에 관한 새롭거나 특이한 기준이 아니고 이미 오랜 기간 확립된 법원의 판단 기준을 따른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작년 3월 노 관장은 최 회장의 동거인인 김희영 티앤씨재단 이사장을 상대로 30억원 상당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냈다.
당시 노 관장은 언론을 통해 "유부녀인 김 이사장이 상담 등을 빌미로 최 회장에게 적극적으로 접근해 부정행위를 지속하고 혼외자까지 출산했다"고 비난했다.
최 회장 측은 이에 "노 관장과의 혼인 관계는 새로운 사람을 만나기 훨씬 이전에 이미 완전히 파탄 나 있었다"며 "재산분할 재판에서 유리한 결론을 얻기 위해 일방적인 입장을 언론에 이야기했다"고 맞받아쳤다.
이어 작년 11월엔 노 관장의 대리인이 취재진에 "최 회장이 김 이사장에게 쓴 돈이 1천억원이 넘는 것으로 파악됐다"고 말하자, 최 회장 측은 허위사실 공표 혐의로 고소하기도 했다.
2015년 최 회장의 '혼외자 고백' 이후 10년 가까이 지나 이혼 소송 항소심 법원은 노 관장의 손을 들어줬다.
항소심 법원이 판결한 재산 분할 금액 1조3천808억원은 1심이 인정한 위자료 1억원과 재산 분할 665억원에서 20배 넘게 늘어난 금액이다. 재산 분할은 현재까지 알려진 역대 최대 규모로 그야말로 '세기의 이혼'이다.
재판부는 "노 관장이 SK그룹의 가치 증가나 경영활동의 기여가 있다고 봐야 한다"며 "최 회장의 재산은 모두 분할 대상"이라며 최 회장이 보유한 주식회사 SK 지분은 분할 대상이 아니라는 1심 판단을 뒤집었다.


rice@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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