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승완의 베테랑2, 칸에서 첫선…"눈을 떼지 못한다"
미드나이트 스크리닝 초청…뤼미에르 대극장서 월드 프리미어
베테랑 형사들의 연쇄살인범 추격기…상영시간 2시간 '순삭'
류 감독 "여기 오기까지 50년 걸려…집으로 가는 길은 짧을 것"
(칸=연합뉴스) 송진원 특파원 = 천만 영화 '베테랑 1'의 속편으로 기대를 모은 류승완 감독의 '베테랑 2'가 21일(현지시간) 베일을 벗었다.
제77회 칸영화제 미드나이트 스크리닝 부문에 초청된 베테랑 2는 이날 새벽 프랑스 칸의 뤼미에르 대극장에서 월드 프리미어로 상영됐다.
자정 넘어 영화가 시작했음에도 '흥행 보증' 류 감독과 한국 대표 배우 황정민, 한류스타 정해인이 호흡을 맞춘 영화의 저력을 보여주듯 2천300석 규모의 대극장이 꽉 찼다.
관객들은 류 감독과 배우들, 제작사 관계자들이 레드카펫을 밟고 극장에 들어서자 열렬한 박수로 맞이했다. 먼저 극장에 들어와 있던 영화 배급사 CJ ENM의 이미경 부회장과 류 감독 등이 반갑게 인사하는 모습도 포착됐다.
객석의 불이 모두 꺼지고 영화가 시작되자 관객들은 다시금 박수갈채로 베테랑2에 기대감을 나타냈다.
전작 베테랑 1(2015년 개봉)에 이어 9년 만에 스크린위에 펼쳐진 베테랑 2는 정의감에 불타는 베테랑 서도철 형사(황정민)를 비롯한 강력범죄수사대 형사들이 연쇄살인범을 쫓는 액션 범죄 수사극이다.
서도철과 그 팀은 연결 고리가 없는 각개의 살인 사건에서 한 가지 공통점을 찾아낸다. 피해자들이 한때 사회적 지탄을 받은 가해자의 위치에 있었고, '솜방망이 처벌'을 받고 사회에 복귀한 뒤 그들이 가해한 피해자들과 같은 방식으로 살해됐다는 점이다.
경찰은 연쇄살인범을 잡아야 하는 과제를 안았지만, 온라인상에선 사법 시스템이 하지 못한 '정의 구현'이 이뤄졌다며 얼굴 없는 살인범을 향한 응원과 관심이 줄 잇는다.
강력범죄수사대는 사건 해결을 위해 서도철의 눈에 띈 열혈 막내 박선우(정해인)를 수사에 투입한다. 그러나 사건이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흘러가 서도철을 당황하게 한다.
진짜 연쇄살인범은 누구인가. 서도철과 형사들은 의도적으로 잘못된 정보에 '낚여' 두 차례나 헛발을 짚는다. 그러다 마지막 살인 피해자의 시신이 말해주는 결정적 단서에 서도철은 눈을 뜨고, 번갯불처럼 누군가가 머릿속에 떠오른다.
이후 영화는 서도철이 살인범과 맞닥뜨려 대치하고 붙잡는 장면까지 거침없이 내달린다.
상영시간 2시간은 그야말로 눈 깜짝할 사이에 흘러간다.
류 감독의 전매특허인 액션 장면이 베테랑 1에서처럼 중요한 대목마다 등장해 스크린에서 눈을 뗄 수 없게 한다.
사법 시스템의 허점, 인터넷 가짜 뉴스, 이를 이용해 자기 잇속을 챙기는 이들에 대한 환멸 등 영화는 한국 사회의 문제점들을 고발한다.
이 과정에서 정의란 무엇인가, 악은 악으로 대응해도 되는가라는 질문을 던지게 만든다.
각자의 방식으로 누군가를 단죄하는 사람들, 베테랑2의 영어 제목이 '내가 집행한다'(I, The Executioner)인 이유다.
이 질문에 서도철은 이렇게 답한다. "사람 죽이는 데 좋은 살인 있고 나쁜 살인 있어?"
영화가 순식간에 끝났다는 건 그만큼 속도감 있는 전개 덕분에 몰입도가 높았다는 뜻이다. 그러다 보니 영화가 다 끝난 뒤에야 "그런데 왜?" 라는 질문이 몇몇 대목에서 떠오른다.
그래도 뤼미에르 대극장에서 관객들의 기립박수를 받기엔 아깝지 않은 영화다.
관객들은 영화가 끝나자마자 앉은 자리에서 박수를 치기 시작했고, 극장에 불이 켜진 뒤엔 열연한 배우들과 감독에게 뜨거운 기립 박수와 환호를 보냈다. 전체 5분26초 동안 박수가 끊이지 않고 이어졌다.
마이크를 잡은 류 감독은 "이 영화를 칸에서 처음 상영하게 돼 말로 표현할 수 없이 기쁘다"며 프랑스어로 "메르시 보꾸(Merci Beaucoup·너무 감사하다)"라고 감사 인사를 전했다.
이어 그는 "제가 얼마나 긴장했는지, 지금 넥타이까지 비뚤어졌다"며 "제가 이곳에 오기까지 50년이 걸렸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은 무척 짧을 것 같다"고 말했다. 마치 오래 묵은 숙제를 마친 듯한 소감이었다.
전편에 이어 서도철 형사 역을 맡은 황정민은 "여러분의 무한한 애정과 사랑에 대한 감사의 마음을 담고 너무너무 기분 좋게 잘 돌아가겠다"며 "이 따뜻함을 저희 영화를 사랑하는 고국 팬들에게 꼭 전하겠다"고 말했다.
이날 정해인은 극장에서 따로 발언하진 않았다.
아들의 영광스러운 순간을 함께 한 정해인의 어머니는 영화가 끝나자마자 눈물을 계속 흘렸다.
그는 "좋은 감독, 배우님들과 함께 할 수 있어서 영광이라 생각한다. 너무 운이 좋았던 것 같다"며 "배우님들이 너무 힘들게 (촬영)하셨으니 결과가 좋길 바란다. 훌륭한 작품이라 너무 흡족하다"고 말했다.
영화 관계자들도 베테랑 2에 호평을 내놨다.
스페인 배급사 유플래닛 픽쳐스(Youplanet Pictures)의 대표 루이스 데 발(Luis De Val)은 "처음부터 끝까지 눈을 떼지 못하게 하는 몰입감이 뛰어난 작품이다. 특히 오프닝 시퀀스는 수년간 본 영화 중 최고였다"며 "뛰어난 액션과 서사가 조화된, 한국 영화의 최전선에 있는 작품"이라고 극찬했다.
독일 배급사 스플렌디드(Splendid)의 이사 마르코 몰러스(Marko Mollers)도 "베테랑 2는 우리가 왜 류승완 감독의 영화를 좋아하는지 보여주는 완벽한 예시다. 수준 높은 액션 장면과 곳곳에 있는 유머 코드를 잘 집어내는 최고의 감독"이라고 평가했다.
s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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