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종건 방사청장, 방산기업 거느린 그룹 오너들과 연쇄 면담
방산수출 증진 협의… 한화오션·HD현대중공업 갈등 중재 의도도
(서울=연합뉴스) 김호준 기자 = 석종건 방위사업청장이 방산기업을 계열사로 둔 그룹 오너들과 개별 면담에 나선다.
23일 방사청과 방산업계에 따르면 석 청장은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5월 28일), 구본상 LIG넥스원 회장(5월 30일), 정기선 HD현대그룹 부회장(5월 31일)과 다음 주에 개별 면담을 한다.
방사청은 석 청장이 그룹 오너 면담을 추진하는 배경에 대한 연합뉴스 질의에 "최근 방산 수출을 위한 방산기업 그룹 차원의 활동이 증대됨에 따라 수출 애로사항을 청취하고, 미래 방위산업 발전을 위한 정부와 기업 간의 협력 방향에 대해 소통하기 위해서"라고 설명했다.
석 청장은 방산기업인 현대로템을 계열사로 거느린 현대차그룹 정의선 회장과 포탄 등을 생산하는 풍산그룹의 류진 회장 등에게도 면담을 요청했지만, 아직 일정을 잡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 회장은 해외출장을 포함해 일정이 많아 면담 시간을 잡기가 쉽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육군사관학교 45기로 35사단장과 합동참모본부 전력기획부장 등을 거쳐 소장으로 예편한 석 청장은 지난 2월 19일 방사청장에 취임했다.
방사청장은 통상 취임 후 방산기업 대표와 개별 면담을 해왔지만, 석 청장은 이례적으로 그룹 오너와 면담을 추진했다. 기업 쪽에선 관행과 달리 그룹 오너 면담을 요구해오자 당황해한 것으로 알려졌다.
차관급인 석 청장이 다소 무리하게 그룹 오너 면담을 추진한 것은 국내 특수선(함정 건조) 시장 '양강'인 한화오션과 HD현대중공업 사이 갈등 중재 의도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화오션과 HD현대중공업은 올해 하반기 한국형 차기 구축함(KDDX) 상세설계 및 선도함 사업자 선정을 앞두고 소송전을 벌이고 상호 비방 수위를 높이는 등 극한 대립 양상을 보이고 있다.
국내 특수선 시장에서 두 업체의 과열 경쟁은 해외 시장으로 이어져 올해 말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하는 호주의 호위함 사업이나 2026년께 사업자를 선정하는 캐나다의 3천t 잠수함 건조 사업 등 해외 방산 수주에도 악영향이 우려되고 있다.
석 청장은 김 부회장과 정 부회장을 차례로 만나 과열 경쟁을 자제하고 해외시장에서 두 업체가 협력하는 방안을 모색해달라고 요청할 가능성이 있다.
호주 정부는 지난 2월 신형 호위함 11척 도입 계획을 발표하면서 한국, 일본, 스페인, 독일 등 4개국 함정을 관심 기종으로 선정한 바 있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호주 호위함 사업에 대해 한국 조선업체들이 경쟁력이 있다면서도 "우리 업체들끼리 너무 경쟁이 치열해져서 '팀킬'(자기팀을 죽이는 행위)을 할까 걱정"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한화오션과 HD현대중공업이 컨소시엄을 구성해 해외 함정 사업에 참여하는 방안에 대해서는 "그렇게 하면 좋겠지만, 민간 업체에 정부가 관여할 수는 없는 입장"이라며 "(두 업체가) 그런 결심(컨소시엄 구성)을 하면 좋을 것 같다"고 밝혔다.
hoju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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