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 집권 5기] 내일 '차르 대관식'…종신집권·친정체제 가속
지난 3월 5선 성공으로 권력 강화…2030년까지 임기 연장
새 정부 구성 시사…쇼이구 국방·라브로프 외무 등 거취 주목
(모스크바=연합뉴스) 최인영 특파원 = 블라디미르 푸틴(71) 러시아 대통령이 7일(현지시간) 취임식을 시작으로 임기 6년의 집권 5기 시대를 연다.
취임식은 이날 정오 크렘린궁 대궁전 안드레옙스키 홀에서 열린다.
푸틴 대통령은 차이콥스키 행진곡과 정오를 알리는 크렘린궁 종소리를 배경으로 입장한 뒤 헌법에 오른손을 올려 취임을 선서하고, 간단한 연설을 통해 새 임기의 포부를 밝힐 예정이다.
푸틴 대통령은 3월 대통령 선거에서 역대 최고 기록인 87.28%의 득표율로 당선, 2000·2004·2012·2018년 대선을 이어 5선에 성공해 임기를 2030년까지 늘였다.
보리스 옐친 전 대통령의 퇴진으로 권한대행을 맡은 1999년 12월 31일부터 총리 시절(2008∼2012년)을 포함해 러시아의 실권을 유지해온 푸틴 대통령은 집권 기간이 30년으로 늘면서 이오시프 스탈린 옛 소련 공산당 서기(29년)를 넘어서게 됐다.
푸틴 대통령은 2020년 개헌으로 2030년 대선에도 출마할 수 있다. 현재 막강한 권력을 쥐고 있는 만큼 법적으로 84세가 되는 2036년까지 정권을 연장해 사실상 종신집권에 나설 가능성도 열렸다.
이번 취임식이 '현대판 차르(황제) 대관식'으로 불리는 이유다.
◇ 동요 잠재우고 전통가치 강조…'내부 결집' 강조할 듯
2022년 2월부터 이어지는 우크라이나 '특별군사작전' 중에 새 임기를 시작하는 푸틴 대통령은 불안정한 대내외 상황과 제재로 인한 경제적 압박 속에서 내부 결집을 강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대선 승리 직후 기자회견에서도 "러시아는 더 강하고 효율적이어야 한다"며 통합을 강조했다.
우크라이나 드론이 점점 더 러시아 국경에서 먼 본토 깊숙한 곳으로 날아들고 전장에서 희생되는 젊은이 수가 증가하는 상황에서 동요를 잠재우기 위해 민생과 사회복지 개선에 신경 쓸 것으로 보인다.
대선 승리 직후인 3월 22일 수도 모스크바 인근 크로커스 시티홀 공연장에서 145명이 숨진 테러가 발생하면서 우크라이나 상황에 집중하느라 내부 안보에 소홀했던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다.
이에 푸틴 대통령은 테러 배후를 색출과 재발 방지를 명분으로 내부 단속 조처를 잇달아 내놨다.
최대 정적으로 꼽히던 알렉세이 나발니가 2월 옥중 사망하면서 정치적 반대파의 목소리는 잦아들었지만 언론과 인터넷 통제는 계속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러시아인을 하나로 묶을 '전통적 가치'를 중요시하는 푸틴 대통령은 애국 교육을 강화하고 대가족의 위상을 높이는 한편 성소수자를 배척하는 보수적 정책을 추진할 전망이다.
풍부한 지하자원으로 서방의 강화되는 경제 제재에 맞서고는 있지만 고물가와 고금리, 환율 불안 등 해결해야 할 경제 현안도 집권 5기의 숙제다.
◇ 집권 5기 내각 개편 전망…국방장관 교체가 관심사
푸틴 대통령이 취임 후 친정체제 강화를 위해 대대적인 정부 개편에 나설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러시아법에 따르면 대통령 취임일에 내각은 사임하고 대통령이 추천한 국무총리와 각부 장관의 임명을 하원(국가두마)과 상원이 승인해야 한다.
푸틴 대통령은 지난달 26일 상·하원에 "새 정부 구성에 의회가 중요한 역할을 해야 한다"고 말하며 내각 개편을 시사했다.
일각에서는 특별군사작전과 서방과의 대치가 진행형인 만큼 내각 개편이 소폭일 것이라는 예측도 있다. 발렌티나 마트비옌코 상원 의장은 지난달 리아노보스티와 인터뷰에서 "내각의 중추가 유지돼 업무를 이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최대 관심사는 특별군사작전을 직접 지휘한 세르게이 쇼이구 국방장관의 유임 여부다. 지난달 말 그의 측근인 국방차관이 뇌물수수 혐의로 기소되면서 쇼이구 장관이 새 정부에 합류하지 못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왔다.
하지만 러시아군이 지난해 우크라이나군의 대반격을 막아냈고 지금까지 우세를 점하는 상황을 고려하면 유임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도 있다.
교체된다면 알렉세이 듀민 툴라 주지사가 차기 국방장관 후보로 꼽힌다. 러시아의 국제 미디어 네트워크 RTVI는 듀민 주지사가 안보 관련 직책으로 새 내각에 합류할 가능성이 제기된다고 보도했다.
2004년부터 20년째 러시아 외교 수장을 맡는 최장수 장관 세르게이 라브로프 외무장관도 교체설이 돈다.
서방과 대립 속에 이스라엘·이란을 포함한 중동, 아프리카, 튀르키예 등과는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지만 우크라이나를 논외로 두더라도 아르메니아 등 인접국과 소원해진 관계가 문제로 지적된다.
RTVI는 라브로프 장관이 11월 미국 대선 이후 사임할 가능성이 있으며 아시아 전문가가 외무장관에 오를 수 있다는 예상도 나온다고 전했다.
블룸버그 통신은 미하일 미슈스틴 총리는 정부 개편 속에서도 자리를 지킬 가능성이 크다고 지난 3월 보도했다. 데니스 만투로프 산업장관과 드미트리 파트루셰프 농업장관은 부총리 등 자리에 중용될 가능성이 거론된다.
abbi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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