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대통령 헬기 추락 원인 악천후 무게…일부선 추측도 '난무'
이란 국영언론 등 "악천후가 원인"…美정보당국도 '암살 시도 아니다' 파악
'내부 반대세력 소행·이스라엘 관련성' 등 일각서 음모론도 고개
이스라엘 언론 연루 부인…사고원인 규명 상황 따라 논란 가능성도
(서울=연합뉴스) 이신영 기자 = 에브라힘 라이시 이란 대통령이 탄 헬기가 19일(현지시간) 북서부 산악지대에서 추락한 가운데 사고 원인에도 관심이 쏠린다.
이란 국영 언론 등이 악천후를 사고 원인으로 지목한 가운데 일각에서는 내부의 적이나 이스라엘을 배후로 의심하는 시각도 없지 않다. 따라서 이후 조사 내용 등에 따라 진실게임 양상이 벌어지며 세력간 충돌의 소재로 비화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어 보인다.
이란 국영 TV, IRNA 통신 등 현지 언론도 비와 짙은 안개 등 악천후를 사고 원인으로 전하며 사고지역의 산세가 험하고 눈보라 등 악조건이 겹쳐 수색이 난항을 겪고 있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아흐마드 바히디 이란 내무장관은 "사고 접수 후 구조대 40개 팀을 급파했으나 악천후와 험한 산악 지형 때문에 수시간이 지났지만 구조대가 사고 현장에 아직 도착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코노미스트, NBC방송, AP통신 등 서방 언론도 사고 원인으로 악천후를 꼽았다.
영국 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비행 도중 비가 내리고 안개가 심하게 껴 시야가 겨우 몇 m 앞밖에 확보되지 않는 상황이었다며 악천후가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코노미스트는 특히 기상 상황이 좋지 않아 구조대도 현장에 헬기로 접근할 수 없어 도보로 이동해야 했으며, 드론도 사고 현장을 아직 찾지 못했다고 언급했다.
다만 많은 이란 사람이 범죄와의 연관성을 의심하고 있다고도 이코노미스트는 짚었다.
'테헤란의 도살자'라고도 불린 라이시 대통령은 온건파부터 강경 보수파 동료들까지 자국 내에서도 적들이 많았으며 이 때문에 국내의 적들이 그를 제거하기 위해 음모를 꾸민 것 아니냐는 의문이 드는 것도 무리가 아니라는 것이다.
이코노미스트는 그러면서 일각에서는 이스라엘의 관련성 여부를 의심하는 시선도 있다고 언급했다.
오랜 앙숙인 이란과 이스라엘은 지난달에도 이스라엘이 시리아 수도 다마스쿠스 주재 이란 영사관을 폭격해 이란 혁명수비대(IRGC) 쿠드스군 사령관 모하마드 레자 자헤디 등을 암살하고 이에 대해 이란이 보복 공격을 가하면서 정면충돌한 바 있다.
이스라엘의 정보기관인 모사드도 이란의 저명한 핵 과학자 등 오랜 적들을 암살해왔다는 의심을 받고 있다.
다만 이코노미스트는 이스라엘이 아직 국가원수를 암살하는 수준까지는 간 적이 없었고, 전쟁으로도 이어질 수 있는 대통령 암살을 도모하는 것은 어리석은 판단일 수 있다며 이스라엘 개입 가능성은 적다고 봤다.
이스라엘이 공식적으로 사고 관련 언급을 자제하고 있는 가운데 이스라엘 매체 와이넷(Ynet)는 헬기 추락 사고와 자국의 관련성을 부인하고 나섰다.
와이넷은 이스라엘 당국이 공식 언급을 삼가고 있지만 한 소식통이 사고 연관성을 부인했다고 보도했다.
이스라엘 고위 당국자들은 라이시 대통령의 사망시에도 이스라엘에 중대한 충격파가 있지는 않을 것이라고 믿고 있다는 것이다.
미 정보당국도 암살 시도 등 타살 시도의 혐의점은 없는 것으로 현재까지 파악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NBC방송에 따르면 척 슈머 미국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도 정보당국이 "헬기 추락과 관련해 타살(foul play)의 증거는 없다고 알려왔다"고 전했다.
슈머 원내대표는 "추가적인 조사는 필요하겠지만 당시 북서부 이란의 기상 상황이 매우 좋지 않았기 때문에 사고로 추정된다"면서 "헬기의 위치를 찾기 위한 수색이 지속되고 있고, 현지 상황을 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사고가 난 헬기는 미국산 벨212 기종으로 알려져 있다.
이란은 다양한 헬기를 운용하고 있지만 국제 제재로 부품을 구하기 힘든 상황이며, 공군 헬기도 대부분 1979년 이슬람 혁명 이전에 도입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미국은 검찰 재직 당시 반체제 인사 숙청 작업을 이끌었던 라이시 대통령을 2019년부터 제재목록에 올린 바 있다.
eshin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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