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 유학생 비자 강화에 기업·대학 반발
"이민정책, 기업 투자 요인인 인재·연구협력 저해 우려"
(런던=연합뉴스) 김지연 특파원 = 영국 정부가 이민자 수를 줄이기 위해 해외 유학생·졸업자 비자 요건을 잇달아 강화하자 다국적 기업과 대학이 반발하고 있다.
16일(현지시간)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영국 내 다국적 기업들은 리시 수낵 총리에게 보낸 서한에서 정부 이민 관련 정책으로 유학생 감소와 산학 연구 협력 재정 감소 위험이 있다고 지적했다.
영국 산학협력 단체 전국대학기업센터(NCUB)가 기획한 이번 서한에는 지멘스와 리오틴토, 앵글로아메리칸 등 다국적 기업이 이름을 올렸다.
이들은 "우리는 영국에서 찾을 수 있는 인재와 기술, 혁신적 아이디어 때문에 영국에 투자하기로 했다"며 "정부는 경제를 위해서는 대학 부문이 성공할 환경을 조성해야 하는데 이것이 위험에 처했다는 경고음이 나온다"고 주장했다.
총선을 앞두고 수낵 총리는 집권 보수당에서 이민 문제에 강경한 태도를 취하라는 압박을 받고 있다.
정부는 지난해부터 석사 과정 유학생의 가족 동반을 제한한 데 이어 지난 3월에는 영국 대학 졸업자에게 주는 최장 3년의 졸업 비자가 이민 경로로 악용될 수 있다며 이를 재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지난달부터는 숙련 근로자 비자 발급 요건을 연봉 2만6천200파운드(약 4천470만원)에서 3만8천700파운드(약 6천600만원)로 올렸다.
영국 대학 유학생 수는 이같은 강경 정책으로 감소세다.
국제학생 등록 관리 플랫폼 인롤리에 따르면 이번 달 기준으로 영국 24개 대학에 대한 입학 지원 예치금이 작년 대비 57% 감소했다.
제프리 윌리엄스 인롤리 대표는 "예치금은 대학 등록의 주요 지표"라며 "이것이 급감했다는 것은 유학 장소로서 영국의 매력이 크게 떨어졌다는 신호"라고 설명했다.
KPMG와 딜로이트, HSBC 등 금융권은 비자 문제로 유학생 출신의 채용을 취소했다.
소식통들은 FT에 이들 기업이 영국 대학을 졸업한 외국인 수십 명의 채용을 취소했으며 이는 숙련 근로자 비자 요건 강화의 영향이라고 전했다.
영국 대학들은 유학생 수 급감을 막기 위해 정부에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고 있다. 유학생은 영국 학생의 2∼3배 수준인 등록금을 내는 만큼 대학 재정에 중요하기 때문이다.
옥스퍼드대, 케임브리지대 등 24개 주요 대학이 속한 러셀 그룹의 팀 브래드쇼 대표는 내무부 의뢰로 졸업 비자의 타당성을 조사한 이민자문위원회(MAC)에 최근 보낸 서한에서 비자 요건 강화의 악영향을 경고했다.
그는 "유학생을 제한하는 변화가 추가된다면 대학 부문이 심각하게 불안정해질 것"이라며 "이는 지역사회 소비 감소, 영국 학생 기회 축소, 영국 연구 위축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MAC는 지난 14일 내놓은 보고서에서 졸업 비자가 이민에 악용된다고 볼 전반적인 징후가 없다면서 정부에 사실상 유지를 권고했다.
총리실 대변인은 정부가 고등교육에 많은 지원을 하고 있으며 이민이 아닌 교육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말했다. 적절한 시기에 MAC의 보고서와 관련한 답변을 내놓겠다고도 덧붙였다.
cheror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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