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짐 싸면 세금폭탄?…서방 기업들 '러시아 철수' 속속 백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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짐 싸면 세금폭탄?…서방 기업들 '러시아 철수' 속속 백지화
출국세 부과 등 매각 장애물에 철수 쉽지 않아
"살아나는 러시아 소비도 영향 미쳐"


(서울=연합뉴스) 황윤정 기자 = 2022년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자 러시아에서 철수하겠다고 밝혔던 서방 기업들이 러시아 당국의 규제와 되살아난 소비 등으로 인해 러시아에 계속 남아있다고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가 2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서방 기업들이 러시아에서 쉽게 사업을 접지 못하는 주요 이유는 러시아 당국의 규제 때문이다. 러시아 당국은 외국 기업들의 '엑소더스'를 막기 위해 세금을 부과하는 등 자산 매각을 어렵게 했다.
FT에 따르면 '비우호국' 투자자가 자산을 러시아인에게 매각할 경우 50% 할인이 의무적으로 적용되고 최소 15%의 출국세(exit tax)도 내야 한다.
여기에 자산을 매각하려는 외국 투자자와 러시아 당국이 모두 수용할 수 있고 서방의 제재에 문제없는 러시아 현지 구매자를 찾기도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다.
이처럼 시장 철수를 위해 넘어야 할 규제 장애물이 늘어나고 러시아 소비자 활동도 살아나면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러시아 시장에서 철수하려던 서방 기업들이 기업 활동을 계속 이어가고 있다고 FT는 전했다.
글로벌 화장품 업체 나투라의 에이번 프로덕츠, 프랑스의 산업용 가스 회사 에어 리퀴드, 영국의 생활용품 회사 레킷이 대표적이다.
에이번 프로덕츠는 러시아 사업에 대한 매각 절차에 들어갔지만, 결국 인수 제안에 퇴짜를 놨다. 레킷도 2022년 4월 러시아 사업 소유권 이전을 위한 절차를 시작한다고 발표했지만, 현재는 신중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에어 리퀴드는 2022년 9월 러시아 사업을 현지 관리팀에 매각하는 양해각서를 체결했다고 발표했지만, 러시아 정부의 승인을 받지 못했다.
러시아에서 서방 기업들과 일해온 한 기업 중역은 FT에 "많은 유럽 기업이 진퇴양난의 상황에 빠져 있다"고 했다.
그는 유럽 기업들이 러시아를 떠나겠다고 말했지만, 받아들일 수 없는 구매자들을 선택해야 하는 상황에 맞닥뜨렸다고 말했다.
우크라이나 키이우경제대(KSE)에 따르면 러시아의 침공으로 우크라이나 전쟁이 발발한 2022년 이후 러시아에 남아있는 다국적 기업은 2천100곳이 넘는다.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러시아 시장에서 철수했거나 사업 규모를 줄인 외국 기업은 이보다 적은 약 1천600곳이다.
서방의 제재 속에서도 러시아 경제가 예상보다 선방하면서 소비가 살아난 것도 서방 기업들이 러시아 철수를 재고하게 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카네기 러시아 유라시아 센터의 연구원 알렉산드라 프로코펜코는 임금 상승과 예상보다 더 낙관적인 경제 상황이 소비 붐을 일으켜 특히 소비자 부문 다국적 기업들에 러시아 시장이 더 매력적으로 여겨지게 했다고 짚었다.
서구 기업들과 일해온 또 다른 한 기업 중역도 정서적인 면에서 눈에 띄는 변화가 있었다고 전했다.
그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초기 몇 주간 기업들이 도덕적 의무감에서 떠났지만 "현재 분위기는 '정말 떠나야 하냐. 떠나길 원하냐'는 것"이라며 "이들 기업 중 일부는 30년에 걸쳐 (러시아에) 4, 5개의 공장을 지었는데 90% 싼 가격에 그것을 팔지 않을 것"이라고 FT에 말했다.
yunzhen@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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