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 또 뛸 수도' 각국 경계심 못 풀어…ECB만 금리인하 눈앞
미, 인플레 우려에 금리인하 기대 약화…한국도 물가상승 압력 커져
영, 물가 상승세 예상보다 덜 둔화…유로존 임금인상에 긴장감
(서울=연합뉴스) 최윤정 기자 = 세계 주요국이 인플레이션에 경계심을 풀지 못하는 가운데 유럽만 다음 달 금리인하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미국이 지난주 물가 상승 속도가 올해 들어 처음 둔화했다고 발표하자 조기 금리인하 기대가 퍼졌으나 정책 당국에서 다른 메시지가 나오면서 분위기는 도로 신중해졌다.
재닛 옐런 미 재무부 장관은 24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 인터뷰에서 인플레이션 때문에 힘든 미국인이 아직 많다며 우려를 표했다.
일부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위원들은 금리를 내리기 전에 인내를 가지고 물가 안정을 더 확인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내놨다.
이에 앞서 미국은 지난 15일 4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3.4%로, 전월 대비 0.1%포인트 낮다고 밝혔다.
연준이 지난주 공개한 5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의사록에도 물가가 쉽사리 안 잡히는 상황에 대한 우려가 담겼다.
의사록은 "위원들은 일반적으로 인플레이션의 지속성에 관한 불확실성에 주목했다"며 "최근 지표는 인플레이션이 목표 수준인 2%로 지속적으로 향하고 있다는 확신을 주지 못했다는 데 동의했다"라고 전했다.
심지어 "다양한(Various) 참석 위원이 인플레이션 위험이 현실화할 경우 추가 긴축을 할 의향이 있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한국도 인플레이션이 여전히 요주의 이슈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23일 기준금리 동결 후 기자간담회에서 "성장률 전망치가 올랐으니 당연히 물가 상승 압력도 커졌다"고 말했다.
이창용 총재는 물가 상승세 둔화 흐름이 이어지겠지만 여러 불확실성이 커진 만큼 목표(2.0%) 수준에 수렴하는지 지켜봐야 한다는 입장이라고 설명했다.
한은은 올해 물가 상승률 전망치를 2.6%로 유지했지만 하반기는 0.1%포인트 높였다.
JP모건은 한은이 성장률을 올리며 물가 위험을 언급한 것을 두고 매파적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금리 인하 시기를 4분기로 예상했다.
블룸버그 인텔리전스(BI)는 한국의 4월 물가 상승률이 2.9%로 예상보다 낮았지만, 여전히 목표보다 높기 때문에 한은으로선 제약적 금리를 바꿔도 될지 확신이 없는 상태라고 말했다.
또, 1분기 경제가 예상보다 빠르게 성장한 점도 한은이 관망 모드인 이유라고 덧붙였다.
BI는 "한은은 연준보다 먼저 움직였다가 원화 약세를 추가로 촉발할 수 있는 위험은 지고 싶지 않을 것"이라며 "8월이면 물가가 충분히 안정되고 한은이 금리인하를 시작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영국에서도 물가 안정 기조가 정체됐다는 평가가 나오며 금리인하 기대가 약화했다.
영국이 22일 발표한 4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2.3%로 전월의 3.2%보다 크게 낮았지만 전망치(2.1%)를 웃돌았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중앙은행인 잉글랜드은행(BOE)이 6월 정책금리 0.25%포인트 인하에 나설 확률이 물가지수 발표 전날 51.8%에서 당일 13.9%로 뚝 떨어졌다.
금융시장에선 물가 상승률이 목표치(2.0%)에 다가선 것보다 근원 물가(3.9%)와 소비자물가 중 서비스 물가(5.9%) 둔화 속도가 느린 데 주목했다.
유럽중앙은행(ECB)은 주요국 중 가장 먼저 다음 달 6일 금리인하를 단행할 것으로 예상된다.
ECB 정책위원인 프랑수아 빌르루아 드갈로 프랑스 중앙은행 총재는 물가에 관해 자신감이 생겼으므로 이변이 없는 한 6월에 첫 금리인하를 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말했다.
유럽연합(EU) 통계 당국인 유로스타트에 따르면 4월 유로존 소비자 물가 상승률은 2.4%로 전월과 같았다.
다만 높은 임금 상승률이 물가를 자극할 것이란 걱정이 다 사라지진 않았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ECB의 올해 금리인하 폭 전망치가 이번 주 초 0.67%포인트였는데 23일 임금 지표 발표 후엔 0.58%포인트로 축소됐다.
23일 발표된 유로존의 1분기 협상 임금 인상률은 4.69%로 작년 4분기 4.45%를 웃돌았다. 유로존 임금인상률은 지난해 1분기 이후 4%대를 기록하고 있다.
금융시장에선 유로존 임금 지표가 앞으로 금리 경로를 정하는 데 주요한 요소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블룸버그 이코노믹스는 "1분기 임금 상승 때문에 ECB의 6월 금리 인하 일정이 달라지진 않을 것 같지만 정책입안자들이 추가 금리인하를 약속하기는 불안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ING 글로벌 거시 연구 책임자인 카스턴 브르제스키는 "물가 상승률이 2% 선으로 내려가지 않고 2∼3% 범위에 머물 위험이 늘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금리 인상이 과제인 일본은 사정이 다르다.
일본의 4월 소비자 물가지수(신선식품 제외)는 예상대로 작년 동월 대비 2.2% 올랐다. 물가 상승률은 전월보다 0.4%포인트 낮아지면서 2개월 연속 둔화했다.
로이터통신은 이에 관해 소비가 아직 약한 상황에서 일본은행이 금리를 올리기 조심스러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merciel@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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