잦은정전에 지친 멕시코…언론, 정부 비판하며 '한국 좀 배워라'
주요 일간지 편집장 "에너지전환 정책 중요, 니어쇼어링에도 영향"
(멕시코시티=연합뉴스) 이재림 특파원 = 멕시코에서 최근 잇단 정전 사태로 전력 수급 안정화에 대한 요구가 커지는 가운데 한 언론 매체가 한국을 비교 대상으로 삼으며 자국의 관련 산업 정책을 비판했다.
멕시코 주요 일간지 중 하나인 엑셀시오르의 파스칼 벨트란 델리오(58) 편집장은 14일(현지시간) '전력, 두 가지 사례'라는 제목의 칼럼에서 "한국의 경제적 도약은 한때 기적으로 묘사됐지만, 그 이유를 잘 살펴보면 초자연적인 것과는 아무런 관련 없는, 정부 정책에 따른 결과"라고 강조했다.
델리오 편집장은 '멕시코 19분의 1 면적에, 절반도 안 되는 인구 규모'를 보유한 한국의 1960년대 이후 경제 성장 과정을 간략히 짚은 뒤 "한국에도 문제가 없다고 단언할 수 없지만, 양국 간 그간 어떤 결정이 내려졌는지 비교하는 게 우리에겐 유용하다"고 운을 뗐다.
그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와 통계청(Inegi) 등 자료를 인용해 기대 수명, 1인당 국내총생산(GDP), 평균 교육 기간, 팬데믹 이전 10만명당 예방 가능 사망률 등 지표에서 모두 한국이 멕시코를 앞선다고 설명했다.
주요 기업 목록의 경우에도 한국에서는 삼성과 LG 등 글로벌 회사가 포진한 것과 달리 멕시코는 페멕스(PEMEX·석유회사)와 연방전력청(CFE) 등 산더미 같은 부채에 허덕이는 국영 기업 이름이 오르내리고 있다고 썼다.
그는 특히 전력 발전의 경우 2022년 국제에너지기구(IEA) 통계 기준 한국은 60만GWh인 반면 멕시코는 39만5천GWh에 그쳤다고 강하게 성토했다.
델리오 편집장은 "글로벌 투자자들이 다른 무엇보다도 충분하고 지속적인 전력 공급을 담보할 수 있는 국가를 찾고 있는 시점에 일어나고 있는 일"이라며 "(멕시코와 달리) 한국은 석유 같은 부존자원이 없다는 점도 주지할 만한 사안"이라고 부연했다.
예컨대 신재생 에너지 중 하나인 태양광의 경우 한국이 3만GWh를 생산할 때 소위 '솔라벨트'(Solar Belt)에 있는 멕시코는 9천360GWh를 생산했다고 꼬집었다.
솔라벨트는 일조량이 풍부한 지역을 일컫는 용어로, 멕시코 정부는 '국토의 85%가 태양광 발전에 적합하다'고 분석한 바 있다.
델리오 편집장은 "멕시코의 전력 산업이 이처럼 취약해진 것은 에너지 전환 과정에서의 잘못된 정책 결정 외에 다른 이유가 없다"며 "이는 가정과 업계 요구를 충족시키지도 못할뿐더러 니어쇼어링(인접국으로서의 생산기지 이전)을 활용할 더 나은 기회를 찾는 투자자에게 끔찍한 신호를 보낸다"고 밝혔다.
이런 지적은 최근 멕시코시티를 포함한 주요 지역에서 발전소 가동 오류로 정전이 일어나면서, 투자 활성화 등 국가 전력망 시스템을 점검해야 한다는 여론이 팽배한 상황을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현지 매체들은 안드레스 마누엘 로페스 오브라도르 멕시코 대통령이 최근 정례 기자회견에서 "폭염에 따른 냉방기기 가동 증가로 인한 일시적 현상"이라거나 "전력청이 잘 대처하고 있다"는 등의 해명을 하며 상황을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는다고 비판한 바 있다.
walden@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